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노트북도 '완전' 옛말, 이제는...

당구공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그 치열한 '녹색 도전'의 역사

등록 2013.03.29 09:10수정 2013.03.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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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내 유화업계와 화섬업계는 대기중이나 토양에서 빛이나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유공도 제품에 포함된 녹말가루가 먼저 붕괴되고 남아있는 플라스틱 찌꺼기들은 토양중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전분충전형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그린폴'을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물론, 요즘 이야기는 아니다. '유공'이란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1993년 10월 26일자 <연합뉴스> 보도다. '자연 파괴 플라스틱'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변신시키려는 노력이 꽤 오래전부터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플라스틱의 탄생 과정 또한 '본의 아니게' 자연 친화적이었다. 상아 당구공을 대체하려는 연구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말이다. 아프리카 코끼리 숫자가 급감하면서 당구공 가격이 치솟자, 미국 제조업자들이 상아를 대신할 재료를 찾기 시작한 것이 합성수지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후손들이 '플라스틱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이제 플라스틱은 인류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가 됐다. 우리의 손이 닿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플라스틱이 있다. 가전 제품은 물론이요, 자동차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인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옥수수, 젖소 똥, 오렌지 껍질까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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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후지 제록스가 내놨던 일명 '옥수수 프린터' ⓒ 후지제록스


먼저 옥수수 플라스틱이 떠오른다. 이미 2008년 후지제록스가 옥수수 전분을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을 쓴 옥수수 프린터를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 역시 휴대폰 배터리 커버 등에 제일모직에서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한 휴대폰을 내놨다.

옥수수 플라스틱의 탄생은 그보다 훨씬 앞선 일이었던 듯 하다. 미국 카길 다우 폴리머즈(CDP) 회사는 이미 2001년 말부터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2002년 6월 일본 후지쯔가 세계 최초로 옥수수 플라스틱을 이용해 노트북 몸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비용 문제로 전자업체에서 사용을 꺼렸다는 것이다. 이에 옥수수 외에도 다양한 천연 원료가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였다. 2003년 일본은 농림수산성 주도로 묵은 쌀을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대량생산하려 했고, 2005년에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 연구진이 젖소 배설물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2006년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가 40여 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옥수수 뿐 아니라 밀, 고구마 전분, 밀대, 갈대 펄프, 왕겨, 목재 펄프 등 다양한 천연 원료가 '썩는 플라스틱' 제조에 이용됐다.

심지어 오렌지 껍질도 '시험대'에 올랐던 일도 있다. 2005년 BBC는 오렌지 껍질의 기름 성분을 활용하여 플라스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고 보도한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는 대신 플라스틱 제작을 위해 수집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이 한국에 오고 있다.

이제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SK이노베이션, 2014년 양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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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그린 폴' 연구 모습 ⓒ SK이노베이션


2007년 10월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보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에 비해 이산화탄소 분리 성능이 500배가량 향상된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릴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SK이노베이션과 아주대가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 이전 및 연구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분열 이분열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과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회수하여 촉매 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머(Polymer)로 전환할 수 있다.

게다가 연소시켜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친환경적 특성 뿐 아니라 투명성, 차단성 등에서 기존 수지와 비교했을 때 뛰어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한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탄생한 셈이다.

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상표명은 '그린-폴(Green-Pol)'.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 시험설비인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를 이미 2009년에 완성했으며, 지난해부터 상업화를 위한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상업 생산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5년 BBC 방송이 예고했던 '그날'이 내년으로 다가온 셈이다.
#플라스틱 #이산화탄소 #탄소배출권 #SK이노베이션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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