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눌 때는 똥 누는 일만 생각하는 게 '명상'

[서평]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기적으로 바꾸는 <틱낫한 명상>

등록 2013.05.03 13:34수정 2013.05.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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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명상> 표지 ⓒ 불광출판사

언제부터인가 친구네 집 화장실에 돋보기가 놓여있기 시작했다. 웬 안경이냐고 물었더니 볼일을 볼 때 뭔가를 읽기 위해서라고 한다. 볼일을 보러 들어가면 최소 10분 이상은 앉아 있어야 하니 그냥 멍하니 앉아 있기가 뭣해 화장실엘 들어가려면 신문이나 읽을거리를 들고 들어간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 노안이 와 어쩔 수 없이 돋보기를 가져다 놨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시간을 참 알뜰하게 챙기는 친구다. 볼일도 보고 책도 읽으니 시간을 일석이조로 활용하는 친구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느 한곳으로도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어정쩡한 시간이다. 볼 일만 보는 것도 아니고 책만을 읽는 것도 아니니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잡념의 시간들이다. 


평소의 생활 패턴으로 봐선 배변에만 신경을 써도 시원찮을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책을 읽는답시고 정신을 분산시키고 있으니 그 친구에게 있어 쾌변은 어쩜 요원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명상,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탁닛한(Thich Nhat Hanh)이 말하는 명상은 한 마디로 똥을 눌 때는 똥 누는 일만 생각하고, 책을 읽을 때는 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그 일에만 집중하며 의식하는 것'이 탁닛한이 말하는 명상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명상을 해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에게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밤마다 잠을 잡니다만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는 못합니다. 몸을 뒤척이고 얼굴 근육은 긴장돼 있고 밤새 꿈을 꾸고… 도무지 휴식이라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마음이 불안해서 이리저리 뒤척인다면 자리에 누워 있는 것이 휴식일 수 없습니다. - <틱낫한 명상> 67쪽

마음챙김은 수단이면서 목적이고 씨앗이면서 열매입니다.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마음챙김을 수행할 때 마음챙김은 씨앗이지요. 그러나 마음챙김 자체가 깨어있는 삶이에요. 마음챙김의 현존이 곧 삶의 현존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챙김은 열매이기도 한 거예요. 마음챙김은 우리를 망각과 산만함에서 자유롭게 해주며 삶의 순간들을 알차게 살 수 있도록 해주지요. 마음챙김이 우리를 살려주는 겁니다. - <틱낫한 명상> 37쪽


우리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출판한 <틱낫한 명상>에서는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명상을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여건에서도 할 수 있는 생활 속 명상이다. 그럴싸하지도 않고 거추장스럽지도 않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오롯이 자각하는 그 자체가 명상이다.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차를 타는 그 순간 순간들, 걸으면서는 걷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숨을 쉬고 있을 때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그 자체가 명상이니 가부좌를 틀고, 두 눈 지그시 감고 폼 잡으며 앉아야만 하는 게 명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불교인이라면 '나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I take refuge in the Buddha)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기독교인이라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Our Father who art in heaven)'라고 해도 됩니다. 길을 걸을 때에는 발걸음 하나에 단어 하나를 일치시킵니다. - <틱낫한 명상> 44쪽

고요히 앉습니다. 숨을 쉬면서 빙그레 웃음 짓습니다. 그대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사람의 밉거나 싫은 모습을 생각해보고, 가장 역겨운 장면을 그려봅니다. 그의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무엇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의 지각 작용을 들여다보아, 그가 어떤 사고방식과 논리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 <틱낫한 명상> 149쪽

명상, 행주좌와 어묵동정 마음챙김

탁닛한이 설명하고 있는 명상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귀천, 종교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초보 수행자 '숨결 따라가기'로 할 수 있는 명상을 설명하고 있다. 걷거나 앉거나 서거나 또는 누워서 호흡을 연습할 때 자신에게 익숙한 글귀나 구호를 이용하면 되니 제한 받을 이유가 없다.

지금 여기,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순간순간이 명상이 되고 온전한 휴식이 된다. 명상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음 챙기다보면 한 단계 높은 명상까지 익히게 된다.

온전한 휴식을 넘어 마음이 맑아지고,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행동까지도 초연해 질 수 있는 명상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탁닛한 명상>을 통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명상은 꿀물보다 달고 청량음료수보다 시원한 휴식이며, 어묵동정 행주좌와로 닦을 수 있는 마음챙김의 결정체이다. 
덧붙이는 글 <틱낫한 명상>┃지은이 틱낫한┃옮긴이 이현주┃펴낸곳 불광출판사┃2013.4.26┃값 1만 1000원

틱낫한 명상 -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기적으로 바꾸는

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2013


#틱낫한 명상 #이현주 #불광출판사 #틱낫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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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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