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e사람39화

"1억원 모아 개인 인공위성 쏴올렸어요"

[e사람] 미디어아티스트 송호준씨... "스크린골프가 창조경제요?"

등록 2013.05.10 14:38수정 2016.10.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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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티스트 송호준씨가 4월 19일 쏘아올린 자신의 인공위성 오픈샛(Open Sat) 여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김동환


"인공위성 발사가 보름 전에 있었는데 당신이 처음으로 찾아온 기자에요."

부끄러운 '단독'이었다. 락 뮤지션을 연상시키는 긴 머리카락 속 얼굴은 발사 당일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표정보다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이렇게 반응이 없을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한국이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로) 이해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그에게 지난 달 19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2008년부터 만 5년 동안 준비해왔던 개인 인공위성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날이었기 때문.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을 전공한 그는 이 작업을 위해 청계천 등을 누비며 재료를 구해 직접 인공위성을 만들었다. 인공위성을 로켓에 싣는데 드는 '우주행 택배비' 1억여 원도 자비로 부담했다. 제작 및 발사 전 과정을 무료로 공유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그의 인공위성은 무사히 우주로 날아갔다. 이제 한국의 작업실에서 분리된 인공위성이 쏴주는 전파를 잡아 궤도만 파악하게 되면 무선 인공위성 조종이 가능해지고 최종적으로 발사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송씨는 귀국 후 열흘이 지나도록 밤새 돈을 버느라 정작 인공위성 탐색 작업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월 85만 원인 작업실 임대료가 열 달 넘게 밀려있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쌓인 임대료보다 송씨를 더 지치게 하는 것은 그의 작업에 무관심한 국내 분위기다. 그가 해외에서 열리는 몇 천 명 규모의 해커 컨퍼런스나 IT, 디자인 분야 컨퍼런스에 뜨면 '난리'가 난다. 반면 한국에서는 위성 프로젝트 경험을 나누고자 해도 듣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송씨는 그 이유로 바쁘고 각박한 한국인들의 생활과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지금은 카이스트로 통합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미디어랩을 수료한 그는 한국이 육성하려고 했던 '융합 인재' 1세대이기도 하다. 송씨는 이날 인공위성을 올리게 됐던 이유와 프로젝트 전후로 느꼈던 소회, 전기·전자 엔지니어링과 인문학을 융합한 예술 작업으로 '먹고 사는' 자신이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지하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1시간을 예상했던 그와의 만남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송씨는 밀린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요즘 밤새 상업적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30분 주기로 작업처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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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가 제작한 인공위성 발사 포스터. '4.19'라는 발사 날짜와 함께 정면에 서 있는 송씨 뒤로 로켓이 보인다. ⓒ 김동환


5년 걸린 개인 인공위성 발사... 끝나자마자 생활고로

- 수년간 준비해온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마쳤습니다. 1998년부터 상상했던 프로젝트라는 얘기가 있던데. 정말인가요?
"(웃으며) 아니요. 1997년에 대학에 입학했으니 1998년에는 술 마시고 토하고 '깽판'치는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었을 시절이죠.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2008년 12월에 처음 발표했어요. 개인이 인공위성을 로켓에 담아서 날릴 수 있는지 여부만 확인해봤는데 된다고 해서 그냥 발표했지요. 그때도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건 없었습니다."

- 계획도 없이 무슨 '깡'으로...인공위성이 애들 장난도 아닌데요. 
"처음에는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인공위성 제작은 그렇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인터넷 찾아보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 본격적인 인공위성 제작은 언제 시작했나요.
"가로, 세로 10cm에 무게 980g인 개인 인공위성 오픈샛(Open Sat)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부터에요. 프랑스 인공위성 발사 업체랑 가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2012년 8월로 잡혔거든요. 그런데 발사 일정이 올해 4월 19일로 한 차례 연기되는 바람에 처음 만든 건 부수고 더 복잡한 기능을 담아서 다시 만들었죠."

- 발사 비용은 티셔츠를 팔아서 충당했다고 하던데 얼마나 파셨어요?
"그게 제가 계산을 잘못한 게 1만 장을 팔아서 1억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티셔츠 1만 장 맞추는데 1억 넘는 돈이 들더라고요.(웃음) 티셔츠는 조금씩 만들어서 600장 정도 팔았고 나머지는 제가 돈 되는 작업 더 하는 식으로 벌어서 충당했어요."

- 발사는 성공했나요?
"제 인공위성은 작아서 다른 큰 인공위성에 붙여서 올린 다음에 우주 공간에서 용수철 장치 같은 걸로 분리시켜요. 분리는 성공적으로 됐는데 아직 신호를 수신을 못 하고 있어요. 인공위성 떨어지기 전에 찾아야 되는데 제가 먹고 살기가 바빠서...(웃음) 인공위성 작업 하느라 돈벌이를 못 해서 10개월 치 집세가 밀렸거든요. 그래도 오늘 전파 수신용 안테나 옥상에 설치하려고 케이블 사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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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송씨의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 송호준


- 빨리 못 찾으면 인공위성이 떨어지나요? 지구로?
"아마추어들이 합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궤도는 지구 바깥이긴 한데 낮아서 중력의 영향을 조금씩 받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기권과 가까워지고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 공기와의 마찰로 타버리죠. 빨리 제어를 해 줘야 하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요즘 생각이 많아졌어요."

- 어떤 생각이요?
"결과가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가 하는 물음이죠. 인공위성을 만들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기능을 구현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인공위성 모듈을 구입해서 장착하는 방법도 있고 간단하게 배터리만 잔뜩 쑤셔넣고 올릴 수도 있지만 '개인 인공위성'이 타이틀이니까 저는 실패를 하더라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태양열 충전이랑 LED를 점등, 통신 기능 등등을 넣었죠. 소프트웨어도 직접 짰어요.

근데 지금 와서는 결과가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이 반응이 없으니까. 제 작업을 후원해주겠다는 분들이 하셨던 말도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성공하게만 해라'가 대부분이었죠. 모듈 사서 쏘라는 분들도 계셨고... 사실 모듈 사서 하는 게 훨씬 싸거든요."

-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하면서 뭘 얻었나요?
"금치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웃음) 우선 인공위성 분야에 대해서 말할 때는 전세계 어느 대학원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죠. 그리고 '세상에 그렇게 어려운 건 없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어요. 기본 지식은 다 인터넷에 있고 없는 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가르쳐 주더라고요. 솔직히 개인이 인공위성 올려보내는 데 얼마가 드는지 같은 건 알 수 없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이메일 보내면 답이 꼭 왔어요.

인공위성 발사에 드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1억 원이 좀 넘어요. 그걸 몇 번 나눠서 '할부'로 냈는데 한 번에 2800만 원씩 프랑스 인공위성 발사 회사에 부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이 돈이면 벤츠를 사고 물 콸콸 나오는 샤워기도 살텐데'."

- 샤워기는 왜요?
"이전 살던 집이 수압이 낮아서 바가지로 목욕을 했어야 했었거든요.(웃음) 이런 식으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이 작업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확인해야 했어요.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하는 질문 말이에요."

-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이제 끝난 건가요?
"당장 막아야 할 돈들을 좀 막고 나면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할 거에요. 발사업체 선정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부품은 청계천 어디 가서 사는지, 러시아는 어떻게 가는지 등등. 정리를 할 것. 자료가 4~5테라바이트 정도 있는데 그걸 어떤 형식으로 공개할지 고민 중이에요. 비슷한 내용의 책도 써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개인이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가. 제가 느꼈던 개인적인 고민은 빼고 순수하고 재밌게 과정만 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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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씨의 작업실. 송씨 등 뒤로 보이는 'Science is Fantasy'라는 문구는 '과학은 정치적인 것이며 사람들이 어떤 과학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는 의미다. ⓒ 김동환


"인공위성? 인터넷 찾아보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

개인이 인공위성을 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송씨 역시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5년 동안 많은 갈등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가 인공위성 발사를 꿈꿨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 자비로 1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가면서 굳이 개인 인공위성을 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개인이 뭔가를 하고자 했을 때 거기에 필요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는 '우리가 뭘 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라는 메시지로 정리가 됐지요."

- 우리가 뭘 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네. 뭘 선택하든 의지 또는 오기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의미에요. 어떤 일이 되고 안 되고는 그 일에 임하는 태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필요한 지식들은 인터넷에 다 있어요."

-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네요.
"저는 무엇인가에 미쳐있는 싸이코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재밌게 놀고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한국에는 도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요. 굳이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시도하는 무엇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건데 100% 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만으로 인공위성을 띄운 건 아니에요.작가로서 제 작업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컸어요. 저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 왜 하필 인공위성이었나요?
"개인이 선택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이 바로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공위성은 왠지 개인이 못 쏠것 같잖아요? 그래서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또 하나는 제가 유난스러운 지식 권위주의를 싫어해요. 컨텐츠가 권위를 가지면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우주과학을 한다고 하면 영웅 비슷하게 경외감을 갖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그게 첨단과학이라기보다는 대중에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이걸 찾아서 대중에 공개해버리면 인공위성은 더 이상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되지요. 그러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토론할 때 비로소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요."

- 원하던 대로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나요?
"글쎄요.(웃음) 한국은 사회적 분위기가 외국이랑은 좀 달라요. 외국에서는 제 작업에 적극적인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요. '에코파티'라고 해서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커 컨퍼런스가 있어요. 여기 초청받아서 5000명 앞에서 발표했는데 전원이 기립박수를 쳤죠. 디자인 컨퍼런스에서는 자기 배에다 싸인을 해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고….

스웨덴 말뫼라는 도시에서는 돈이 많은지 저를 4번이나 불렀어요. 한 IT 컨퍼런스에서는 제가 발표를 하니까 미국에서 발표자로 왔던 어떤 60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울먹이면서 저한테 '이게(개인 인공위성)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홍대 앞 '상상마당' 이란 곳에서 한 번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신청하는 사람이 없어서 무산된 적이 있어요.(웃음)"

-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반응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더 재미나게 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게 후회스럽죠. 한국 사람들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바빠서 그런 것 같아요. 여유가 없고... 다른 생각 못 하고 다들 한 방향으로 달리잖아요.

웃긴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제가 위성 발사한 게 한국 언론 기사에 이런 식으로 나갔어요. '러시아에서 생물학실험용 인공위성을 발사했는데 거기에 이런 저런 나라의 소형 인공위성이 함께 발사됐다. 그중에는 한국 것도 있다. 외신 기사 보고 베껴 쓴 거죠. 그런데 그 기사에 '한국 꺼는 누가 만든 거야?'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그런데 엉뚱하게 제 아버지가 거기에 '송호준이 만들었소'라고 댓글을 다셨더라고요.(웃음) 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되요. 사실 그런 점에서는 국내 언론들에게도 좀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죠."

- 혹시 다음 작업도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나요?
"네. 인공위성의 특징이 외부 자극에 강하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우주공간에서 작동을 해야 하니까. 저는 여기에 복사·붙여넣기가 쉽지만 삭제도 쉬운 디지털 자료를 넣고 싶어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삭제 불가능한 디지털'이 작품 콘셉트가 되겠죠.

이 작품에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 친일파 명단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넣을 생각이에요. 저는 '양아치'들이 싫어요. 왜 그 사람들이 요즘 다시 나와서 역사를 마음대로 바꾸고 합리화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람들이 득실대니까 이 사회에 다양성이 없지 않나 생각해요. 본질적으로 기회주의자나 양아치들은 다양한 생각 보다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식만을 강요하고 합리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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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가 쏘아올린 인공위성 오픈샛(Open Sat). 고휘도 LED와 통신모듈, 태양광 충전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오른쪽에 있는 열쇠고리는 로켓 발사 직전에 발사체에 부착된 인공위성에서 뽑아내는 장치다. S-RBF는 Satelite-Remove Before Fire의 약자. ⓒ 김동환


"창조경제? 다양성 기반한 생태계부터 만들어야"

송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걸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그는 전자·전기 엔지니어링을 도구로 이용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융합적 사고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한 직업을 가진 셈이다. 한국형 융합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미디어랩도 거쳤다. 그러나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융합형 인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송씨는 창의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창조 분야 선정해서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는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날선 조언을 내놨다. 그는 "국가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진정한 저력을 가진 창의 인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융합 대학원을 나오셨더라고요?
"대학교 때 공학 공부가 재미가 없었어요. 스노보드를 무척 좋아했는데 프로 스노보더를 꿈꾸면서 연습하다가 제가 뼈가 너무 많이 부러졌어요. 그렇게 부러지고 붙고 살다보니까 어느덧 졸업 때가 왔더군요. 우연히 무슨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MIT(메사츄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을 다룬 걸 봤는데 뭔가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공부를 안 했으니까 MIT는 바로 못 갈거고. 고민하고 있는데 한국정보통신대학교라는 곳에 미디어랩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노무현 정부 때 융합형 인재 키운다고 융합대학원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였지요. 막상 들어가보니 수업은 그냥 공대 수업이었죠. 저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멋진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그때 제가 배운 걸 보면 융합 같은 건 학교에서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자퇴했어요."

- 그럼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인디 밴드도 하고 브라질 음악도 하고 신나게 놀다가 문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기술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는 솔직히 지금도 제가 하는 행동이 뭔지 모르겠어요. 뭔가를 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미디어 아트라고 말해주고 작가라고 불러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 거죠. 작가라고 하면 남들이 간섭 못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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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공위성 발사업체 노바나노 직원들이 4월 1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러시아 인공위성 Bion-M1 위에 송호준씨의 인공위성을 부착하고 있다. 좌측 붉은 띠를 두른 사람이 송씨. ⓒ 송호준


- 인공위성을 띄우겠다는 독특한 생각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예술가 기질'에서 나온 거로군요?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남 시선이나 사회 시선을 무척 신경쓰는 편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달리기 선수도 하고 싶고 밴드 보컬도 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평범한 아이었어요. 그런 것보다는 우선 공부를 잘해야 사회에서 인정을 받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공부를 했지요. 아마 우물쭈물하다가 대학원에서 자퇴 못하고 석사 받았으면 지금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거예요."

- 자퇴 성공이 비결이군요?(웃음)
"(웃음) 아까도 말했지만 자기 욕망에 대한 태도가 중요해요.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나 이거 할래'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아요. 얼마 전에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 개썰매를 좋아하는 남편이 나왔는데 개썰매 대회에 2~3억 원 쓴다니까 사람들 댓글 99%가 이래요. '남편새끼가 저렇게 이기적일 거면 결혼을 하지말지'. 제가 보기에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주의가 이런 풍토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런 풍토가 과연 우리 사회 전체를 이롭게 만드는지도 반드시 곱씹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융합된 제품 개발은 최근 많은 국내 기업에서 관심을 쏟는 분야기도 합니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징은 박리다매 아닌가요. 뭔가 새로운 걸 원하면 실패가 있어야 하는데 실패를 감수하는 기업은 없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대기업 신사업팀에 친구가 있는데 이 팀은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 외국 자료부터 찾아요. 그리고 안전하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살짝 바꾸는 거죠.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단기적으로 성과를 못 내면 팀이 없어진대요. 회사가 새로운 제품 개발 쪽으로는 관심이 없는 거죠."

-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는요? 그쪽도 '창의적 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저 그쪽에 할 말 많아요.(웃음) 저는 창조경제 하면 스티브 잡스나 아이폰이 떠올라요. 결국 잡스 같은 사람을 육성해서 아이폰 같은 거 만들라는 얘기잖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젯거리는 아니지만 스티브 잡스의 핵심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뛰쳐 나갔던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그런 게 가능해야 우리도 창조경제를 할 수 있겠죠.

우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다양성에 기반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대학생 99% 이상이 토익, 토플 공부에 매달려요. 젊은 애들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포기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서 무슨 창조며 창의가 나오겠어요."

- 창조경제의 해답도 다양성에 있다는 뜻인가요?
"네. 덧붙여서 정부에서 창조 분야를 선정해서 지침을 내리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해요. 스크린골프가 창조 경제라니 우습지만 그건 일단 접어두더라도 그렇게 지원방향을 정해서 창업지원을 하게 되면 창업이 그쪽으로 몰리게 되요. 역효과만 나는 거죠. 예술 지원기금도 그런 식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딱 그런 식으로 돌아가거든요.

저는 창조라는 말도 싫은 게,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어디있어요. 그저 가치의 다양한 조합이 있는 거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공존을 위한 차별금지법안 같은 것도 된통 욕을 얻어먹고 있는데 우리가 과연 가치의 다양한 조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송호준 #스크린골프가 창조경제? #OCCI #개인 인공위성 #인공위성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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