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제작자' 이경규 "풍자와 희화화, 차이는 '진정성'"

[인터뷰] '복수혈전'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 제작 "꿈 좇는 일, 고통스럽기도"

13.05.19 12:42최종업데이트13.05.19 12:42
원고료로 응원

영화<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주)인앤인픽쳐스의 이경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눈동자를 굴리는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 이경규 대표. 국민 MC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계기는 SBS <힐링캠프>가 아닌 영화 <전국노래자랑>이었다. 1981년 데뷔해 여전히 연말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의 단골손님인 그는 1992년 <복수혈전>을 시작으로 <복면달호>(2007), <전국노래자랑>까지 꾸준히 영화를 만들었다. 대체 영화의 어떤 점이 그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것일까.

"영화관에 들어가면 2시간 동안 영화를 본다. 영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는데, 이를 담아내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 참 재밌다. 우리가 하는 오락 프로그램은 매주 같은 공간에서 정해진 대로 가는데, 영화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재밌다. 만약 내가 그림을 잘 그렸다면 소통의 도구가 그림이었을 거다."


극 중 가수를 꿈꾸는 박봉남(김인권 분)에게는 이경규 대표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봉남이 휴대전화를 판매하다 세계적인 가수가 된 폴 포츠를 들먹이는 부분에서는 실제로 울컥했다고.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꿈을 가진다는 자체가 고통스럽다"면서 "꿈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고정 프로그램 녹화와 영화 홍보를 병행하느라 체력이 떨어졌다는 이경규 대표는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영화를 안 했으면 낚시갔을 건데"라고 웃었다.

"<복면달호> 때는 배우들에게 다 맡기고 아예 안 나왔다. 이번에는 <아이언맨3>라는 철 덩어리가 날아오기에 '온몸으로 막아야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사실 이걸(영화) 해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한다. 많은 평가를 받아야 하거든. 칭찬도 있지만 연예인의 특성상 갖고 놀아야 재밌으니까 저평가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일 똑같은 행위를 반복할 때, 어느 순간 달인의 경지에 올라가는 거다"


<전국노래자랑>의 기획 단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물이 있었다. 건달 두목, 스님 등이 대표적이다. 이경규 대표는 그 중 성악을 공부하다 출가한 스님 캐릭터가 제일 아까웠다고 회상했다.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노래하는데, 산 사람을 위해서 노래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라는 대사가 와 닿았다"고 밝힌 이 대표는 "혹시라도 스님의 존재가 희화화될까 봐 이 인물을 빼고, 가족 중심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풍자는 괜찮은데 희화화는 안 된다. 물론 이 두 가지는 한끝 차이다. 진정성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전국노래자랑>도 영웅의 이야기다. 컴퓨터 그래픽에 매달려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영웅담이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할 것 같은 인간이 보여주는 영웅담이다. 미국만 꼭 인류를 구하나? 우리의 박봉남도 그렇다.(웃음)"


이경규 대표는 <전국노래자랑> 개봉을 앞두고 "300만 관객이 넘으면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를 찍으며 감독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에게 1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공약이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미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좋은 차 타고,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다른 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후배들도 (환원을) 많이 하지만, 나는 성격상 대놓고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야 비주류 쪽에 있는 사람이 주류로 입성도 하게 될 거고. 그동안 영화제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창피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하지만 올해부터는 가려고 한다. 레드카펫을 밟을 거다.(웃음) 이렇게 물러나기엔 억울한 것 같다."

이경규 전국노래자랑 김인권 아이언맨3 레드카펫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