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긴 사람들 위한 이야기? 거절합니다

[찜e시민기자] 영화 리뷰 쓰는 유정아 시민기자

등록 2013.05.03 14:43수정 2013.05.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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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오마이뉴스> 대학생 시민기자 몇몇과 함께 '작당모의'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다짐은 이랬다. '고전 영화부터 신작 영화까지 두루두루 리뷰 해보자! 오마이뉴스 지면에 문화의 꿀을 흐르게 하는 거지.' 그렇게 우리는 팀블로그를 만들어 야심 차게 집필 작업에 들어갔지만... '망했다'.


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비롯한 몇몇 시민기자에게 '영화 리뷰 쓰기'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글 업데이트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팀블로그의 심장박동은 자연스레 멈출 수밖에. 이후 '영화 리뷰'라는 영역은 아쉬움으로 점철된 생채기로 가슴 한구석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 영화 리뷰들이 등장했다. 간결하면서도 의미를 콕콕 집어내 풀어낸 영화 리뷰를 '쏘아' 올리는 유정아(heydevil) 시민기자의 글이었다. 그래서 '찜'했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영화 리뷰의 세계를 살짝 훔쳐보려고.

유정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기왕 쓸 거면 꾸준히란 생각에 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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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꿈꾸는 유정아 시민기자. 최근 <오마이뉴스>에 영화 리뷰 기사를 쏘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인천에 사는 26살 취업 준비생입니다. 기자를 지망하고 있어요. 대학에서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지난 2월 졸업을 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기자 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시험을 대비한 스터디도 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항상 신이 나 있는 편인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석 달째 금주하고 있는 중이라 좀 침체된 상태예요."


- 가입은 2009년에 하셨지만, 최근 기사를 쏘아 올리고 계시더군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처음 <오마이뉴스>에 가입했을 때,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글 쓸 생각이 없었다기보다는, 뭔가 굉장한 주제가 아니면 안 될 거라고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김경훈(insain)·이규정(jekell)·박현진(phj9356) 시민기자였습니다. 2011년 말부터 활동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알게 된 인연들인데, 셋 다 시민기자로 시작해 <오마이뉴스> 인턴기자까지 경험한 사람들이죠. 옆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기사를 쓰고 있는 모습에 익숙해지니, 자연스레 저도 글을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뭘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이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글을 쓰다 막힐 때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죠. 이 지면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네요.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하면 '오글거리니까'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요."

- 지금까지 써온 기사를 보면, 대부분 영화 리뷰입니다. '영화'라는 영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스스로 '기왕 쓸 거면 꾸준히 쓰자'는 다짐했어요.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상 지속적으로 하는 게 더 의미도 있고, 제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다 보니 제가 싫증 내지 않고 쓸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중 틈틈이 챙겨봤던 영화들이 떠올랐죠. 가끔 서점에 가서 명작 영화 DVD를 사다 놓고,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보는 취미가 있어요. 혼자만 보기 아까운 옛날 영화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감상을 받을까 궁금한 문제작도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좋은 영화도 소개하고 궁금증도 풀어보자고 생각했죠."

- 본인만의 영화 선정 기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메이저 영화를 택하는 것 같진 않던데...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에요. 기사화되는 것만 놓고 보자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지 않은 영화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쓰려고 해요. 최근 개봉했거나, 화제에 오른 영화들의 리뷰가 주를 이루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렇지만, 리뷰가 올라오는 영화의 종류가 한정적인 것 같아 좀 아쉬웠어요.

요새는 저라도 <오마이뉴스>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좋은 영화들에 관한 글을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비록 부족하긴 하지만요. 화제성 있는 작품들은 굳이 제가 아니라도, 다른 분들이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시니까요. 그중에서도 오래된 명작을 좋아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제가 좋아하는 옛날 영화들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할 듯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는 방식을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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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되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유정아 시민기자. <오마이뉴스>가 시민들과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 자기소개 말을 보면 '가볍되 똑똑하게'라고 적혀 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일단... 저는 가벼운 사람이에요. 엄숙한 것보다는 우스갯소리나 장난을 좋아하고, 좀 짓궂은 편이죠.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성정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그 가벼움이 경솔함이나 무지로 이어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밖으로는 타고난 가벼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으로는 많은 고민과 공부를 통해서 저 스스로 '똑똑하게' 다듬고 싶어요. 그래서 어려운 주제도 쉽고 재미있게 풀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그런 바람을 담은 말이에요."

- 기사를 보니 문장이 간결해요. 그런데도 글에는 영화의 의미가 잘 들어가 있어요. 시민기자들에게 글쓰기 비법 좀 알려주세요.
"비법이라고까지 하긴 쑥스럽지만, 리뷰를 쓸 때면 '영화가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저는 영상 전공자도 아니고 영화라는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본 영화를 소개하고 제 감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영화 리뷰를 쓰기 시작했죠.

그러니 어설프게 영화의 기술적 요소를 분석하기보다는 인물과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 중 어떤 부분이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그 결과를 글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영화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주인공들이 사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과 우리가 닮은 부분을 골자로 글을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읽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죠."

- <오마이뉴스>에는 영화·음악 등 문화 기사가 별로 없어요. 이런 류의 기사가 힘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적인 평론과 저 같은 일반인들이 쓰는 리뷰가 공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영역이 문화 지면이라고 생각해요. 블로그 같은 개인 공간에 쓰이는 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 문화 쪽에는 잠재적인 시민기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 '잠재적 시민기자'들과 <오마이뉴스>를 엮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마이뉴스>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행사를 많이 열었으면 합니다. 좋은 영화의 시사회를 연다거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 같은 것들이 예가 될 수 있겠지요."

-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쉬운 글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쉽지 않은 내용을 쉽게 풀어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물론 능력도 많이 키워야겠지요. 어려운 개념이나 문제를 소위 '가방끈 긴 사람들'만 독점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인지하고 고민하도록 도왔으면 합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 편이라,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오마이뉴스>에는 영화 리뷰와 병행해, 취재기사도 하나씩 써 볼 예정입니다. 제 주변에 있는 문제에서부터 글감을 찾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를 당하는 건 난생처음이라 좀 얼떨떨하지만, 기분이 참 좋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인데 좋은 평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기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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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E시민기자 #영화 #시민기자 #유정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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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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