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쉬는 빨간날은 '뚝'
국정원 댓글, 조직적 공작 가능성 커져

[단독] 주말-휴일은 개점휴업... 대선 있던 12월 '피크'

등록 2013.05.08 11:51수정 2013.05.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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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 국정원 ID의 일별 활동 현황 <오마이뉴스>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 국정원 추청 ID 73개의 활동 3232건(글쓰기 390건, 추천 1375건, 반대 1467건)을 입수해 종합 분석한 결과 일별 추이에서 위와 같은 그래프를 보였다. 8월 27일께 가입하기 시작한 이 ID들은 9월에 왕성한 활동을 보였고,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다가 11월 중순부터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해 대선이 임박한 12월에 최고조를 나타냈다. 이 패턴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 650여개의 3400여개 대선 관련 트윗에 대한 일별 추세(아래 그래프)와 거의 유사하다. ⓒ 오마이뉴스 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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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추정 계정의 대선 관련 트윗 현황. <뉴스타파>는 지난달 27일 국정원 추정 계정 650여개가 작성한 트윗 중 리트윗 한 것은 빼고 최초 트윗을 추려보니 약 3만6천개였고, 이중 대선 관련 트윗은 3400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트윗을 일별로 살펴보면 위와 같은 그래프를 그렸다. (뉴스타파 화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검찰에 제출한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국가정보원 추정 ID 73개의 글쓰기, 추천, 반대 행위 3232건의 패턴을 조사한 결과 <뉴스타파>가 조사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의 대선 관련 트윗 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추정 ID 73개의 글쓰기 390건, 추천 1375건, 반대 1467건의 상세 자료를 입수해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27일께 가입하기 시작한 이 ID들은 9월에 왕성한 활동을 보였고,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다가 11월 중순부터 다시 활발해져 대선이 임박한 12월에 최고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국정원 오피스텔 사건'이 터진 12월 11일 밤 이후 일제히 활동을 중단하고 게시글을 삭제한 후 탈퇴했다.

이 패턴은 지난 달 27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 650여개의 최초 트윗 중 대선 관련 3400여개에 대한 일별 추세와 거의 유사하다.

민변이 디지털포렌식 방식(범죄수사에서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기법)으로 찾아낸 국정원 추정 ID 73개 중 66개는 경찰도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 일반인 이아무개씨가 사용한 것으로 지목했으며, 검찰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ID의 활동과 트위터의 국정원 추정 계정의 활동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트위터 공간에서의 국정원 공작 의혹도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는 국정원의 인터넷 정치·대선 개입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행해졌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대상자와 사이트를 확대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 사이트를 10여곳에서 15곳으로 늘렸으며,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김씨와 이씨 외에 여러명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토-일-추석연휴에는 활동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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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ID의 글쓰기-추천-반대 활동 상세 현황 '오늘의 유머' 국정원 추정 ID 73개의 활동을 글쓰기와 추천, 반대별로 나눠 살펴보면 위 그래프를 그린다. 11월 중순부터 대선이 다가올수록 반대 행위 뿐 아니라 찬성, 글쓰기 행위도 증가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모든 활동이 극적으로 줄어든 점이 한눈에 보인다. ⓒ 오마이뉴스 봉주영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이 사용한 73개 ID의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9월 2~3째 주에 반대 행위가 집중됐다가, 9월 18~19일 운영자가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올리자 잦아들었지만 11월 중순 이후부터 다시 노골적으로 반대 행위를 했다. 특히 11월 중순부터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반대 행위 뿐 아니라 찬성, 글쓰기 행위도 함께 증가해 전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약 4개월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활동이 극적으로 줄어든 점이다. 11월 중순 이후 활동 그래프가 닷새동안 높다가 이틀간 낮아지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에서 한눈에 확인된다. 또한 9월 29일~10월 1일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에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 73개 ID의 글쓰기, 추천, 반대 행위는 거의 0이거나 1 정도로 집계됐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은 "국정원 ID그룹은 철저하게 근무일, 근무시간에만 움직였다"면서 "이는 지시와 관리감독에 의한 조직적인 행위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적 개입' 수사 진전... 연루 국정원 직원 여러명 추가 확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심리점보국 직원 여러 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한 관련 사이트도 기존 10여개에서 15개로 확대했다. 전체적인 수사 상황이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 부분에 진전이 있는 양상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7일 "수사 대상 사이트를 좀 늘렸다, 15개까지"라며 "다른 국정원 직원 ID도 확인되고 글도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찰은 오늘의 유머, 뽐뿌, 보배드림 외에도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과 일베, 디씨인사이드 등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5개 정도가 추가되면서 향후 수사 진척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트위터 계정에 대한 의혹은 외국 서비스라는 점에서 수사력이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찰 수사에서는 국정원 직원 김씨와 이씨, 일반인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민변은 이들이 활동한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최소 한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이트도 더 늘어난 만큼 관련된 국정원 직원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검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건의 진상과 죄책 여부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검찰 #오늘의 유머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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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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