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사보고 이효리한테 연락오면 좋겠다"

[찜e시민기자] 얼굴멘토 권용현 시민기자

등록 2013.05.10 17:30수정 2013.05.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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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솔직히 고백하련다. 쌍꺼풀이 없어서 불만이었다(과거형으로 쓰고 있지만 불끈불끈 불만이 솟구칠 때가 지금도 종종 있다). 20대 어린 시절 왜 쌍수(쌍꺼풀 수술의 줄임말)를 하지 않았는지, 30대에 진입해서까지 '쌍수(雙手)' 들어 후회한 적도 있다. 크고 분명한 눈매에 짙은 아이라인, 긴 속눈썹을 가진 여인네들을 동경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난 열 번이고 기꺼이 져줄 수 있을 만큼 부러웠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열이면 열 "넌 안 하는 게 나아"라고 말했다. 뭔가? 난 쌍수를 하나마나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건가? 오해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 어린 나이에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번주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얼굴멘토 권용현 시민기자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물론 주관적인 것이지만, 성형외과 의사인 그가 '내가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만약 욕심을 부려 쌍수를 했다면 지금의 내 인상은 영영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야흐로 과유불급의 시대. 얼굴멘토를 자청한 권용현 시민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 권용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생명과는 상관없는 의사, 그래도 '존재' 이유는 있다

- 기자 소개를 보니, 비수술 얼굴성형 진료를 하신다고. 어떤 업무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술하지 않고 얼굴에 손대는 일을 한다. 주로 레이저와 주사제를 이용한 미용시술을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톡스, 필러 등과 녹는 실을 이용한 리프팅, 비수술적인 눈꺼풀 교정 등의 시술을 본업으로 한다. '쁘띠성형'이라는 말로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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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시민기자 ⓒ 권용현


- 글을, 그것도 <오마이뉴스>에 쓰게 된 결정적 계기같은 거라도 있었나. 본업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실 것 같은데.
"원래 글쓰기를 좋아한다. 잡지에 실리는 도움말이나 보도자료를 작성하기도 한다. 주로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 글을 쓰다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때 마침,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남한테 전달하기 위함도 있지만,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막연한 관념으로 존재했던 내용을 글로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자료의 출처도 확인을 해보고, 생각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이미지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콘텐츠들을 강의나 진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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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시민기자 ⓒ 권용현

- 연재명이 '이름다운 얼굴이야기'다. 이 연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뭔가.
"의사라는 직업이 욕을 많이 먹고 있다. 우리가 이상적인 의사로 생각하는 모델은 '허준'이나 '슈바이처' 아닌가. 자신을 희생해 환자를 치료하는 이타적인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필자와 같은 '미용의사'이다. '아픈 사람을 고치지도 못하면서 돈을 번다'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것 같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같이 의사가 되었던 동기들이 생명을 살리는 '의업'을 행하는 데 반해, 생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병원을 운영하려면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찾아오는 사람들의 욕구를 부채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직업 윤리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런 고민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다보니,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란 건강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잡게 되었다. 연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 화두에 대한 고민이다.

'아름다운 얼굴'에 대해 항상 이야기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은 왜 아름다운 얼굴인지?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감정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기왕이면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논리적인 단어로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결론은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뒷받침이 되는 근거를 찾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얼굴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 말한 대로 본업과 글쓰기 사이에서 충돌하는 점이 많을 것 같다. 기사를 보면,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 보기 좋은 얼굴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럼 먹고 사는 데도 지장이 있지 않겠나.
"모든 사람이 건강해지면 의사란 존재는 필요 없어질까? 범죄가 사라지면 경찰관이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가 있다. '왼손은 거들뿐'. 필자의 본업은 거드는 것이다. 타고난 모습을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넌 못 생겼어. 못 생겼으니까 취직도 힘들고 연애도 못 해. 취직하고 연애하려면 원래 타고난 모습을 바꿔야 해' 이건 좀 아니라는 거다. 그런 메시지를 좀 강조하려다보니 본인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같다. 사실 나름 먹고 살기 위해 애를 쓴다."

- 기사와 관련해서 동종 업계 사람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받을 것 같기도 한데….
"별로 안 유명해서인지 견제는 아직 없다. 다만, '보톡스 안 맞는 배우'에 관한 기사는 자주 가는 학회 게시판에도 올라와 있었는데, 학회 의사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글을 쓰는 목적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함은 아니다. 진정성을 회복하자는 게 주 목적이니까 공감을 해주시는 동종업계 분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강의나 교육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사실, '얼굴의 美'라는 것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가르치지는 않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의사들 같은 경우, 기술적으로는 자신 있는데 어떤게 자연스러운 건지, 어색한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앞으로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의사, 상담실장 등)을 대상으로, 얼굴 미학을 주제로 한 교육 과정을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다."

"문제의식 생기게 하는 시민기자 활동, 책임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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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시민기자 ⓒ 권용현


- 한 석달 정도 시민기자로 살아보니 어떤가. 특별히 달라진 게 있다면?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있다. 원고료도 꼬박꼬박 주고. ^^ 시민기자로 지내다보니 문제의식이 점차 생기는 것 같다. 소재 발굴을 위해서는 당연한 것 아니겠나. 예전에는 기사라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 정작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기사를 쓰다보니, 내가 쓴 기사가 평가 받는다는 자체에 책임감이 느껴진다. 적어도 기사로서는 중도를 지켜야 하니까, 때로는 홍보로 느껴질까봐 내용을 뺄 때도 있다."

- 댓글이나 쪽지 등 독자 반응은?
"잘 읽었다는 내용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쪽지 기능이 있는가? 상담 같은 거 온 적 없는데…(잠깐, 눈에서 땀이 난다)."

- 송고한 기사 가운데 특별히 애정이 가는 기사가 있다면?
"다 애정이 간다. 그 중에서 '이효리처럼 웃어라, 행복해지고 싶다면...'은 내가 이효리팬이라서 특히 애정이 간다. 이 글을 보고 이효리씨한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아… 지금 남자친구가 있구나. 아쉽다. 그리고 '사극에 쌍꺼풀 성형미인이 웬 말이냐'는 정말 방송국PD들에게 돌리고 싶은 기사다. 또 포털 메인에 등극했던 기사 '보톡스 안 맞겠다고 하는 배우들'도 기억에 남는다. 그 이후에 네이버 포털 정책이 바뀌어서 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어졌다는 게 좀 아쉽다."

- 예뻐지려고 피부과나 성형외과 찾는 사람들이 결과에 대한 만족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그로인해 오는 스트레스나 중압감 같은 것도 있을 것 같다.
"컴플레인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리고 중압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편이다. 결과에 대한 만족이 다르다는 건 미의 기준이 다들 다르다는 것이고, 똑같은 단어에 대한 해석이 다들 다르다는 것이다. 시술을 하기 이전에 시술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기대치를 제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진단에 관심이 많다. 매출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성향이긴 하다."

-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이 많은 만큼,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섹시하고 매력있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얼굴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을 보는 편이다. 원래는 이효리씨가 이상형이었는데, 지금은 방황하고 있다."

- 이후 계획이 있다면 그리고 편집부에 할 말이 있다면.
"좋건 싫건 우리나라는 '성형강국'이 되어버렸다. 외형적인 규모가 많이 커지고, 세계적으로 한국의사의 활동도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규모를 넘어서 '미의 기준'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주로 서양인을 중심으로 미의 기준이 성립되었다면, 앞으로는 동양인을 중심으로 한 미의 기준이 확산되리라 본다.

'미학'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의사나 상담직 혹은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일회성 강의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만들려고 기획중이다. 기왕이면 세계적으로 보급하고 싶다. '얼굴의 진정성'에 대한 캠페인도 할 예정이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의 매력을 발굴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 끝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한 마디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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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멘토 #권용현 #찜E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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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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