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선택한 보수대통령, 지금이 절호의 기회

[取중眞담] 진보·보수 지지 동시에... 미국도 대화에 적극적

등록 2013.04.15 18:59수정 2013.04.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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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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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보수의 아이콘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하자 진보 쪽에서도, 보수 쪽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모이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지난 11일 남한이 대화를 제의한 뒤 북한의 첫 반응은 14일 나온 "교활한 술책" "빈 껍데기"라는 비난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같이 언급하자 청와대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발표문을 통해 "대화 제의 거부는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양측의 설전으로, 전쟁위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나온 남한의 대화 제의가 허무하게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는 15일 "11일 정부 발표 성명과 같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자신들이 제기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제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까칠한' 반응에도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지키는 것은, 북한에게서도 어느 정도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쟁 위협 내용이 주를 이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난 14일 북한의 비난은 남한 당국의 대화 태도 변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고 "앞으로 대화가 이뤄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북한으로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남한의 대화 제의 뒤 북한의 '행동'이 '잠시 멈춤' 상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화 제의 이전까지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 철수·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을 숨가쁘게 진행해왔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일인 11일과 북한의 최대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15일 사이에 북한의 군사적인 행동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대화 제의 뒤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 준비' 상태로 두고 있다.

대화 기조에 보수쪽 반발 의식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지 말길"

청와대의 14일 유감 표명도 그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가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면 이날 청와대 메시지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 여론을 대상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북한에 굴복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정부가 북한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데 대해 당시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 제의를 언론이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면 보수 진영에서 크게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우려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별다른 반발을 사지 않았다. 소수 신문이 '북한은 대화로 문제를 풀 상태가 아니다'라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보수성향 언론 중에서도 일부에만 해당한다.

오히려 납북자가족모임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당분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만류가 작용했고 일부 단체는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남북대화에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보 쪽도 마찬가지다. 진보성향 언론들은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여전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들이 나오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 등의 입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상황을 비판하긴 하지만, 정부의 대화 기조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3일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해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이 신중한 것과는 달리 관료들과 정부에는 아직 이명박 정부의 관성이 남아있어서 의식하지 못한 채로 북한을 자극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진보·보수 함께 '지지'... 미국도 재차 "우리 선택은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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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국론 통합'이 이뤄진 걸로 보인다. 진보·보수진영 양측 모두 남북간 대화를 현재 위기의 해결책으로 꼽고 있고, 이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교류와 협력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 보수성향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북한 퍼주기'를 이유로 반대에 발벗고 나섰다. 적대적 대북정책을 취한 이명박 정부 때는 민주당·진보성향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적대정책을 그만두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복원시키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인데, 반대 움직임이 거의 없다. 대외협상에서 국내 여론이 일치돼 있는 것만큼 협상력을 높여주는 것도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번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대화 기조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한국 방문 당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고,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체제도 논의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의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지는 않고 있지만, 케리 장관은 재차 협상을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14일 일본에서 동맹국 방위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의 선택은 협상이며, 협상장에 나와 지역 평화를 위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다가설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취임 초 40%대 지지율... 보수대통령의 '대화' 선택에 여론도 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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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북특사 파견하세요"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북한의 전쟁 위협을 우려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정권의 출범 직후 국정 지지도에 턱없이 못 미치는 40%대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뒤따른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은 지지도가 낮은 박근혜정부에 큰 부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려도 잠시, 보수성향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화를 선택했고 북한에 전격 제의하자, 국내 여론이 '대화우선'으로 뭉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에 적극적이어서 국내적으로도 국외적으로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현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좋아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인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부터 시작해서 대화에 응하느냐 여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물론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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