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들어온 핵잠수함 당장 떠나라"

[현장] 미 해군 핵잠수함 부산 입항에 반대하는 집회 열려

등록 2013.03.23 17:38수정 2013.03.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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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군 핵잠수함의 부산 입항에 반대하는 집회가 23일 낮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집회 막바지에 핵잠수함 철수를 바라는 내용을 적은 종이를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고 있다. ⓒ 정민규


"하늘에는 B-52 폭격기가 떠다니고, 땅에는 미군들이 온갖 짓 거리를 다하고 다니고, 바다 밑에는 핵잠수함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우리는 이 땅에 몸을 담고 산다지만, 이 땅은 우리 땅이 아닌 것 같다. 공중에서, 땅에서, 바다 밑에서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탑재한 군사무기들이 우리나라를 헤집고 다니는 게 현실이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민중연대 상임대표)은 경찰과 해군 병력으로 켜켜이 막힌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아래 해작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부터 이곳 해작사에는 미해군의 핵잠수함 샤이엔(Cheyenne)이 입항해 있다. 그날 이후 기지 앞에는 핵잠수함의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져 왔다. (관련기사-'[사진] 부산항에 정박한 미국 핵잠수함')

23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1시부터는 부산민중연대 소속 단체 회원 등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핵잠수함의 철수를 바라는 집회가 열렸다. 특히 핵잠수함의 등장은 지역 주민의 불만을 높여 놓았다.

여승철 남구의원은 "남구 주민이 해작사를 오도록 허락한 건  주민의 휴식 공간을 할애하더라도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는 군부대를 위해 희생을 감수했기 때문"이라며 "훈련이 끝났음에도 아직 남아있는다는 것은 우리 남구 주민과 부산 시민들을 핵전쟁의 볼모로 삼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해작사 앞을 찾은 남구여성회 회원들도 핵잠수함 철수 요구에 힘을 보탰다. 김분경 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이 땅에 전쟁을 바라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매국노"라며 "박근혜 정부는 핵잠수함을 들이는 대신 남과 북이 평화롭게 미래를 살아가도록 고민해야하고 그 길이 옳은 정부와 어머니 같은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잠수함에 성난 시민들 "기지 내어주듯 우리 운명까지 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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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군 핵잠수함의 부산 입항에 반대하는 집회가 23일 낮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앞에서 열렸다. 미 해군의 핵잠수함 샤이엔은 지난 20일부터 해군작전사령부에 머물고 있다. ⓒ 정민규


해작사 앞에서 지속적으로 핵잠수함 철수 농성을 펴왔던 청년 단체 회원들도 이날의 외침에 함께했다. 부산 청년회 회원인 김별씨는 "다른 이 때문에 원치도 않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며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의 핵잠수함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핵잠수함 등으로 인한 전쟁 억지력을 무력시위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갈등의 확대가 전쟁의 위기를 이끈다는 우려는 계속됐다. 김병규 부산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부대를 에워싸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 "저기 서 있는 경찰들의 동료가 주한미군에게 맞아도 아무도 처벌을 못 하는 게 이 땅의 현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군대도 작전권이 없으니 미국의 항공모함이 들어오고 핵잠수함이 들어와도 기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거기에 우리의 운명까지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비참하지 않나"고 울분을 터트렸다.

한 시간여의 집회를 이어나간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풍선에 '미 핵잠수함은 당장 나가라' 등의 문구가 쓰인 종이를 매달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당위원장은 "꽃샘추위가 아무리 춥다한들 봄을 막을 수 없듯이, 핵잠수함이 들어와도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전쟁 불씨가 되는 핵잠수함이 등장하는 것을 용납한다면 이 다음 크나큰 전쟁의 불씨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핵잠수함이) 들어올 수 없고, 들어온다 해도 함부로 편히 쉴 수 없는 부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잠수함 #샤이엔 #부산민중연대 #해군작전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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