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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때 '비 내리는 영동교'로 감동...비법은?

[린과 함께 하는 음치클리닉③] "이제 작사까지 해야 합니다"..'데이트해줘요' 개사

13.04.27 08:48최종업데이트13.05.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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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1등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꿔본 적도 없습니다. 회사 단합대회에 나가서 우승해서 상품을 타고 싶은 의지도 없습니다. 다만, 한 사람 앞에서라도 부들부들 떨지 않고 담담히 노래를 잘 부르고 싶습니다. 조경이의 음치탈출은 가능할까요? 지켜봐 주세요!^^ [편집자말]

가수 린 ⓒ 뮤직앤뉴


가수 린과의 '음치클리닉' 세 번째 시간. 수많은 히트곡과 애절한 목소리로 10년 넘게 사랑 받는 베테랑 가수 린에게 수업을 받으며, 언제부터 이렇게 노래를 잘 했을까 궁금해졌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도 있듯이,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 내로라하는 가수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난 가수가 되기 전의 린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다. 어쩌면 선생님의 과거를 캐는 것이 나의 음치탈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과 유사한 환경에서 음치탈출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린은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신동소리를 듣고 자랐을까. 선생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만, 6살인가 할머니가 집에 놀러오셨을 때 너무 신이 나서 밥을 먹는 중에 상도 치우지 않은 식탁에 올라가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불러서 부모님과 할머니를 놀라게 했었다고. 아, 난 6살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정도를 따라 부르기도 버거운 나이였던 것 같은데.

6살 때 주현미의 곡을 부를 수 있었던 선생님의 재능을 뒷조사 하니 역시 '가족력'이 있었다. 바로 린의 어머니가 TBC 어린이 합창단 출신이고, 아버지 역시 민요와 타령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다고. 부모님이 이장희, 김세환의 노래를 좋아했었고, 늘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여성시대> 등의 라디오를 켜 놓아 어른스러운(?) 음악들을 어릴 때부터 접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남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 했을 때 린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이장희였다고 한다.

"노래 부르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재미있어 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이장희 선배님의 곡을 많이 들었고, 저도 너무 좋아해서 CD가 닳도록 들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팝도 좋아하셔서 팝도 많이 들었고요. 집에 이미자 선배님 전집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다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린의 조기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린의 친언니 또한 어릴 때부터 노래를 굉장히 잘 했었다고 한다. 교회 성가대에서 중책을 맡을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언니의 영향으로 린도 중학교 때 교회에서 언니와 함께 성가대에 서게 됐단다. 린은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소프라노, 알토 등으로 나눠 화성을 배우면서 노래 부르는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라고 회상했다.

난 합창단도, 성가대 활동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음악도 안 듣는다. 유일하게 선생님과 같은 행보는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웠던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년 반 정도 피아노를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악보를 봐도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까막눈이다. 린은 음악적 센스를 타고 난 모양이었다.

가수 린 ⓒ 뮤직앤뉴


"어릴 때 피아노를 치면서 악보를 읽는 센스를 터득했던 것 같아요. 악보가 수학적이어서 센스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악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요. 저도 모르는 '감' 같은 게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피아노를 멀리하기만 했다. 같은 시간 피아노를 배워도 이해하고 터득하는 바가 각자의 그릇에 따라서 다른가보다.

그 후 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스톰 모델 선발대회에 나가 천정명과 함께 5기 모델로 발탁됐고 잡지 일을 하게 되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놀라운 건, 당시 모델로 발탁됐던 이유가 노래를 잘 불러서였다는 점이다.

이후 주위에서 가수를 해보라는 매니지먼트의 권유가 이어졌고, 첫 번째 소속사에서 2000년 11월 이세진(린의 본명) 1집이 세상에 나와 가수 데뷔를 했다. 이후 2002년 11월에 린 1집이 나오면서 '가수 린'의 행보가 지금까지 쭉 이어졌다. 

린 선생님은 처음부터 노래를 잘 불렀을까. 이 질문에 아주 명쾌한 설명을 들었다. 기자님은 처음부터 글을 잘 쓰셨나고. 처음에는 군더더기도 많고 잘 풀어가기 어렵지 않았냐고. 우문현답이다.

6년 전 나의 글을 보면(보고 싶지도 않다), 지금도 못 쓰지만 그때는 어마어마했다. 2007년 첫 회사의 데스크가 내 동기에게 '아무개는 미문이야'라고 칭찬한 반면, 내게는 미소를 지으면서 '경이는 취재력이 좋아'라고 하셨다. 난 B형이지만 상처도 잘 받기 때문에 그 말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물론 이제 6년이나 지났으니, 그때보다는 나아졌겠지만.

"옛날에 제 음악을 들어보면, 쓸데없는 허세가 들어가 있기도 한 것 같아요. 노래하는 사람들도 불필요한 것을 불필요하다고 인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과거 제 노래를 들으면 톤도 정리가 안 됐고 쓸데없는 허밍이나 발성도 많았죠. 내가 뭘 잘 하는지도 몰랐고요.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이쪽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이 다듬어지고 더 나아지고 있겠죠. 가창력이 타고난 사람도, 자기 안의 부족한 점을 계속 채워가야 하는 것 같아요."

난 이제 한걸음을 뗐다. 린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타고난 핏줄과 센스도 없다. 그래서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이들보다 갑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누구든지 '채우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나도 채워 가면 되니까.

린의 '데이트' 가사가 적힌 종이 ⓒ 조경이


숙제검사

지난주에 선생님이 '귀요미' 곡인 린의 '데이트'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부르라는 숙제를 내줬다. 사실 '그리움만 쌓이네'보다 연습량이 부족했음을 시인한다. 그래도 자기 전에 몇 분이라도 '데이트'를 불러보았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데이트'를 부르면, 사랑하는 남자친구랑 놀이동산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튤립이 가득한 곳에 내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선생님 앞에서 숙제 검사를 받았다.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참 잘 불렀는데, 선생님 앞에 서면 또 긴장. 거기에 홍보사 대표님이랑 실장님, 매니저 두 분도 옆에서 보고 있다. 선생님이 "더 귀엽게요~~"라고 연신 외쳤다. '귀엽게' 안 된다. 그럴 때는 선생님 표정을 보고 따라 한다. 선생님은 정말 귀엽다. 나랑 나이 차이가 한 살밖에 안 나는데, 얼굴 표정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거 같다.

우여곡절 끝에 숙제 검사를 마쳤다. 생각보다 못 한 것 같은데,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래도 '퓽퓽' 만큼은 잘 하는 것 같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해서 입에 익었다.

오늘의 숙제

1. 린의 '데이트해줘요'의 가사를 새롭게 지어보기.

린 선생님이 사랑스럽게 봄의 느낌을 담아 가사를 새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비유를 써서 '봄의 산뜻한 느낌'을 전달하라는 것. 

가창 연습도 힘든데 이제 작사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린 선생님의 깊은 뜻이 있었다. 가사를 직접 써서 부르면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감성'을 키워서 노래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사연이 담긴 가사, 노래 부를 때 감성이 깊게 안 담길 수가 없다.

"음을 못 내도 감성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했잖아요. 감정에 호소해서 상대의 마음을 뺏는 게 중요해요. 그럴 때 '개사'한 노래를 부르면 상대에게 내 마음을 더 잘 전달 할 수 있고, 특히나 노래방 같은 데에서 노래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더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제일 잘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듣는 사람에게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죠. 노래의 힘입니다." 

역시 고수였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일기를 써 왔다. 그런데 누가 봐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글을 더 다듬고 더 살을 붙이면서 썼다는 것. 린은 작사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5집 앨범 때까지는 한 사람을 위해 가사를 썼다고 했다. 헤어진 옛 연인이 린의 가사를 듣고 자신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깔았었다는 사연을 전해주었다. 그 곡이 '사랑했잖아 파트2'였다. 마음이 통했다. 

"한 사람을 두고 노래했었지만 그 사람이 공감을 한다면 다수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음치 때문에 힘든 분들이 있다면 마음을 움직이는 한 노래를 많이 듣고, 그걸 자신의 이야기로 개사해서 불러보면 자신만의 음악이 될 겁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반주(MR)를 유료로 구매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반주를 사서 작사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상대에게 분명 진심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 매주 수요일에 했던 '린과 함께 하는 음치클리닉'은 린 선생님이 새 앨범이 발표 스케줄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린 선생님의 '데이트해줘요'의 가사를 개사해야 한다. 작사라....어지럽기까지 하다.  

가수 린 ⓒ 뮤직앤뉴



"린사사 팬들에게"


린 선생님이 팬클럽 '린사사'(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팬들을 위해서 <오마이스타>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다. '린사사' 분들이 '린과 함께 하는 음치클리닉'을 재미있게 구독해주시고 계시다는 말에,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해줄 것을 요청드렸다.

"노래가 나오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보이는 팬들뿐만 아니라, 제 노래를 들어주시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사실 제가 이렇게 노래를 오래 부를 수 있는 건 정말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새 앨범을 낼 때마다 하고 싶은 음악과 들려주고 싶은 노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왔는데 그런 과정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도 알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주 세세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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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과 함께 하는 음치클리닉 주현미 데이트 데이트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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