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홀릭, 이 사람 두고 하는 말이죠?

[찜!e시민기자] 지역기자로 사는이야기 쓰는 심명남 시민기자

등록 2013.04.13 12:37수정 2013.04.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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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가끔 기사를 읽다가 가슴이 '찡'하여 눈시울을 붉히면 '살짝' 당황스럽다. 주인공이 대놓고 펑펑 울어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도 웬만해서는 꿈쩍도 안 하는데…. 나를 당황스럽게 한 기사들은 다름 아닌 <오마이뉴스>의 특허품인 사는이야기. 시민기자들의 삶이 묻어난 생생한 사는이야기를 읽다가 눈시울을 붉힌 사람이 비단 나뿐일까. 그러한 이유로, 이번 주에는 '찜e시민기자'는 사는이야기로만 자신을 온전히 밝히고 있는 시민기자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월에 발생한 여수산단 대림폭발 사고를 생생하게 전해준 지역기자 심명남 기자가 눈에 띄었다. 현장 기사 뿐만 아니라, 아내와 함께 간 해외여행에서 겪은 일, 자신의 취미생활로 겪게 된 일, 최근 여수 오지섬에 있는 자신의 집이 MBC <일밤> '아빠! 어디가?' 세트장이 된 사연까지 두루두루 기사를 써냈다. 그야말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로 보여준 시민기자다. 그의 기사와 같이 투명한 사는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 심명남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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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남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심명남 기자님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여수산단내 여천NCC(주)에서 20년째 재직 중입니다. 석유화학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에틸렌공장에서 일하고 있죠. 일년 365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연속공정이다 보니 4조3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를 소개하는 글에 어릴 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얘기가 있습니다. 그 속에 담긴 뜻은 '말을 뱉으면 행동으로 보이자'는 내용인데, 지금도 그 다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밤낮없이 일하는 교대근무의 특성상 내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근무 후에 남은 시간은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가정에 소홀한데 남편을 위해 묵묵히 내조해주는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동갑인 아내는 항상 저보다 '장가 잘 갔다'고 말해 핀잔을 듣는데 어쩌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습니다. 아이들은 3년 터울로 고2 큰딸과 중2 작은딸 그리고 귀염둥이 초등학교 5학년 막내아들이 있습니다. 아빠가 최고의 글쟁이가 되는 것이 목표이듯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착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2년 12월 5일에 가입하셔서 지금껏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계시는데,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상세히 써 주세요.
"한때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첫 기사를 쓰게 된 것은 2009년 2월 25일부터입니다. 지금껏 약 360꼭지의 기사를 썼더군요. <오마이뉴스>를 통해 그 꿈을 이뤘으니 행복해도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노동운동'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한때 노동조합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계속 부당하게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제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노동운동의 노자도 모르던 제가 부당함에 맞서 싸웠습니다. 선거에 출마해 전임자가 되었고, 전임자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해 2009년 <오마이스쿨> 6기를 졸업 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지역에서 글을 통해 많은 사람을 대변해 줄 수 있다는 역할을 큰 보람으로 삼고 싶습니다."

- 아이디가 21ohmynews입니다. 이렇게 아이디를 쓴 이유가 있다면요?
"아무리 봐도 참 멋진 아이디 같지 않나요? 저는 고학으로 작명학을 공부해 우리 아이들 셋의 이름을 직접 지은 사람입니다. 이런 아이디는 천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아이디입니다. 아이디만 보면 제가 대표 같다는 생각에 그냥 흐뭇합니다.^^ 향후 <오마이뉴스>가 세계의 대표언론이 되는 날 엄청난 '로열티'가 붙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를 걸고 삽니다. 당시 아이디를 찾던 중 운 좋게도 이 같은 보물 아이디가 제게 돌아왔는데 그만큼 <오마이뉴스>를 사랑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심 기자님의 멘토가 있다면 누구이며, 닮은 싶은 이가 있다면...
"저는 노동운동을 통해 제 삶의 방향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저의 멘토는 천중근 도의원입니다. 그분은 노동운동이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 주신 분입니다.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가 아닌,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며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사실 여수산단의 일부 위원장들은 위원장이 되고 나면 그 후부터는 운동이 멈춰버리고 맙니다. 오직 위원장이 목표이니까요. 그는 위원장 재직시절 결국 해고를 당했지만, 도의원이 되어 오뚝이처럼 일어났고 현재 의정활동도 노동운동처럼 하고 계십니다.

저도 한때 노동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뜻을 접었습니다. 이제 글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여수산단 소식을 전담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울산지역을 대변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박석철 기자님처럼 말입니다."

- 한동안 여수산단 소식을 지역에서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심 기자님의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지난 3월 중순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는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 인재입니다. 안전을 도외시한 조급함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말해준 대형 참사의 한 사례입니다(관련기사: "안타까운 죽음 줄 이어" 대형사고 난 여수산단 '비상'). 우리나라 석유화학은 일본에서 배웠지만, 일본을 앞질렀고 이미 아시아 최대의 규모로 선진국 수준에 접어든 지 오래입니다. 대림산업은 현재 여천NCC의 50% 지분을 가진 대주주죠. 그렇다 보니 이번에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퍽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른 채 덮고 넘어간다면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는 발목인대 파열로 발에 깁스한 상태로 취재를 다녔습니다. 사고로 화상환자들이 지역에서 치료를 못 받고 타지역으로 옮겨 다니는 것에 너무 화가 치밀었습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단인 여수에 산재병원이나 화상전문병원이 없어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광주로 서울로 다니며 고통받는 현실에 분개해 쓴 '이놈의 여수는 초상만 치르는 장례식장이냐?'는 기사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집안일은 처리 못 하면서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한 적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 A/S 믿고 샀다가 완전 낭패 본 쇼파 문제를 제보 받고, 기사가 나간 후 쇼파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또 여수시와 여수경찰서가 무단횡단 사고를 줄이려고 학동 부영3단지 사거리(국민은행과 금호정육점 사이)에 있는 68m짜리 방호울타리 설치를 시작으로 여수전역으로 확대하려는 제보를 받고 구조물이 오히려 시민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잘못된 행정을 고발한 기사가 나갔습니다. 이후 철거 불가입장을 고수하던 여수시가 며칠 만에 돌연 구조물을 철거했고 횡단보도를 설치해 <오마이뉴스>의 파워를 실감했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시면서도 여행이나 문화,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기사를 쓰고 계시는데...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면서 지역신문인 <전라도뉴스>와 <여수넷통>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이빙을 좋아해 생활체육 여수스킨스쿠버다이빙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바다사랑 관련 다이빙 기사는 제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수넷통>에서 연중으로 실시하는 인문학 강좌는 문학의 깊이와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순사건 바로 알기'에 이어 얼마 전 '19금 낭만이 흐르는 에로티시즘 인문학 강좌'가 열렸고, 11일부터 설인택 박사님의 '고고학으로 들여다본 전남동부 지역'이라는 주제로 총 3강이 펼쳐집니다. 지역의 인문학 강좌가 시민의 마음을 풍요롭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되면 좋은 점은 무엇이며, 또 안 좋은 점이 있다면...
"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오마이뉴스>는 분명 영향력 있는 매체라는 것을 실감케 합니다. 그것은 기존 언론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편집부에서 전국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메인 배치'를 하다 보니 지역의 뉴스는 작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사실 힘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심히 취재한 것이 배치도에 따라 부각되는 것이 천지차이니까요. 이 기회에 부탁 드릴 점은 지역의 뉴스도 가끔 '메인'으로 배치해 주시면 전국적인 이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심 기자님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누구든 세상을 살면서 항상 자기만의 멘토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저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정신적인 멘토는 바로 <오마이뉴스>입니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제 삶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글의 힘'입니다. 혹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힘들 거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고 더 큰 힘이 되더군요. 글을 통해 불합리한 것을 바꿀 힘이 생겼으니까요."

올해 계획은 <오마이뉴스>에서 주는 상 타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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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남 시민기자의 아이들.


- 가끔 아내와 아이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기사를 쓰시는데, 심 기자님께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가족의 반응은 어떤지요?

"얼마 전 모임에서 필리핀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체험 다이빙 도중 아내를 훅 보낼 뻔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초자인 아내에게 바닷속에서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려고 수신호를 강요하다 아내가 바닷물을 왈칵 들이마셔 비상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 사건 이후 아내의 서운함은 꽤 오래가더군요. 그 얘기는 전국뉴스를 탔습니다(관련기사: 다이빙하다 사고난 아내...내가 '가해자'라니).

또한 교육방식이 특별한 딸아이의 스카프 반 선생님을 취재했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아내와 학부형들이 그 모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가장 큰 반응은 시민기자로 활동 후 아이들이 글쓰기만큼은 아빠를 무시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글쓰기 지도는 제가 하고 있거든요."

- 심 기자님께서는 <오마이뉴스> 기사 중 주로 어떤 기사들을 읽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오마이뉴스> 정치면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정치에 대한 분석력 있는 글쓰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또 여러 시민기자 분들이 쓴 사는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사는이야기로 쓰면 다루지 못할 기사가 없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빠지지 않고 보는 글은 김종성 기자님이 연재하고 있는 '사극으로 역사읽기'인데 참 재미있습니다. 고증(考證)을 통해 우리역사를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 2013년 계획이 있다면, 또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처음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세운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1000꼭지의 기사를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1000꼭지의 기사가 채택되면 글에 대한 맥을 알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1/3을 넘으니 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제가 올해 세운 계획은 <오마이뉴스>에서 주는 상을 타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달의 기자상,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에 도전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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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남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려는 기자들에게 심 기자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Never say you've learned something until it makes a change in your life. 20여 년 전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배운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뭐든지 배우면서 그것이 자기 삶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는다면 정말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결론은 실천입니다. 언론고시를 보지 않고도 시민이 기자가 될 수 있는 곳, 평범한 시민을 기자로 만들어 주는 곳, 우리 시대의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맘만 먹으면 내 목소리를 지면에 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두려워 말고 시민기자에 도전하십시오. 교대근무를 하는 저 같은 사람도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요."

-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지난 3월 중순 50년이 넘은 여수보육원으로부터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습니다. 여수보육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였습니다. 제 바람은 딱 한 가지, 여수보육원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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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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