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부터 <오마이뉴스> 본사 찾아간 사연

[찜!e시민기자] 화천 소식 책임지는 신광태 시민기자

등록 2013.04.26 14:27수정 2013.04.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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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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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태 기자 ⓒ 신광태


구릿빛 피부에 털털한 말투. 그는 첫 만남에서부터 내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지역투어 현장이었다. 만나기 전부터 그의 기사를 자주 봐왔던 터라, 그가 공무원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 내 머릿속에 콕 박혀 있던 '책상에 앉아 계산기만 두드리고 '원칙'만 강조할 것 같은 공무원' 모습이랑은 달랐다 (이건 순전히 개인 생각이니, 오해 없으시길). 시원시원한 말투에, 신속한 일 처리, 서글서글한 눈빛까지…. 그렇게 신광태 기자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신광태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사회, 사는이야기, 문화 할 것 없이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 오고 간다. 공무원이라서 조심스러울 것도 같고 바쁠 것도 같은데, 그의 기사는 거침이 없는 데다 항상 여유가 묻어난다. 이번 주 '찜e시민기자'에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도 함께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아내와 찍은 사진, 딸과 찍은 사진, 가족사진까지 챙겨서 보내준, 친절한 신광태 시민기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신광태 시민기자 기사 보러 가기

"2년여 동안 200여 건...처음엔 올릴 때마다 생나무"

-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해주세요.
"저 보고 '사이비' 공무원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신 데요. 아마 틀에 박힌 업무보다, 조금 폭넓게 생각하고 일을 확대시키는 습관 때문에 붙은 별명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직업은 25년 공직생활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공무원이고, 직책은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나이는 61년생이니까 53살인데, 정신연령만큼은 30대 초반이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 2010년 2월에 첫 기사를 올렸으니,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은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첫 기사를 올리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홍보담당을 4년 넘게 했었는데, 홍보담당의 주 업무는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사에 보내고 그것이 기사화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 일은 A4용지로 한 장 반 정도 돼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보도자료를 쓰는데 언론사 지면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줄로 단신 처리되거나 뒤집어 쓰여 보도됐을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삐딱하게 보면 비뚤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당시에 제가 생각한 게 '내가 기사를 쓰자'였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오마이뉴스>입니다.

그런데 올리는 기사마다 생나무가 되는 거예요.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에 <오마이뉴스> 기사를 참 많이 읽었습니다. 최초로 기사를 올린 건 2010년 2월이 맞는데, 본격적인 시도는 2010년 12월이었어요. 그때 화천군이 '산천어축제'를 포기해야 했을 정도로 구제역이 심했는데요. 방역초소에 근무하는 직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올렸고,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년 5개월여 동안 200여 건의 기사를 쓴 것 같습니다."

- 사회, 여행, 사는이야기 등등 여러 분야에서 200여 건의 기사를 올리셨는데, 가장 애착 가는 기사 한 건만 뽑아주세요.
"사는이야기를 많이 썼던 것 같은데요. 제가 살아온 과정을 '나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6편 정도 썼었어요. 그때 어느 소설가께서 '나울 이야기'를 소설화 하면 안 되겠느냐고 전화해서 물으셨어요. 그래서 보태거나 빼거나 허구를 넣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네요. 가장 애착이 가는 기사는 동생이 사고로 죽었는데, 어머님께 8년간 숨긴 이야기가 특별했던 것 같아요('막내 죽음, 8년간 어머님을 속였습니다'). 포털에서 1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폐지를 팔면서 사시는 할아버지가 200만 원의 장학금을 낸 이야기의 기사('할아버지, 이제 제발 그만 기부하세요!')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할아버지가 고개 넘어 군인 아파트에서 병은 줍지 않을 테니 폐지를 줍게 해 달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군부대 관계자에게 연락해서 허락을 받았는데, 얼마 정도 있다가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후에 확인해 봤더니, 그 고개 너머에 있는 아파트로 폐지를 줍기 위해 스쿠터를 타고 가시다가 사고를 당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소식을 듣고 나 때문에 그렇게 되셨다는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고발기사 썼다가, 주변 사람과 소원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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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태 기자와 신광태 기자의 아내. ⓒ 신광태


- 기사 소재를 잘 찾으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시민기자 대 선배님들이 들으시면 웃을 것 같은데요. 저는 어떤 대상을 정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다음에 핵심이 뭔지를 먼저 찾고 배경을 그려나가는 방법으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 "어떻게 그 상황을 그렇게 전개할 생각을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사는이야기는 감동적이거나 아주 슬프거나 아니면 아주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서 취재할 계획을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간대별로 나열하지 않고 중간 부분을 앞부분에 쓰고, 뒷부분엔 배경을 설명하는 식으로 쓰는 편입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해 끝까지 읽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많은 기사를 쓰셨지만, 어려울 적도 있으실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울 땐 언제였나요?
"어떤 사람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하고 약속을 잡아 만났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요청했을 때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또 하루 꼬박 고민 고민하면서 기사를 썼는데, 생나무로 되었을 때입니다. '생나무클리닉'에 의뢰를 얼마나 많이 했으면 김현자 닥터님께서 저랑 통화 좀 하자고 하셨겠습니까. 방향 제시도 해 주시고,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김현자 닥터님입니다.

또 한 번은 아들 이야기를 기사로 쓴 적이 있었는데, 창피하다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심각하게 말을 하는 바람에 데스크에 전화까지 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또 모 언론사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했다가, 그것이 언론사와 군의 갈등으로 비화돼 설날 아침 일찍 <오마이뉴스> 본사를 찾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추억이지만 당시엔 상당히 힘들었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 공무원이란 직업을 갖고 이렇게 많은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어느 중앙부처에 계신 분이 '공무원이 어떻게 <오마이뉴스> 기자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을 때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 분의 말을 해석하면 '오마이뉴스는 진보 내지는 급진 쪽에 해당 되는데 공무원이 어떻게 그 분야에 글을 올릴 수 있느냐'였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을 좀 달라요. <오마이뉴스>가 맹목적인 진보는 아니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중도에 가까울 정도로 객관적이라고 보는데요.

일례로 저희 화천군수가 새누리당 소속인데 제가 군수 개인에 관한 기사를 6꼭지가량 썼고, 이게 정식기사로 채택됐다는 것입니다. 급진 언론이라면 이게 가능할까요? 또 <오마이뉴스>의 장점이 7만여 명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의 시민기자를 보유했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특히 함께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쓴소리나 지적도 거침없이 기사로 올리시는데, 그것 때문에 곤란해진 적은 없었나요?
"'잘못된 것은 고치자'라는 겁니다. 설령 그것이 개인에 국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라면 지적하고 넘어가자는 주의입니다. 그 일로 어느 분은 나와 한동안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쓴 소주 사주며 달래고 있는데, 많이 풀어졌어요. 그 이후로 고발기사는 이해 당사자에게 사전에 보여 주곤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100이면 100 모두 '쓰지 말라'고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명백하게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만 수정하고 되도록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기질 있어, 법 위반으로 징계도 여러 번"

- 공무원으로 일하신 지 20여 년 정도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 신광태'는 어떤 사람인가요.
"좀 어려운 질문인데 제 자랑 같지만, 공무원으로 생활하는 동안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고발도 당해 보기도 했고, 주민들이 만든 표창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참 다채롭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좀 쌈닭 기질이 있거든요. 좋게 말하면 적극적, 나쁘게 말하면 막무가내 기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징계도 꽤 여러 번 받았습니다."
  
- 화천군에서 맡고 계신 '관광기획'이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은 뭐고, 또 좋은 점은 뭔가요?
"말이 좋아 관광기획담당이지 '노가다'예요. 휴일도 없이 관광객 안내와 해설도 도맡아서 하고요. 그러다 보니 아내도 절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누가 시킨 일이라면 그렇게 못할 거예요. 그냥 내가 좋으니까 그렇게 하면 우리 지역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나뿐만 아니라 화천군 공무원들 다수가 '미친 공무원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사에 적극적인 것 같아요. 이것이 믿어주고 책임을 져 주는 부서장을 비롯한 단체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려운 점은... 전국 각 시군의 공통적 현상이겠지만 적은 인원으로 관광기획뿐만 아니라 관광사업, 마케팅, 축제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신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는 게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죠."
   
- 아무래도 '화천' 하면 '산천어'와 '이외수 선생'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또 소개해주실 만한 게 있나요?
"화천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린 계기가 산천어와 이외수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 외에 더 유명한 사람은 정갑철 화천군수입니다. 왜냐면 산천어축제를 만들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킨 사람이기 때문이죠. 또 이외수 선생님을 연고지도 없는 화천에 모셔온 분 또한 군수입니다. 말 나온 김에 정 군수는 <조선일보>에서 추진한 전국 자치단체장 상호평가에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장 6인방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 최근에 아내의 과거 운전버릇을 기사로 공개하셨어요. 부부싸움은 안 하셨죠? 가족들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 적극 반대하는 편인데, 집사람은 은근히 즐기는 편입니다. 단, 집사람 관련 기사는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다'라는 식으로 조언을 많이 해 줍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취재 한 번 해봐'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보다 더 적극성을 보여요. 가끔 내가 기자인지 집사람이 기자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기회를 봐서 시민기자로 데뷔시킬 생각인데 말을 들을지 의문입니다."
    
"당신의 한마디가 세상을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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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태 기자 가족사진 ⓒ 신광태


- 언제 '시민기자 되길 정말 잘했구나' 싶은가요.

"SSM, 즉 롯데마트에서 군 PX에 입점하면서 지역경제 침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 때문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일반인 출입통제라는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오마이뉴스> 때문에 우리 가족이 TV에 출연하게 되었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시민기자가 되길 잘했단 생각을 했었고요. 다른 언론에서 우리 군과 관련한 왜곡된 기사가 없어졌다는 것 등, 내가 시민기자로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소재나 기사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주세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모 언론에서 기사화되었을 때 바로잡는 역할을 좀 많이 할 것이고요. 인간 냄새나는 사람이야기를 많이 다룰 계획입니다."

- 시민기자 가입이나 기사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당신의 한 마디가 세상을 바로 잡습니다. '쫄지' 말고 쓰시고, 썼으면 과감히 올리세요. 생나무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게 다 훈련입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 편집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특별한 것은 없고, 시민기자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안을 더 강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10만인 클럽 가입 홍보를 더 다양하게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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