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뭔가 이상하다면... 질문하라!

[인도네시아 종단여행①] 자카르타

등록 2013.04.29 10:43수정 2013.04.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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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하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도심 풍경. ⓒ 박설화


실제로 어느 장소에 발을 딛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에 대한 이미지나 편견으로 그 장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오랜 여행으로 남보다는 덜하지만, 나에게도 자카르타는 왠지 한국의 도시보다 세련미는 덜할 테고, 여느 동남아의 도시들처럼 매연이 느껴질 것이며, 시끄러울 것이라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그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자카르타의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그 생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타 문화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인간이 사는 방법들의 다양함, 그러나 변하지 않는 공통점들을 발견하다 보면 '사람 사는 게 별거 없구나'라고 되뇌며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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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들 인도네시아를 떠올릴 대표적인 이미지는 다름아닌, 오토바이! 교통체증엔 오토바이 또한 피해갈 수 없다. 물론, 매연의 주범이기도 하다. ⓒ 박설화


지인 방문으로 인해 자카르타에 꽤 머물렀던 만큼 기차를 타고 족자카르타(yokjakarta)로 내려가기로 했다. 마침 지인의 친구가 한 주 전에 다녀갔다고 하니 족자카르타로 가는 기차표를 15만 루피아에 샀다는 정보를 들은 터였다. 얼마에 샀는지 정보가 있으므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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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와 무슬림 아가씨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덕에 히잡에 드레스를 입은 무슬림 아가씨를 볼 수 있는 것도 흔하다. ⓒ 박설화


"족자카르타를 가려는데요. 내일 모레 월요일이요. 아침 몇 시 기차가 있죠?"
"8시 30분 기차가 있고요, 가격은 30만 루피아예요."
"저, 실례지만 제 친구가 이주일 전에 15만 루피아에 족자 가는 표를 샀는데요. 가격이 왜 다른가요?"
"2등석은 15만 루피아예요."
"네! 그럼 그걸로 주세요.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1등석이고 15만 루피아라고 했는데...)
"2등석은 파사르 세넨(pasar senen)역에서 사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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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내, 한 백화점 모습. 이국적인 문화에 기인한 여성복의 모습이 신선하다. ⓒ 박설화


더 자세한 상황전개가 영어로는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매표소에 있는 직원들이 웅성대더니 관리자로 보이는 듯한 남자에게로 나를 안내했다.

"제 친구가 2주일 전에 족자를 갔거든요. 15만 루피아에 표를 샀다고 하던데, 지금 제가 들은 바는 달라서요."
"글쎄요. 가격이 전혀 다른데... 2등석을 사려면 파사르 세넨 역으로 가야합니다."
"혹시, 최근 기차표 가격이 달라졌나요?"
"아뇨. 최근 1년간 기차표 변동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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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시간표 자카르타에 위치한 감비르 역의 기차시간 안내판. ⓒ 박설화


돈 1~2 만원에 이렇듯, 자세하게 물어보는 것이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일이 될 순 있겠으나 확실한 정보를 알고 갔는데도 이렇게 다른 이유를 너무 알고 싶었다. 결국은 파사르 세넨역은 택시를 타고 10~15분 걸린다는 것과 1·2등석의 차이만 새롭게 알게된 채 돌아섰다.
천천히 발을 떼며 역을 벗어날 무렵까지도 호기심은 잦아들지 않았다.


'뭔가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알 수 있는 역질문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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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르 역 기차표를 사기 위한 시스템은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안내사무소 또한 있기에 이용에 불편함은 없으나 취소시 제약이 많다. ⓒ 박설화


곰곰이 생각하다 난 다시 그 직원에게로 향했다. 표를 판매하는 여직원들 뒤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그 남자 직원은 돌아오는 나를 보더니 옆 쪽의 창구로 왔다.

"저기, 실례지만 혹시 항공사처럼 프로모션 표가 있기도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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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화폐 한국 돈, 몇 백원의 소액도 지폐로 이용을 하기에 지갑이 두툼해지기 쉽다. ⓒ 박설화


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프로모션 표가 있다. 이벤트성의 일환으로 저렴한 비행기표가 일부 시간에 제공되기도 하는 것이다. 혹시나 그런 경우가 기차표에도 적용되는 경우가 있을까 해서 던져본 질문이었다. 이유를 알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고 어떤 시도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네. 프로모션 표가 있기도 하죠."

'아니, 그런 것이 있으면 미리 알려주지 그랬냐!'는 말은 기꺼이 삼켰다. 다른 언어로 대화해야 하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일 텐데 본인의 업무가 아닌 예매까지 나로 인해 해주는 것에 감사하는 게 나았다. 월요일 전후로 표가 있는지 봐달라고 정중히 부탁한 후에, 모니터를 진중하게 보던 그 직원은 급기야 대답했다.

"화요일 오전 8시 30분 표가 있습니다. 가격은 10만 루피아고 1등석입니다."

내가 들었던 가격보다 더 저렴하다니! 역시나, 시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늘 낫다.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시도 자체로 더 잃을 것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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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어느 도시건, 명품의 광고를 대문처럼 건 백화점의 모습은 비슷하다. ⓒ 박설화


덧붙이는 글 이 여행기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에 걸친 2회의 인도네시아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자카르타 교통수단 #감비르역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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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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