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늘어도 웃지 못하는 이 병원, 이것이 의료다

[2013 전국투어 - 부산경남⑥] 새누리당도 지지하는 부산의료원

등록 2013.05.26 12:02수정 2013.05.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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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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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산의료원의 슬로건은 '공공의료의 중심병원, 선진의료의 핵심병원'이다. 22일 부산의료원 외부 전광판에는 의료원의 슬로건을 알리는 문구가 쉼없이 반짝였다. ⓒ 정민규


환자가 많이 오면 병원장은 대개 기분이 좋다. 의료인이면서 병원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경영 측면으로 환자 증가는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가 늘면 시무룩해지는 병원장이 있다. 부산 지역 유일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 김동헌 원장이 그렇다.

"공공의료기관은 돈 버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서비스를 개선하고 환자가 많이 늘었다면, 비용도 더 든다. 일반 병원 원장이라면 환자가 늘었다고 싱글벙글할 텐데, 공공의료원은 그럴 수 없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겪은 뒤 김 원장의 고민은 깊어졌다. 공공의료 기관의 수익 문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을 수익 구조로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큰 적자의 부산의료원이 살아난 이유

그는 "사람들은 사립병원도 공공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수익이 목표인 사립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은 출발 자체가 다르다"며 "정부가 지방의료원에 더 관심을 갖고 직접 지원을 해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김 원장은 지자체와 마찰을 겪는 진주의료원 사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은 사실상 의료안전망 역할을 하며 100년 전부터 있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안전망 역할을 잘 수행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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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부산의료원. 3만여평의 부지에 전체 562병상과 건강증진센터, 인공신장센터, 재활센터, 노인병동 등을 갖추고 있다. ⓒ 정민규


김 원장뿐 아니라 부산시와 시의회도 부산의료원을 내실 있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인접한 경남이 진주의료원 폐쇄를 검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남처럼 자치단체장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지방의회 역시 새누리당이 지배한 상황. 부산의 행보는 왜 경남과 다를까?

부산의료원과 진주의료원은 닮은 듯 다르다.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로 높은 적자를 들었다. 부산의료원의 누적적자도 368억 원(2011년 기준)이 넘는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적자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고, 부산의료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부산시의 마음이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2001년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을 신축이전하면서 위탁경영을 추진했다. 62억 원가량의 누적적자 때문에 의료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반대가 들불처럼 일었다. 지역의 유일한 부산의료원 경영을 포기하면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위탁경영 조례 제정을 강행하려던 부산시는 생각을 바꿔 부산의료원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평가하는 부산의료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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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안고 부산의료원을 찾은 한 시민이 22일 오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진료실로 향하고 있다. ⓒ 정민규


진주의료원도 신축 이전 후 발생한 막대한 적자 등이 논란이 됐는데, 부산의료원이 먼저 비슷한 일을 겪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진주의료원을 바라보는 부산의료원 사람들의 마음은 남다르다. 23년 부산의료원에서 근무한 이충희 보건의료노조 부산의료원지부장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공공의료기관이 갖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원은 '건강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의료원은 행려환자를 위한 병동을 별도로 운영하고, 요양병원도 운영한다. 전염병 걸린 환자를 위한 격리 병실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치과진료도 실시한다. 우리마저 민간병원처럼 이익에 몰두한다면 이분들은 어디로 가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하재수(65)씨가 부산의료원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애를 겪고 있는 하씨는 지난 4월 극심한 다리 통증으로 보건소를 찾았다. 그 뒤 보건소 권유로 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씨는 부산의료원이 없었다면 자신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 병원이었다면 비용이 부담돼 치료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 아프게 수술 잘 해주고 부담도 덜어주는 병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런 하씨에게 "만약 시에서 부산의료원을 없앤다면 어떨 것 같나"라고 물었다. 하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김춘희 수간호사에게도 부산의료원은 자부심이다. 김 수간호사는 "우리는 3차 대학병원도 못 하는 일을 하는 4차 의료기관"이라며 웃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대학병원을 떠나야 하는 환자들이 부산의료원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수간호사는 부산의료원을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오는 병원'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수간호사는 "지인들에게도 부산의료원 와서 일단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다"며 "여느 병원에 비해 부산의료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 필요성에 공감하는 새누리당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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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료원이 밝힌 지난 5년간의 경영지표. 당기순손실은 2008년에 대비해 2012년 24억원 가량이 줄어 41% 감소했다. 반면 감가상각비는 같은 기간 17억원 가량 증가하면서 56%로 뛰어올라 경영 여건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민규


김 수간호사의 말대로 시민들도 점차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부산의료원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치료를 위해 때때로 부산의료원을 찾는다.

최근 부산의료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이경혜 시의원(새누리당)은 "부산의료원에서 검진을 받고 굉장히 만족했다"며 "부산의료원이 이대로만 가면 공공의료 역할은 물론이고 지역민을 위한 의료시설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부산의료원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며 "진주의료원도 폐지가 아니라 권역을 묶어 활성화와 효율성을 챙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공공의료기관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손상용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며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만, '공익적 결손'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공공의료라는 가치가 있더라도 막대한 적자를 계속 세금으로 메우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의회 보사환경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재본 의원은 "환자수가 많다면 적자가 생겨도 운영을 해야 하지만, 환자가 없는데도 인건비만 많이 나가는 구조라면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진주의료원 같은 경우가 되면 폐쇄하는 것도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의견을 부산시도 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시는 의료원을 믿고, 의료원은 시를 믿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의료원 발전은 결국 시민에게 이로운 것'이란 생각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 역할만을 내세워 큰 적자를 다 감수하라는 건 곤란하다, 의료원 구성원들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며 "진주의료원 문제도 경남과 노조가 함께 의논해서 해결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의료원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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