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이해 안 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강연... "한반도 긴장 본질은 북미 갈등"

등록 2013.05.13 19:24수정 2013.05.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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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 한만송

"세간에 이런 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김정은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3대 불가사의라고 한다. 내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는데, 신뢰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이해가 어렵다.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핵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수동적이다. 능동적 로드맵이 없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탄생시켜, 피스키퍼에서 피스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임동원(79)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임 전 장관은 10일 인천 중구 한중문화원에서 열린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주최의 '2013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인문학콘서트'에 강사로 나와 개성공단 잠정 폐쇄 원인과 우리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임 전 장관은 이북 출신으로 1·4후퇴 당시 홀연 단신으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육사를 나와 군인 생활을 한 뒤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통일부 차관과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1992년 통일부 차관에 임명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데 일조했다. 이북 출신이며 군인 출신임에도 대북 상호주의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햇볕정책을 탄생시켰다.

먼저 임 전 장관은 최근 남북, 북미 간의 극단적 대립 상황에 대해 본질은 북미관계의 갈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간에 국교를 정상화해 한반도에 평화가 보장될 때 해결된다"며 "그 전에 핵문제나 미사일 문제 등은 절대 해결이 되지 않고, 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지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북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하다며 미국에게 북의 핵개발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운 것은 남한과 일본의 핵무장화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미 간의 본질적 갈등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 측에서 '지휘 세력 타격' '김일성·김정일 동상 타격' '전쟁 3일면 북의 전력 70% 타격' 등과 같은 과격한 대응과 언사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어 잠정 조치까지 이어졌다고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에 대한 연구 분석이 미흡한 점도 꼬집었다.

"90년도 초반 동구권이 무너질 때 북한도 루마니아처럼 붕괴된다고 믿었다. 김일성 전 주석 사망 이후 95년부터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자연재해가 2년 연속 일어나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고 탈북자가 나오니 북한이 붕괴된다고 했다. 어떤 신문은 북한이 1년 안에 붕괴된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도 '김정일 건강 이상설' 하면서 북한 붕괴론으로 언론과 정치인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지나고 보면, 남쪽의 희망사항이었다. 그만큼 북한을 제대로 분석조차 못하고 있다."

또한, 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통일정책은 사실상 흡수통일 정책이라며 북한 붕괴론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북포용 정책으로 화해와 평화 협력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임 전 장관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거울삼아야한다고 제안했다.

"대만과 중국은 과거 14년 동안 전쟁을 했고, 냉전시대 이후에도 한반도처럼 갈등이 높았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대만 교역량의 40%가 중국이고,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경제협력을 체결했다.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대만 사람이 200만명이 넘는다. 우리가 주장하는 사실상의 통일관계가 중국과 대만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가 (햇볕정책의) 지적소유권자인데, 우리는 거꾸로 멀어져가고 있다."
#임동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박근혜 #햇볕정책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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