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등록 2013.04.09 10:41수정 2013.04.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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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잠깐 주춤했던 한반도 위기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 사절로 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났던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후 담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중대조치를 선포한다"며 ▲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전원 철수 ▲ 개성공단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사업 존폐 여부 검토 등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오마이뉴스>북한 "개성공단 사업 잠정 중단" 참고)

마지막의 희망의 끈이 떨어졌다는 불길한 예감이 휘몰아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평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평화를 지켜야 우리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 지킴이'를 넘어 평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국정원장,외교안보통일 특보 등을 거치면서 김대중 대통령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을 입안·집행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피스메이커>(중앙북스)에서 한 말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임 전 장관은 같은 책에서 성경을 인용하면서 '햇볕정책'을 설파합니다.

"네가 직접 복수하려 하지 말고 원수갚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라", "원수가 굶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라",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라"(로마서 12:17-21)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남과 북이 동족상잔의 전쟁과 냉정으로 원수가 되었으나, 국제 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이제는 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화해하고 사랑함으로써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 바로 원수를 이기는 길일 것입니다(중략) 체제경쟁의 승자인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북한의 변화에 필요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선으로 악을 이기는 길인 것입니다."(446쪽)



육군 소장 출신인 임 전 장관은 북한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선으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수를 친구로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육군 소장 출신이 '강경대응', '폭격' 같은 전쟁을 입에 담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임 전 장관이 있었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필생의 목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열정과 식견은 짧은 문장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대통령 방북성과 대국민 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전쟁은 없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후손에게 물려줘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적화통일도 용납하지 않지만 우리도 북한을 해치지 않겠다, 반드시 같이 공존공영해서 우리 한민족이 한번 새로운 21세기에 같이 손잡고 크게 세계 속에서 일류 국가로 웅비해 보자 주변 4대국이 이제는 제국주의가 아니라 전부 우리 시장이다,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지적 기반, 문화적 기반을 가지고 정보화 시대에, 지식기반시대에 이런 거대한 시장을 개척해나가자' 하는 각오를 가지고 여러분께서 북한을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안보는 철통같이 하되,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한 안보, 그리고 결국은 남북이 화해 협력하기 위한 안보, 이런 방향으로 나갈 때 나는 우리 조상들이 도와서 하늘이 도와서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열릴 것이 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한반도 전체의 조국을, 번영된 조국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을 통해서는 절대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번영된 조국을 물려줄 수 없습니다. '전면전'을 입에 담고, '서울 불바다'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정말 자랑스러운 한반도와 번영된 조국을 물려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일 '남북정상회담 서울 출발 대국민 인사'에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다"고 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돼"...대북특사 파견해야

시기가 중요하다는 노 전 대통령 말에 귀가 뻔쩍했습니다. 우리 말에 "버스 지나간 후 손 흔들기", "뒷북"이란 말이 있습니다. 시간을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이 바로 대화를 시도할 때입니다. 그 대화는 특사파견입니다. 특사는 모든 문제가 원할하게 풀릴 때가 아니라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꼬일대로 꼬였을 때 파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특사는 시기상조라고 합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일 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대화를 통해 실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면서 "특사 파견이 긴장 완화를 보장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특사로 몇 번 파견된 적이 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그에게 내려진 중요 임무 중 하나가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특사로 북한에 갔다가 돌아온 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은 식견이 있고 두뇌가 명석하며 판단력이 빨랐다"고 보고합니다. 보고를 들은 김 대통령은 특사 성과에 만족했다고 임 전 장관은 <피스메이커>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2차 북핵위기 때인 2002년 4월과 2003년 1월에도 특사로 파견돼 남북 갈등 해소에 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1994년 봄은 지금처럼 전쟁 직전이었습니다. 비록 미국 공식 특사는 아니지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습니다. 이명박 정권도 그랬지만, 박근혜 정부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먼저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특사를 파견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는 굴복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때는 임동원 외에 박지원, 정세현, 이종석 전 장관처럼 평화를 만들어가는 남북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들만큼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한 인물이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고 손을 놓을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면 됩니다.
#한반도 #김대중 #노무현 #임동원 #대북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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