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청년 5명의 떼죽음, 왜 진실 감추나

[取중眞담] 사망사고 끊이지 않는 현대제철 공장, 이유는?

등록 2013.05.11 17:27수정 2013.05.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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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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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 심규상


5.10
남아무개(25), 최아무개씨(30), 이아무개씨(32), 홍아무개씨(35), 이아무개씨(44)
제강공장 작업 중 아르곤가스 누출로 중독사 추정

지난 10일 새벽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제강공장 전로 안에서 노동자 5명이 집단 사망했다.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고로(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옮겨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로를 보수하던 중이었다. 동료직원들은 "질식 위험이 있는 곳인데도 방독 마스크 같은 안전장비 없이 작업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르곤 가스 배관 주입 작업은 가장 마지막 공정에 이뤄져야 하는데도 전로 보수 작업도중 예고 없이 가스 배관 작업과 가스 주입이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제철에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1월 말로 가보자.

당시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는 현대제철의 무리한 공사 재촉으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현대제철 당진공장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의식불명에 이른 직후의 일이다. 당시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현대제철의 노동문화는 경악할 만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하청업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2012년]
 9. 5/  홍아무개(50)씨, 쓰러지는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
10. 9/  이름 미상(43), 사다리 타고 올라가던 중 6600V 고압에 감전돼 추락사
10. 25/ 이 아무개(56)씨, 기계설치 작업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
11. 2/  이름 미상(53), 작업 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바다로 추락한 후 사망
11. 8/  나 아무개(43)씨, 설비 설치 공사 도중 추락사      
11. 9/  신 아무개(33)씨, 기계설치 작업 중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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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1일,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와 플렌트노조 충남지부가 현대제철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현황을 설명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노조 측은 "안전장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무리하게 공사해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또 "최소한 추락방지 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만 갖췄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을 분개하게 한 일은 또 있었다. 

"사망사고가 난 경우 통상 1주일 정도의 공사 중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현장조사를 제지했다. 공사현장 노동자를 현장 밖으로 내보낸 후 증거를 없애고 사고현장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글로벌 기업이 벌이는 공사현장이라고 믿기 어렵다" (노조원 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증언한 내용)

이들은 사람이 죽어도 공사를 계속하는 노동문화를 꼬집었다. 이들이 5개월 전인 이날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 수립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 기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근로감독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현장조사를 통해 추락방지 시설 등이 미비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안전진단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는 "사망사고가 나도 원청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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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일 현대제철 서당교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53)가 교량 직업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바다에 떨어져 사망했다. 노조측은 작업시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심규상


"사람 죽어도 공사 계속하더니...추가사망 막을 수도 있었다"

그로부터 5개월여 만에 안전사고로 또 5명이 사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관계자는 "당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원청업체에 무거운 책임을 내렸어도 추가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정치권은 애도 표명에 이어 현대제철과 관계당국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정부는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철저한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유해위험사업의 사내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 옳은 얘기다. 그런데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산재사망사고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매번 처방전만 남발할 뿐 이를 치료할 알약하나 변변히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재해 사상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유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원청인 현대제철 측의 사과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 또 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이다. 노동계는 안정성 담보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단할 것과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5개월 전 주장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제철 #안전불감증 #경제협력개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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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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