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담겼던 <무한도전> TV 특강

[리뷰] 한국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뒤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

등록 2013.05.20 10:14수정 2013.05.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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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tv특강   ⓒ MBC 방송캡쳐


무한도전은 국내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수식어구가 화려한 데에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다. 늘 신선한 주제로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교훈성과 웃음까지 겸비해 유익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또, 흔히 골수팬이라 하는 특정 마니아층을 확립함에 넘어서 광고,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유행에까지 영향력을 미쳐 독자적인 대중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번 329~330회의 주제는 한국사 특강이었다. 국내 아이돌 50여 명을 게스트로 출연시켜 질문답변을 이어가는 형식이라 했다.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홍보성 기사가 쏟아졌고 시청자의 기대와 우려가 자연스레 나타났다. 방영될 5월 18일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33주년이었기에 한국사 특강의 의미는 더해져 갔기 때문이다. 과연 예능프로그램에서 잘 살릴 수 있을까, 역사가 심도 있게 다뤄지기는커녕 가벼워 보이지는 않겠느냐는 걱정이 한몫했다.

게다가 많은 아이돌이 출연하여 방송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일방적인 아이돌 개개인 PR의 기능을 띠진 않을지 괜히 그들의 무식이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는 게 아닐까도 염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에서 산만함은 그대로 전해졌다. 더욱이 방송에서 아이돌의 소개와 개인기, 그룹 홍보는 왜 나타나는 건지 의아했다. 기획목적이 그저 아이돌 특집이었다면 당연했겠지만, 역사 공부에 대한 당위성을 가지는 한국사 특강이 주제였던 만큼 주객전도의 느낌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예비시험코너에서는 각종 오답이 난무했다. 조선 시대 공식 외교사절단을 무엇이라고 하냐는 물음에 '조선인분들', '정신', '팔도유람단'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역사지식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황당한 대답에 같이 웃어야 할지 만감이 교차했다. 또 출연진이 너무 많아 방송분량을 뽑고 오답으로 주목을 받고자 함은 아니냐는 의문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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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tv특강   ⓒ MBC 방송캡쳐


이후 한국사 선생님께 수업을 듣는 <무한도전> 멤버들로 내용이 전환됐다. 주제에 충실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사 선생님으로 출연한 설민석, 라영환, 최태성 선생님은 실제 수험생을 가르치고 그 실력을 입증받은 분들이었기에 수업이 알차, 시청자와 <무한도전> 멤버 모두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듯하다.

한국사라는 광범위한 양을 인물, 역사 속사건, 문화유산으로 나눠 핵심만 알 수 있도록 한 구성도 좋았다. 수동적 태도로 수업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배운 후 아이돌에게 강의하고 평가받는다는 취지도 훌륭했다. 전문 강사에게 한국사 수업을 듣고 <무한도전> 멤버에 의해 한국사 수업이 재탄생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목표가 있기에 더욱 진중한 태도로 역사를 배우는 것 같았다. 아이돌에게 가르칠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이어졌고 쉽게 가르쳐주기 위해 웃음을 겸비하려는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웃음만을 담는다면 강의가 가벼워지고 이번 <무한도전> 329~330회의 목적을 잃는다는 것을 <무한도전> 멤버들은 잘 인지하는 듯했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이순신 장군을 설명할 때, 현재 방영 중인 '최고다 이순신'의 주연을 맡은 아이유가 언급된다면 화를 낼 것이라는 박명수씨의 다짐이 이를 보여주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 의해 재탄생된 한국사 수업은 잘 진행되었다. 한류의 아이콘이자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움직이는 문화사절단인 아이돌들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함을 안다는 데에서 비롯됨이 아닌가 한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진 듯했다.

이번 방송을 통해 3·1절, 야스쿠니 신사참배, 일제 강점기 등 기초적 역사지식을 되새길 수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음과 지식, 웃음까지 얻게 되었지만 사실 역사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기에 공허한 마음은 들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선 문·이과 분리수업을 하기 때문에 이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사회과목-한국사를 배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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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tv특강   ⓒ MBC 방송캡쳐


문과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다. 수능 사회탐구영역에는 윤리와 사상, 지리, 법과 사회, 한국사 등 다양한 과목이 있고 2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아니고 역사공부는 지루하다, 어렵다는 편견으로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매우 낮다. 문·이과 구별이 없는 중학교 때 정규과목으로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중학생'이라는 나이 때문에 '깊게 가르쳐도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핵심만 가르치자'는 편견으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기는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집중 이수제'라는 한 학기에만 수업하고 다음 학기에는 쉬어버리는 교육제도가 들어섬에 따라 한국사는 학생들에게 '반짝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역사의 소중함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교육제도가 주체성을 잃고 있다는 점을 <무한도전>에서 짚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시청자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준 이번 <무한도전>의 한국사 특강은 대성황에 끝났다. 본 방송이 끝난 지금 한국사 교육에 대한 여론이 들썩이고 유관순, 안중근 열사의 성함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비록, 한국사라는 주제의 지루함과 낮은 시청률을 걱정해 수많은 아이돌을 출연시켰다는 비난과 산만했던 방송 분위기, 길고 긴 역사의 일부분만 도려내 방영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답게 <무한도전>의 색깔을 잘 입혀서 TV에 담아냈다는 게 이번 회의 평가이다.
#무한도전 #한국사특강 #TV특강 #무한도전 아이돌특집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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