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 장관, '이주호의 길' 갈까?

이주호의 41명 해고 '인사참사', 법원 판결은 모두 '해고 무효'

등록 2013.04.09 14:58수정 2013.04.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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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특별채용한 교사 3인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임용 하루만에 직권으로 임용을 취소해 버렸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교사로부터 우측으로 3인의 교사들은 1년이 지난 4일 법원으로부터 임용 취소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 윤근혁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를 시작으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이 병역과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고,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성 접대 의혹으로 물러났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질 부족 문제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가까워 오는데 아직 조각도 끝내지 못한 것이다. 가히 '인사 참사(慘事)' 수준이라고 야당은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인사 참사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MB정부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현재의 교육부) 장관이다.

법원, '곽노현 전 교육감 특채교사 3인 임용취소는 위법' 판결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은 2012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특별 채용한 교사 3명에 대해서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내린 임용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3명 모두에 대해서 "원고들에 대해 임용취소처분을 하면서 행정절차법상 최소한의 사전통지도 하지 않고, 의견 제출의 기회조차도 부여하지 않은 절차상 위법"이 그 이유이다.

우리 헌법이 정한 교원지위법정주의에 의하여 법으로 엄격하게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교사에게 교과부 장관이 사형선고와도 같은 임용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최소한의 통지 절차나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재판도 하지 않고 사형을 시킨 것과 다를 바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지난해 3월 사립학교 비리 고발 해직 교사, 자율형사립고 전환 사직 교사, 국가보안법 사면 복권 교사 등 3명을 특별채용했으나 이주호 장관이 임용 하루 만에 이들의 임용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그리고 교사들이 제기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소청이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인데, 법원이 교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임용 1일 만에 교단에서 다시 쫓겨난 교사들에게 13개월 만에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해당 교사들에 대한 관련 기사 : <강남 백화점 VIP룸에서 설명회... "이런 학교 못 다닙니다">, <여학생들 기세에 '경악'...이 교사 이대로 두겠습니까>, <곽노현 '특채 교사',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교육부(장관 서남수)가 항소할 수도 있다. MB정부 시절 일제고사부터 시국선언, 정당후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일관되게 '파면·해임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교과부는 줄기차게 항소를 고집하여 수 년씩 교사들을 길거리로 내몬 전력이 있다.

교원 41명 해고 대참사, 이주호와 서남수 중 누가 책임지나

이주호 전 장관은 MB정부 인수위원회 간사를 거쳐 청와대 초대 교육문화수석, 교과부 차관을 거쳐 2년 7개월 간이나 장관을 역임한 후 지난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로 돌아갔다.

그가 MB정부의 교육 실세로 있던 동안 많은 인사 참사(慙死)가 있었다.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반대, 교사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을 이유로 41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낸 것이다. 그런데 이들 41명은 이번 임용 취소 교사 3명을 포함하여 모두 법원에서 '해고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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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시절의 교원 참사 현황. 지난 정부에서 전교조 교사 41명이 시국선언, 일제고사 반대, 정당후원, 임용 취소 등의 각종 사유로 교단에서 쫓겨났지만 법원에서 모두 무효 또는 취소 판결을 받았다.(세화여중 김아무개 교사는 복직 후 다시 파면) ⓒ 김행수


그가 장관으로서 직접 지휘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러나 그가 MB의 교육공약을 직접 만든 당사자이자 인수위 간사, 청와대 수석, 교육부 차관 및 장관을 연이어 맡았다는 점에서 그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 등에 의하면, 교원의 징계를 포함한 임용에 관한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있다. 그러나 MB정부와 이주호 교육부는 일제고사 반대, 교사시국선언, 정당 후원, 임용 취소 사건 등에서 교사들을 쫓아내도록 종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임용을 취소했다.

이렇게 하여 MB정부에서만 일제고사 반대로 13명, 시국선언으로 16명, 정당 후원으로 9명, 임용취소로 3명 등 41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끌어내렸다.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에 이른다.

해고 교사들은 이번 임용 취소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모조리 승소하였다. 현재 일부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똑같은 사건들이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으므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MB정부의 교사 대량 해고는 모두 MB와 이주호 전 장관의 참패로 결론 나고 있다. 복직 교사들의 임금과 변호사비, 이자까지 수십억 원을 혈세로 물어주어야 할 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 정도 수의 교사들을 쫓아내었다가 법원에서 패소했다면,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이 책임지라고 언론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MB나 이주호 전 장관이나 누구 하나도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술 더 떠 법원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면서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미 이주호 전 장관은 KDI로 돌아가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고,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에게 모든 공이 넘어간 상태이다.

서남수 장관, '포스트 이주호' 될까 단합 계기 마련할까

지난 달 가석방으로 풀려난 곽노현 전 교육감도 임용 취소 교사들의 판결 소식에 대한 입장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밝혔다. "사사건건 소송 걸며 생떼 쓰던 교과부의 패소 시리즈,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밝히며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법원의 선고를 예측했다.

이주호 장관의 교과부와 곽노현 교육감의 서울교육청은 이 사건뿐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옹호관제,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혔으며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등을 두고 현재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하여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세 분의 선생님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1심 판결에 승복하길 바란다. 항소는 이주호 전 장관의 불법적이고 파렴치한 조치를 반복하는 것이며, 세 분 선생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항소는 생각지도 말고, 세 분 선생님을 아이들 품에 보내드리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남수 신임 교육부 장관이 이주호 전 장관의 전철을 밟아 이들 3명의 교사들의 복직을 다시 거부하고 길고 긴 소송을 이어가며 '포스트 이주호'가 될지, 아니면 항소를 포기하고 분열된 교육계 통합의 계기를 마련할지 이들의 복직 여부가 1차적인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용취소 #이주호 #서남수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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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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