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기절을 해? 이건 몰랐죠

된서리 맞은 완두콩 순에 왕겨 옷을 입혀줬습니다

등록 2013.04.09 14:16수정 2013.04.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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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아침, 양동이에 담아 놓은 물을 상추 육묘에 뿌려주려 하는데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3도(연천)라고 하더군요. 얼음을 텃밭에 엎어버리고 새로운 물을 떠와 물뿌리개에 넣고 상추의 여린 싹에 물을 천천히 뿌려줬습니다.


"아이고, 귀여워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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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싹 병아리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상추 육묘. 상추는 육묘판에 뿌려 거실에 두었기 때문에 된서리를 피할 수 있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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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얼음 오늘아침(4월 8일) 이곳 연천의 최저기온이 영하 3도로 양동이에 물이 꽁꽁 얼었다. ⓒ 최오균


보송보송한 털이 달린 잎이 고개를 내밀고 나오는 게 마치 막 나오려고 하는 병아리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아 귀엽기만 합니다. 물을 주며 내가 귀엽다고 혼잣말을 했더니 새싹이 "땡큐!"라고 말을 하는 듯합니다.

상추에 물을 주고 텃밭에 나가보니... 저런! 완두콩의 여린 잎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상추 육묘는 거실에 들여놨기 때문에 된서리의 세례을 피할 수 있었는데, 노지에 심은 완두콩은 온몸에 된서리를 받고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따뜻한 옷 좀 입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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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를 맞은 완두콩이 추위에 떨고 있다. ⓒ 최오균


"완두콩아, 춥지?"
"네, 주인님. 추워서 기절를 할 것만 같아요. 따뜻한 옷을 좀 입혀 주세요."
"오케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다오."


나는 창고로 가 양동이에 왕겨를 퍼와서 완두콩 싹을 덮어줬습니다. 내가 너무 일찍 심은 죄로 완두콩들이 저렇게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4월 13일에 완두콩을 파종을 했는데, 올해는 절기가 조금 빠르게 간다고 해 두 주일 먼저 파종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좀 어떠니?"
"네, 주인님 한결 나아졌어요. 고마워요!"
"완두콩아, 힘내라, 힘내!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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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겨를 뿌려 완두콩이 따뜻하도록 옷을 입혀주었다. ⓒ 최오균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왕겨 옷을 입은 완두콩들은 내 심정을 이해한 듯 합니다. 나는 곧 잘 식물들과 혼잣말로 대화를 하며 교감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식물들도 소리를 내지 않지만 나를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보고된 생물학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물들도 주변 환경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느끼고, 듣고, 제한적이나마 보고, 맛을 느끼며, 냄새도 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였던 미국의 클리브 백스터(Cleve Backster)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자극에 대한 식물의 반응을 실험했습니다. 그는 식물이 있는 방에 한 사람을 들여보내 잎을 따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식물의 격렬한 반응이 거짓말 탐지기에 포착됐습니다.

그 사람을 방에서 나오게 한 후,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 식물에게 물을 주고 보살펴 주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식물은 이를 곧 알아차리고 기쁨의 표시라고 말 할 수 있는 다른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식물도 인간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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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보고, 듣고, 느끼며 냄새를 맞는 다고 한다. ⓒ 최오균


그런 다음에 잎을 따며 괴롭혔던 사람을 다시 방에 들여보내자 식물은 강력한 반응을 보이다 마침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물이 기절을 한 것입니다. 백스터는 실험결과 식물도 인간을 알아볼 수 있으며, 기억력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 완두콩도 지극한 사랑으로 왕겨로 옷을 입혀준 내 마음을 알아볼 수 있겠지요? 오후가 되니 황소바람이 불어오며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꽃샘추위가 지속된다고 합니다.

이곳 연천에는 5월까지 서리가 내린다는 연이 할머니의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파종을 너무 일찍 했나 봅니다. 땅속의 씨앗들이 차라리 조금 참았다가 천천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완두콩 #완두콩 새싹 #식물도 기절을 한다 #4월 서리,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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