"책 기사 잘 쓰는 비결요? 수행처럼 일기써요"

[찜! e시민기자] 책동네 뉴페이스 정일관 기자

등록 2013.03.22 18:38수정 2013.04.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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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평소 "메말랐다", "차갑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인 나로서는 이런 분이 무척 부럽다. 사물은 물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드는, 툭 치기만 해도 감수성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시' 쓰는 사람들 말이다.

이번 주 '찜! e시민기자'는 시 쓰는 사람이자, 교사인 정일관 기자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그가 쓰는 책동네 기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일들과 책 속 내용을 엮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서평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그의 삶이 담겨 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한 날, 그는 치과에서 치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최근 쓴 기사의 첫 줄은 "나는 어른이 됐어도 여전히 치과에 가기 싫어한다"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치과에 가는 공포도 책을 통해 이겨냈다. 이런 점만 봐도 그는 책 없인 살 수 없는 사람인 듯하다.

책과 동고동락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그를 지난 19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정일관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아래는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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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관 기자 ⓒ 정일관

-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 출생입니다. 경상남도 합천군 적중면에 있는 자율형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나이는 52세이고,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를 펴냈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입니다.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가 4년 전에 교감이 되었습니다."

- 대안학교 교사이신데, 대안학교를 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안학교에서 대안교육을 한다는 것은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나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와 뜻이 모인 곳이 대안학교일 텐데, '대안적인 삶', '다른 길'에 대한 성취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대안학교는 그러한 가치를 열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넓으며 일반학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들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기존 학교들과 대안학교,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또 대안학교의 장점은 뭔가요?
"기존 학교는 지식교육을 주로 하고, 대안학교는 가치교육을 주로 합니다. 기존 학교는 경쟁교육을 하고, 대안학교는 협동교육을 합니다. 기존 학교는 아이들을 전체로 보지만, 대안학교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려고 합니다. 기존 학교는 재촉하지만 대안학교는 품고 기다립니다. 기존 학교는 머리교육에 중점을 두지만 대안학교는 가슴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대안학교는 기존 학교에 비해 작은 학교를 지향합니다.

대안학교는 대부분 기숙사를 통해 공동체 교육을 할 수 있으며, 작기 때문에 아이들과 깊이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으며, 몸으로 체험하는 교육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에서도 다소 자율이 주어지고,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함께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안학교는 교육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신가요? 혹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신가요.
"저와 얘기하면 아이들의 속이 펑 뚫리는 선생님? 하하. 저는 아이들과 상담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함께 산책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가는 길을 따라가도록 권유하는 선생님은 되기가 싫습니다. 잘 가지 않는 길을, 어렵고 힘든 길을, 외롭고 쓸쓸한 길을, 불확실하고 불편한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무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내 안에 꿈틀대는 표현 욕구를 책동네 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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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송성영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함께 독서간담회를 열었다. ⓒ 정일관


- 2003년부터 기사를 쓰셨습니다. 10년이나 됐는데 처음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

"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2003년에 합천의 원경고등학교로 옮겨왔습니다. 당시 원경고는 5년차의 신생 학교였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학교를 위해, 그리고 원경고에 깃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다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학교와 대안교육을 소개하는 기사를 올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당장 실행한 거죠."

- 첫 기사 쓰신 뒤 2009년까지 꾸준히 쓰시다가 3년여 정도 공백기가 있으신데, 그동안 어떻게 지나셨나요.
"제가 어찌하다 보니, 2009년 2학기부터 교감이 되었습니다. 교감이 되고 나니, 정말 바빴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공문도 엄청 많이 접해야 했으며, 각종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일이 늘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자연 글을 잘 쓸 수가 없었죠. 교감이라는 새로운 일을 익히고 전념하는 일에 매진한 거죠. 그런 와중에도 책은 늘 가까이 두려하였고, 독서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 그동안 쭉 교육이야기를 써오시다가 지난해 말부터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계신데,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러니까요, 제가 글을 통 쓰지 못하고 책만 읽다보니, 내 안에 꿈틀대는 표현 욕구를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마침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카카오 스토리를 배웠는데, 거기에다가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글을 짧게 올리는 것으로 그 욕구를 해소하려고 했죠. 그러다가 내가 아무리 바빠도 책 읽고 글쓰기를 못하면 지나가는 세월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던 책 소개 글을 확장해서 <오마이뉴스>에 서평 기사로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는 참 좋은 신문입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책동네와 교육분야, 어느 쪽에 더 애착이 가시는지.
"어려운 질문이네요. 둘 다 소중합니다만, 사실 책동네가 편한 건 사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습겠지만 교육분야는 사진 자료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진 없는 맨글만 있는 기사도 많지만 왠지 밍밍한 거 같아서... 그리고 책동네는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책동네 분야의 활동을 통해 교육적 상상력도 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책동네에 저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 나만의 책 선정 기준이 있나요?
"일단 책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모색하는 글, 미래적 가치(생태주의, 평화, 공동체, 자본주의 너머)를 다룬 책이나 인문학 전반을 다 좋아합니다. 특이하게도 저는 '집'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겠지요. 아름다운 집은 곧 삶이며, 우리 인류의 정신적 산물이란 생각입니다. 집이 인문학의 총화라고 하면 좀 지나칠까요? 그러다보니 나이에 맞지 않게 시각적인 데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부로 들어가면 작가의 개성이 풍부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출렁이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 일상의 경험과 책을 엮는 능력이 탁월하신 듯합니다. 비결이 있나요? 책동네 기사를 쓰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시민기자들에게 책동네 기사를 잘 쓰는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글쎄요. 비결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을 때 저의 삶과 지속적으로, 의도적으로 연결 짓기를 합니다. 내 삶과 연결 짓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무의미하고, 좋은 책은 자연스럽게 제 삶과 세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개인적인 체험이 그 책 내용과 만나게 되었죠. 그래서 저의 체험과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의미를 주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일기쓰기를 합니다. 마치 수행처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짧게라도 일기를 씁니다. 그게 혹 도움이 되었을지도.

그리고 책동네 기사는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읽고 가슴에 와 닿는 책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와 닿는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잉걸이든, 생나무이든 두려워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읽고 글 쓰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이정록 시인이 감사의 쪽지 주셨던 게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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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개교기념일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뒤에 있는 미타산에 올랐다. ⓒ 정일관


- 가장 기억에 남는 책, 혹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작년에 읽은 책,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을 재미있게 읽었고, 기억에도 남습니다.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서명숙의 <식탐>은 아주 신나게 읽은 책이고요. 김형경의 심리학 책들, <천 개의 공감>, <만 가지 행동>도 좋아합니다. 한형조 교수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읽고 깊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와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도 제 어두운 눈을 뜨게 해준 소중한 책으로 기억합니다. 꼭 일독하시길 바랍니다."

- 주변 지인들은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인들 반응에 얽힌 에피소드는 없나요?
"전에 교육 분야 기사를 올릴 때는 교장선생님께서 제 기사들을 모두 복사해서 하나의 두꺼운 자료집을 만들어, 학교를 방문하는 분이나 주변 후원인들에게 나누어주셨고, 학교를 홍보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셨지요. 그 교장선생님(지금은 퇴임하심)은 학교가 드러나고 알려져서 좋아지는 게, 다 제 기사 덕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서평 기사를 주로 쓰기 때문에 굳이 많이 알리지 않고 있는데, 아는 분들은 그 바쁜 생활 속에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쓰냐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보여주어서 관심 있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주신 분도 계십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게재됐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리 집 애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데, 역시 제 아내가 가장 크게 격려하고 기뻐해줍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도 계속해서인지, 제 아들딸은 그게 새롭게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제가 애들에게도 책읽기를 강조(강요?)하는데, 혹 녀석들이 제 글에 관심을 가지면, 또 책폭탄(제가 책을 많이 안겨주거든요)을 맞을까 겁이 나서 짐짓 무관심해 하는 건 아닌지, 나름 추측해봅니다.ㅋ"

- 독자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요.
"최근 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니 학교> 서평을 올렸는데, 시집 서평치고는 높은 '오름' 기사로 채택되었죠. 그 때 이정록 시인이 쪽지에 감사의 글을 보내셨고, 좋은기사원고료도 보태주더군요. 그래서 저도 답글을 보냈고, 주소를 보냈더니 이 시인의 산문집 <시인의 서랍>을 한 권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시집을 펴낸 적이 있으신데, 요즘도 시 많이 쓰시나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자작시 한 편 소개해주세요.
다음 시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출판사를 만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짧은 시 한 편을 올립니다.

경례

네모난 강당에서
천장 높은 체육관에서
모두가 일어나 한 곳을 바라보며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할 때,
나는 흘러내릴 듯 처져있는 청홍 팔괘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간다.
찬연히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대하여 경례.
저 파란 하늘과 둥근 구름을 향하여 경례.
살구나무와 배롱나무에게 충성.
나무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들에게 단결.
멀리 아늑하게 흐르는 산줄기와
천천히 감고서 구비 돌아가는 강물,
논두렁 밭두렁과 밭고랑 닮은 주름을
웃음 위에 올려놓는 아버지와 어머니들께
받들어, 받들어 경례.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실 건가요? 계획하고 있는 기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특별히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혹 기회가 닿는다면 써보고 싶은 글은 있지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세계 문학 고전 읽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문학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시중에 많이 나오긴 하였지만, 저도 제가 본 시각에서 고전을 재해석하고 편안하게 소개하는 글을 써서 독자들이 세계 문학 고전을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집'에 관해 쓴 책들을 따로 모아 서평을 써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만약 인연이 된다면 '교육에세이'도 써보고 싶네요.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사적이고 정치성 강한 기사에 자연 눈이 가고 관심이 쏠리긴 하겠지만 인문학과 인문학적 관점을 세우는 기사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어떤 책이든 현실 정치와 슬쩍 연관 지으면서 적절한 비판을 해주어야 재미가 있겠지만, 책 내용에 집중하여 깊이를 더한 서평에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었으면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책동네' 분야가 있다는 건 오마이뉴스의 큰 장점입니다. 그 만큼 시야가 넓은 신문인 거죠. '책동네'에 많이 들어오셔서 동네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읽고, 공감하고, 사유하며, 성숙해져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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