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려치우고 책 택한 이 남자, 멋있네

[찜!e시민기자] 저자의 진심까지 생각하며 서평 쓰는 김진형 시민기자

등록 2013.04.05 21:17수정 2013.04.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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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신문을 보다 보면 눈에 힘주고 정독하는 분야의 기사가 있는가 하면, 제목만 보고 휙 지나가는 기사가 있다. 때로는 제목조차 보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 기사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 일을 시작하기 전 내게 '휙 지나가는' 기사는 바로 서평 기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출판사 보도자료 교묘하게 짜깁기해서 넣은 거 아냐?'라는 의구심 때문. 덕분에 내 지식의 샘은 바닥을 훤히 드러낸 채, 그때그때의 시류만 쫓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근거 없는 편견이 깨진 것은 최근의 일. 책 속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를 콕콕 짚어내,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평을 만나면서부터다. 물론 관심 분야가 아닌 책일지라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교두보가 생겼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서평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대체, 서평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까. 아무리 써보려고 머리를 굴려 봐도 인용에 인용만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그래서 '찜'했다. 서평을 통해 정치·사회 제 분야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김진형(soli) 시민기자를. 다음은 그와 서면 인터뷰로 나눈 일문일답.

김진형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책 읽는 속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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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시민기자. 불혹인 그는 여전히 숱하게 흔들리고 방황한단다. ⓒ 김진형 제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올해 '불혹'이 됐지만, 여전히 숱하게 흔들리고 방황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했던 청소년 시절, 책을 통해 일탈을 도모하고 꿈꿨어요. 20대에는 열심히 공부하다 그만 길을 잃었고, 30대에는 출판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팔았어요. 10년 가까이 일했던 출판사를 지난해 말에 그만두고 지금은 프리랜서 출판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구원한 아내 순일과 딸 예지, 아들 예서와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책이 진리와 정의를 세우고 견고히 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충만한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출판사에서 일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통되지 않고 유통되지 않는 정의 담론의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책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됐어요. 책 읽는 사람들의 위선과 폭력을 보았던 게지요. 물론 그게 제 모습이기도 했고요. 그러다 출판사를 그만뒀습니다. 출판사를 그만둔 뒤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로선 일종의 실험이었죠. 적극적으로 소통되는 담론의 장으로서, <오마이뉴스>가 가장 좋을 것 같았어요. 물론 다른 몇몇 매체에도 서평을 기고하고 있지만요."

-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으세요? 특별히 집중해서 읽고 계신 분야가 있나요?
"독서노트를 꾸준히 써왔는데, 일주일에 2~3권 정도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책은 속독하거나 일부만 읽어요. 또 어떤 책은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책 읽는 속도가 아니라 '항상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독·속독·다독·느리게 읽기 등 책 읽기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문사회·철학·종교 분야 서적을 주로 읽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시 그리고 작가들의 에세이입니다."

- 최근 가장 '울림 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성폭력 생존자의 치유일기인 은수연씨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와 체르노빌 사고를 다룬 너무 아름다운 만화책 <체르노빌의 봄>, 세계 석학과 안희경씨의 대화집인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를 꼽고 싶어요. 이 책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과 닿아 있어요. 은수연씨의 책을 읽고 나서는 너무 아파서 며칠 밤을 끙끙대며 지냈어요. <체르노빌의 봄>은 우리의 잠재적 비극을 보여주고 있고,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아직 우리의 희망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죠. 모두 아주 고마운 책들입니다."

서평을 쓰는 법 세 가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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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연습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것은 서평 쓰기"라고 말하는 김진형 시민기자. ⓒ 김진형 제공

-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그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에게 서평 기사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서평에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째, 텍스트를 진중히 읽고 곱씹어 저자의 진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책의 내용을 모두 요약하는 것은 서평이 아니죠. 간혹 텍스트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진심을 서평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둘째, 독자의 지평에서 저자의 진심이 해석돼야 합니다. 서평을 쓰는 본인은 물론, 글을 읽을 독자 역시 고려해야겠지요. 소통하고 유통하는 게 서평의 소명이죠.

셋째, 완성된 좋은 글이어야 합니다. 비문을 없애고, 논리를 단순화시키되 오류가 없어야 합니다. 쉬운 문장에 깊은 사유를 담는 게 가장 힘듭니다. 사실 저도 잘 못하는 부분이죠. 다만,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말씀드리고 싶은 두 가지는, 글쓰기를 연습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것은 서평 쓰기라는 점과 글쓰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시민기자 여러분, 용기 내시길 바랍니다!"

- 지금까지 써온 서평 기사를 보면 온라인서점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으세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가급적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담으려고 해요. 보도자료 같은 느낌이 싫고요. 서평 쓰기는 결국 제 삶에서 이뤄지는 어떤 일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뿐만 아니라 그 장면도 남기고 싶었어요. 제 삶 속에 깃든 책의 자리를 사진으로 남기면, 꼭 추억이 될 것도 같고요."

- <오마이뉴스> 책동네 기사 수준은 어느 정도라 평가하시나요?
"아주 민감한 질문이군오... 음, 아쉬운 건, 소개되는 책의 종(種)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화제가 된 인문사회 분야의 신간들에 치우친 느낌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이 소개되면 좋겠어요. '대중적 서평'이 담긴다는 점은 책동네만의 장점이긴 하지만, 가끔은 좀 더 깊이 있는 서평도 실리면 좋겠어요. 어떤 작가나 어떤 분야에 대해 길잡이 역할을 하는 서평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 남자의 꿈, 여러 책 읽고 나누는 공간의 '동네카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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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시민기자의 자녀, 예지(오른쪽)와 예서(왼쪽). 김진형 시민기자는 훗날 아이들의 이름을 딴 동네카페를 만들고 싶다. ⓒ 김진형


- 시민기자 소개글을 보면 '예지원을 꿈꾼다'고 적혀 있어요. '예지원'이 뭔가요?
"예지원은 저희 가정이 꿈꾸는 '동네카페'의 이름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바로 지은 이름이죠. 언제 할지 아직 기약이 없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저희의 꿈입니다. 첫째 아이의 이름이 '예지'이고요, 둘째가 '예서'예요. '예지원' 안에 '예서가'를 만들려고 해요. 카페 이름이 '예지원'이고, 카페 안의 서가 이름이 '예서가'죠.

제가 출판사에 있을 때 문서학교를 진행했었어요. 독서와 글쓰기 학교 같은 건데, 나중에 예지원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낮에는 동네 아주머니의 마실터가 되다가도 저녁에는 청년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여러 책을 읽고 나누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간단히 요약하면, '문서학교가 열리는 동네카페'입니다. 10년 뒤에는 꼭 하고 싶어요."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시민기자 정신이 집단지성의 담론과 만나 이 사회에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사회적 약자를 계속 주목해서 다루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동네가 본격 서평 웹진으로 개편되면 좋겠어요. 연재되는 작가의 글도 있고, 저자와의 인터뷰도 있고, 저자와 독자가 대화하는 공간도 있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기도 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파격적으로, 토요일 메인면에는 그런 웹진을 배치하는 건 어떨까요? 제 희망 사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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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책동네 #찜E시민기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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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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