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국민연금 고갈 불가피... 해법은 이거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⑤] 국민연금 '수익비'의 비밀

등록 2013.03.28 14:59수정 2013.03.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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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연금정책이 혼란과 불신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연명 교수의 글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함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연금과 관련된 다른 입장의 글이나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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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같은 보험회사들은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은데 왜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될까?


국민연금이 불신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금의 고갈일 것이다. 월급봉투에서 매달 강제로 '뜯기는' 보험료도 아까운데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삼성생명 같은 보험회사들은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은데 왜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될까?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서 연금이 어떻게 지불되는가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도대체 왜 기금이 고갈되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보자. 

[연금이야기④] 강남 아줌마들이 주목한 확실한 노후대비법

국민연금은 2060년에 왜 소진될까

현재처럼 보험료를 9%를 내고, 중간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구조가 변경되지 않으면 현재 400조 원인 적립금은 아래 그림처럼 2043년에 최대 2465조 원으로 늘어나고 그 이후 급격히 기금이 소진되어 47년 뒤인 2060년에 국민연금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소득대체율 개념에 대한 이해는 4번째 연금이야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때문에 지금 40세인 사람은 47년 뒤인 87세에 기금고갈에 직면하지만 그 이전에 죽으면 기금고갈은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기금고갈은 현재의 20~30대의 젊은층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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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의 연도별 변화 자료: 국민연금연구원,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2008년) ⓒ 국민연금연구원


그렇다면 왜 2040년 이후에 기금이 급격이 줄어들어 2060년경에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까? 가장 황당한 이야기는 서류상으로만 기금이 적립되어 있고 실제로는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으로 돈을 '빼 썼다'는 의심인데 이 소문은 잊어버리자. 대한민국의 국가운영과 행정감시시스템이 그렇게 엉망이지는 않다. 다른 의심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투자를 잘못해서 기금의 상당액을 이미 날려 버렸고, 앞으로도 투자손실이 발생해서 2000조 원이 넘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잘못해 기금손실을 초래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상장회사가 망하면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기금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쟁점이 되는 용산재개발 사업이 끝내 살아나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이 사업에 투자한 기금 1250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실제 이런 투자손실 사례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투자 잘못으로 기금고갈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는 상당히 근거 있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기금은 계속해서 투자 실수만 해서 기금을 까먹어 온 것일까? 사실은 그 반대이며 국민연금기금은 수익률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현재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은 392조 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돈은 대한민국의 1년 예산보다 더 큰 금액이다. 2013년 1월에 들어서는 기금이 400조 원을 넘어 절대 액수로 보면 전 세계의 공적연금기금 중 3위에 해당되며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32%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금이 되었다.


392조 원이라는 돈은 보험료와 투자수익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이 작년까지 조성한 기금은 총 475조 원이다. 이중 보험료 수입이 301조 원이고 이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금이 174조 원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에서 연금으로 지급된 돈 83조 원을 빼면 2012년말 기금 총액은 392조 원이 되는 것이다(2012년 기금총액 392조 원 = (보험료 수입 301조 원 + 투자수익금 174조 원) - 연금지급금 85조 원).

지난 24년의 국민연금의 수익금 174조 원의 구성을 시가기준으로 보면 채권투자에서 113조 원의 수입을 얻었고, 주식투자에서 35조 원을 벌었다. 그리고 2000년부터 폐지된 정부에 기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수입이 19조 원이며, 대체투자 수입이 약 5조4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일부 종목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했어도 전체적으로는 보험료 투자를 통해 174조 원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기 때문에 투자 손실로 기금의 상당액을 날려버렸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의심이다.

기금의 수익률을 보아도 국민연금기금은 양호한 편이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69%이다(여기서 수익률은 상품별 수익률을 일일 운용잔액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하는 '평잔수익률'을 의미함). 2012년 말 국민연금기금 392조 원 중 68.6%가 투자된 채권투자액 254조 원의 누적수익률은 6.15%이고, 총 73조 원이 투자된 국내주식의 수익률은 8.16%이며 31조 원이 투자된 해외주식은 0.57%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일반적인 시장수익율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른 방식의 수익률 지표를 보아도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익비의 비밀

이처럼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익비'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수익비는 가입자가 평생 부담하게되는 보험료의 총액과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액 총액을 특정 시점의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부담과 혜택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통상 국민연금에 20년(혹은 25년)을 가입하고 60세(혹은 65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여 평균수명인 8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을 하고 납부한 보험료 총액과 받게되는 연금 총액을 비교하는 것이다.

수익비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국민연금에 가입된 2천만 명 중에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홍길동의 소득이 월 200만 원이며 가입 시점부터 보험료 납부를 끝내는 59세까지 이 평균소득을 유지했고 25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고 하자. 국민연금 보험료가 9%이고 이 중 4.5%는 홍길동 자신이 나머지 4.5%는 고용주가 납부하므로 홍길동은 200만 원의 4.5%인 9만 원의 연금보험료를 매달 납부한다. 홍길동이  25년 동안 매달 9만 원을 납부하면 총 2700만 원을 납부하는 것이며 (9만원×12개월×25년=2700만원) 여기에 사용주가 내주는 9만 원까지 홍길동이 납부한 것으로 보면 홍길동은 25년간 총 5400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것이다(본인 보험료 총액 2700만원 + 고용주 보험료 부담 총액 2700만원).

월 9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홍길동은 연금이 지급되는 60세(혹은 65세부터) 월 50만 원의 현재가치의 연금을 사망시까지 지급받게 된다.(홍길동의 연금이 왜 월 50만 원이 되는지는 필자의 연금이야기 4회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만약 연금을 받는 시점부터 15년을 생존했다고 하면 받게 되는 연금총액은 9천만 원이 된다(50만원×12개월×15년). 같은 방식으로 20년을 생존했다고 하면 홍길동의 연금총액은 1억2천만 원이 된다. 물론 연금을 타기 시작한 이후 1년만에 사망하고 부인이 없다면 유족연금이 지급되지 않아 받게 되는 연금총액은 600만 원이 된다.

홍길동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5400만 원이고 15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면 9천만 원이고 20년 동안 연금을 받으면 1억2천만 원이 된다. '수익비'는 연금총액을 보험료 총액으로 나누어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15년 동안 생존하면 홍길동의 수익비는 1.67이 되며(9천만원 ÷ 5400만원)=1.67), 20년 동안 생존하면 수익비는 2.2가 된다(1억2천만원 ÷ 5400만원=2.2). 물론 1년만에 사망하면 수익비는 0.11이 된다(600만원 ÷ 5400만원). 사용주가 내주는 보험료 절반을 홍길동이 낸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15년 동안 연금을 받을 경우 수익비는 1.67의 두 배인 3.3이 된다. 즉 2700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9천만 원을 받아가니 무려 2.3배의 연금을 더 가져가는 셈이다. 아무튼 수익비가 1이면 낸 보험료 만큼만 연금으로 가져가는 것이고 1을 넘으면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홍길동의 예는 수익비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고 정확히 계산한 정부 자료에 근거하여 소득계층별 수익비를 보자. 이 자료는 복지부가 2010년에 낸 보도자료로 200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고 평균수명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비를 계산한 것이다.(수익비를 구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점의 연금보험료와 연금액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데 이때 할인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할인율은 임금상승율, 물가상승율, 투자수익율 등 여러 기준이 사용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임금상승율에 비례하여, 연금액은 물가상승율에 비례하여 올라간다. 수익비는 어떤 할인율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으나 중간소득자 기준 1.8배 수익비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세 가지 기준이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자신의 생애 평균소득(B값)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가까운 (위의 예에서 홍길동의 사례) 184만 원의 소득자의 수익비가 1.8이다. 이것은 가장 평균적인 사람의 경우 낸 보험료 총액보다 0.8배를 더 연금으로 가져간다는 의미이다. 생애평균소득(B값)이 50만 원인 저소득층의 수익비는 4.2인데 이는 납부한 보험료 총액보다 3.2배를 더 연금으로 지급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운 것은 생애평균소득이 360만 원인 최고부자의 수익비도 1.4로 낸 보험료 총액보다 0.4배를 더 가져간다. 즉,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평균수명까지만 생존하면 모든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는 것이다.

이처럼 평균수명까지만 생존하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자기가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가져가는 것이 국민연금이 설계된 기본 원리이다. 물론 아주 일찍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낸 보험료보다 적게 가져 간다. 그래서 국민연금에서 이득을 보려면 가능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이것을 좀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국민연금은 장수, 즉 오래사는 것에서 파생되는 소득불안의 위험에 사회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다. 이 방법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인의 집단 빈곤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고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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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럼 국민연금기금이 왜 고갈되는지 대답을 내려보자.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타기 시작한 이후 1~2년만에 사망하면 보험료는 많이 내고 연금은 아주 적게 타가기 때문에 기금고갈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가입자가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수익비가 모두 1을 넘어가기 때문에, 즉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는 것이다.

위의 예로 든 그림에서 국민연금기금이 2040년대 초반까지 2400조 원의 막대한 돈이 쌓이다가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모든 가입자의 수익비가 1을 넘은 구조에서 보험료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국민연금을 타는 사람들의 수와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다. 모두가 낸 돈보다 많은 연금을 타가는 구조로 처음부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낸 보험료보다 더 타게되는 연금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만약 국민연금이 민간보험이라면 낸 돈보다 더 타가는 구조는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투자수익률이 좋아도 낸 보험료보다 평균 2배 정도의 연금을 모든 보험가입자에게 보장할 수는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그 보험회사는 파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즉, 앞의 사례에서 5400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9천만 원의 연금을 타가면 낸 돈보다 무려 3600만 원을 더 가져가는데 이 3600만 원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이 돈은 바로 후세대가 부담하게끔 설계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여기서 국민연금의 세대간 공평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후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설계된 국민연금은 초기 가입세대(현세대)가 나중에 가입할 세대(미래세대)를 '갈취'하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이 시각에 의하면 현세대가 보험료를 더 부담하거나 연금을 깎아야 세대간에 공평한 부담이 된다. 1997년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다시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트린 2007년의 국민연금법 개정은 바로 이 시각에 근거한 것이다. 즉 현세대의 혜택을 줄임으로써 후세대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2007년의 개혁에도 모든 계층에서 여전히 수익비는 1을 넘어간다. 그래서 현세대의 보험료를 더 올리고 연금을 더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고갈 시점은 2060년 이후로 더 연장될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필자가 국민연금이 후세대의 부담을 강요하는 '갈취'라는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설계될 때부터 의도한 후세대의 부담은 그들이 도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노인부양의 몫이라는 것이 필자 주장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진보진영 내부, 그리고 진보와 보수간에 국민연금의 개혁방안에 대한 입장이 갈라지고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비가 1을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 왜 후세대가 당연히 부담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6번째 글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이 글을 쓴 이후 공교롭게 오늘 복지부에서 제3차 국민연금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2008년의 2차 재정추계와 마찬가지로 2040년 중반에 적립금이 최고로 많이 쌓이고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큰 구조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요지이다. 따라서 본문에서 제시된 그라프의 구성과 기금고갈에 대해 필자가 설명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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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입니다.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 공적연금, 동아시아복지 등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동안 복지운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약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개혁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특히 연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시간되는데로 제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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