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경찰 고위층이 강한 외압"

담당 수사과장 폭로... 검찰 의혹 규명 불가피

등록 2013.04.20 09:37수정 2013.04.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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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에 경찰 고위관계자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한 가운데, 수사 축소·은폐 의혹 규명이 불가피하다. 경찰 수뇌부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향신문> 20일자에 따르면, 이 사건의 수사초기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수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경찰청에서 전화가 와서 언론에 난 수사 관련 기사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며 "한번은 경찰청의 고위 관계자가 전화로 강하게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이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의 압박 전화 이어 서울경찰청 부당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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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선기간 '국정원 정치개입' 확인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수사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서울경찰청)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경찰청이 중간 수사를 발표한 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최종 분석자료를 우리에게 안 주려고 했다"며 "우리(수서경찰서 수사팀)가 '당신들 법 위반이다'라는 말까지 하며 격렬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김씨에게 돌려주려다가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아 이를 철회한 것도 확인됐다. 권 과장은 "제출된 컴퓨터 등은 사실상 압수상태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물 관리에 대한 판단은 수서경찰서가 해야 한다고 서울경찰청에 주장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사법고시 43회에 합격해 지난 2005년 여성 최초로 경찰에 경정으로 특채됐으며, 국정원 사건 수사 도중 지난 2월 갑작스러운 인사로 송파서 수사과장으로 전보조치 됐다.


경찰은 지난 18일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 등 3명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하고 조사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A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치는 개입했지만 선거법 위반에는 법을 적용하지 않아 '강도에게 주거 침입죄만 적용한 경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78개 키워드 분석 요청했으나 고작 4개만... "나머진 무관했다" 궁색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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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서울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도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애초 서울경찰청에 김씨의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하면서 총 78개의 키워드로 국내 정치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찾아내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수사의 신속성'을 이유로 키워드 숫자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권 과장은 "처음에 항의하고 반대다가 결국 반나절 회의한 끝에 키워드를 4개(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로 줄였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이처럼 부실한 분석 작업을 거쳐 그 결과만 가지고 "김씨가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 과장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장을 통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상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권 과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경찰청은 증거분석 의뢰 시 수서경찰서에서 100개의 단어를 선정해 의뢰했다면서 그중에는 사건과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면서 '문재인·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서 분석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국정원 직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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