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유쾌한 성미산 마을, 영화로 보고 함께 즐기고...

[리뷰] 영화 <춤추는 숲>을 보고

13.05.13 13:30최종업데이트13.05.13 13:30
원고료로 응원
성미산 마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감독 강석필, 프로듀서 홍형숙) 시사회에 다녀왔다. 역시나 성미산 마을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성공한 마을공동체로 외부에서 탐방단이 줄을 잇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를 만들고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협동의 계기를 통해 형성된 파란만장한 역사적인, 정신적인 산물이었던 것이다.

영화 <춤추는 숲>은 조용한 가운데 생기가 넘치는 마을 장면을 담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안녕, 맥가이버! 안녕, 호호!"

마을사람들은 늘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감독(강석필 별칭 맥가이버)과 프로듀서(홍형숙 별칭 호호)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양육을 고민하다가 12년 전 성미산마을로 이주한다. 부부의 아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며 동네 상징인 성미산에 가서 놀고 배우며 성장한다. 성미산은 아이들과 주민들의 삶터이자 배움터이자 놀이터인 것이다.

주민들 대다수는 답답한 도시생활의 틀을 벗어나 나만 잘살면 된다는 기성의 제도에 의문을 던지고 마을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어진 도시에서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어울려 살아간다. 그들은 마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고 대안교육 장소인 성미산학교를 만들고, 카페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장소와 의미들을 만들어가며 마을을 만들어간다. 

2010년, 봄 이렇게 평범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 한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여기부터 감독의 카메라는 학교이전에 따르는 성미산 훼손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과 100인 합창단으로 상징되는 협동과정, 파란만장한 과정을 세세히 그리고 있다.

산이 위태로워지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인다. 교육재단은 교육적 자세는 뒷전이고 학교이전을 통한 개발이익 등을 취하려는 의혹을 풍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주민들은 생명과 상해의 위협을 느끼며 사태가 심각해질 때마다 맨몸으로 포클레인을 막아선다. 막다른 싸움이었던 것이다. 흡사 영화 아바타를 생각나게 하는 그런 상황이다. 산을 지키는 과정은 파란만장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역시 그들답게 춤추고 노래하며 남다르게 풀어낸다.

참고로 내가 2010년 6월 지방자치선거를 거치고, 8대 시의원이 되어 8월 처음 등원했을 때 성미산 싸움은 이미 7대 시의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내가 속한 제 8대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도 성미산마을 민원을 접하고 직접 현장방문을 하기도 했으나 이미 법적으로 전세가 기울어져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잘못된 결정은 관료주의 속에서, 교육청의 무관심속에서 위례신도시에서 혹은 SH공사가 건설하는 내곡동에서 간헐적으로 진행 중이어서 학생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라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춤추는 숲> 영화를 제작한 홍형숙 감독은 영화 <두밀리>를 만든 감독이다. 그녀와 나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영화 <두밀리>는 오래전 경기도 가평 두밀리에 마을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오래된 학교가 있었는데 학교운영효율화로 분교가 마구 없어지고 스쿨버스로 인근 가평군의 큰 학교로 통학이 결정되면서 주민들의 마을 학교지키기 위한 기록영화이다.

동네에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마을의 문화와 역사의 정신적인 상징이 소멸된다는 것을 뜻했다. 나는 그때 교육시민단체 회원으로서 두밀리학교 지키기 싸움에 참가했었다. 수많은 재판과 학교운동회 등 다양한 행사들, 우리는 다달이 참가하며 힘을 보탰고 홍 감독은 그 모든 과정을 열정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결국, 우리는 학교를 지켜내는데 실패했었다.  공권력에 의해 파괴되는 공동체의 상징을 지킨다는 것은 공동체정신을 지키는 것인데 우리는 판판히 지고 있었던 것이다.  성미산도 그랬던 것이다.

개발!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없이 살던 때'가 이웃과 훨씬 정겨웠다. 오래전 강북의 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동네 엄마들과 몇 차례 크고 작은 송별 모임을 했었는 데 백미는 작별을 아쉬워하며 아파트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어 온동네가 모여 송별회를 열어준 것이다.

그 이웃들은 내가 김칫거리를 소금에 절여두고 외출했을 때는 오며가며 배추를 뒤집어 소금 간이 잘 배게 해주었고 가끔 우리 애들을 건사해주기도 했다.  그때는 내 남편이 옆집 남편보다 월급을 적게 받아도, 우리애가 남의 애보다 공부를 못하고 못났어도 경쟁의식은 없었다. 그냥 사람 사는 것이 그려 려니 했고 우리끼리 오순도순 잘 지냈다.  그때 그 동네를 떠나 강남으로, 외국으로 대로는 직장일로, 때로는 아파트 평수를 넓혀오며 그렇게 정다운 곳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지만, 살아보니 현실이 되었다. 정말 그랬다.

지난 몇 년 동안 내 아파트 이웃들을 돌아보니 남의 집 애가 대학을 갔는지, 옆집이 뭐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섬처럼 혼자 남은 우리 집이 있었다. 이렇게 사는 길 밖에 없을까? 나라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동네 이사왔을 때 앞집과 인사를 트려고 식사초대를 했을 때 앞집 여자가 말했다.

"복도에서 봤으니 됐다..." 

그러나 같은 강남이지만 바로 전 살던 30평대 아파트만 해도 달랐다. 밥하다가 사다놓은 식재료가 갑자기 부족하면 옆집에 꾸러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동네는 달랐다.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내가 결혼 후 살던 동네 중에서 이 동네가 가장 부유하고, 외제차도, 아파트 평수도, 자연환경도 최고이다. 그런데 그 좋은 환경에서 이웃과는 담을 쌓은 채 이렇게 살수밖에 없을까?  내가 주민 자격이 되나 그런 생각도 들지만 가끔씩 성미산마을로 이사 가서 사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나니 더욱 그렇다. 그러다가 다시 내가 사는 마을도 그런 마을로 가꾸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GNP가 5만 불이 넘는다는 척박한 도시 강남스타일 땅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것 인가 그런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을공동체에 착안하여 부모들의 생산적인 소모임인 150여개의 부모커뮤니티사업과 마을 북 카페와 청소년 휴 카페 등에 지원하고 있다. 마을기업도 육성하고 있다. 여러 가지 마을 정책과 예산들이 마을공동체만들기의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울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마을사업, 경험한 사람도, 사업모델도 태부족이다. 다행히 성미산마을은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벌어진 마을공동체사업 덕분에 성공한 도시공동체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 공동체의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러한 역사와 정신이 알려지지 못할 뻔 했다.

서울시민분들께 '마을사업을 하다가 정신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 단연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이 영화는 다른 이들을 성장하게하고 각성하게 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5월 23일 개봉이다. 많은 분들이 <춤추는 숲>을 관람하여 답답한 기성의 틀에 질문을 던지고, 성공이든 실패든 자신들이 필요한 일은 용감하게 실험하면서, 좌충우돌 새로운 마을공동체로 일구어 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성미산마을 춤추는숲 마을공동체 박원순시장 마을북카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