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생각도 바꿀 수 있는 기사 쓸래요"

[찜e시민기자] 부산지역 열혈청년 배성민 시민기자

등록 2013.05.25 11:43수정 2013.05.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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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경기도에서 나고 자란 기자는 부산경남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는 그 지역출신 사람들이 없었다. 그만큼 내 만남의 '로드맵'은 협소했다. 나의 지역 편견도 협소 그 자체였다. 부산경남 지역 사람들은 무뚝뚝하다, 답답하다, 불같다 등등. 왜 그런 말도 있잖나. 부부사이에도 경상도 남자들은 집에 들어와서 "밥 묵자", "자자" 딱 두 마디만 한다고. 하지만 서울로 출근하면서 만났던 그 지역 사람들은 내 편견을 팍팍 깨고 부수어 버렸다.


이번에 소개할 시민기자의 기사도 내 편견을 보기 좋게 깨주었다. 그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한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그곳에서 그가 전하는 기사는 그 다른 누구보다 열정과 애정이 가득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고통과 생생한 체험은 삶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쓸 수 없었을 것이다(관련기사: "편의점 알바 하면 라면 못 먹어요...역해서"). 유명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는 이를 찾아가 인터뷰한 기사(관련기사: 유명 미용실 보조들 "노예처럼 삽니다")는 <오마이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민기자의 기사다. 한 마디로, 경험한 당사자만 쓸 수 있는 생생한 체험기인 것.

기사에서 본 열정과 애정을 느끼기 위해, 이번에 '찜e 시민기자'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배성민 시민기자를 선정했다. 기사에서 느낀 마음으로 그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현실 속 그는 무척 어색하게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역시, 좀 무뚝뚝하시군요.' 지금부터 무뚝뚝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배성민 기자의 속살을 파헤쳐 보자. 다음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이다.

☞ 배성민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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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부산지역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알바연대 기획팀장 배성민입니다. 알바연대라는 단체는 부산지역에서 대학생, 20대 청년들과 철학, 사회 등에 관해 공부도 하고, 청년들의 불안한 노동문제, 최저임금 등에 대해 이곳저곳에 알려 나가고 있는 활동을 합니다."

- 주로 경제, 사회, 미디어, 사는이야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알바 체험과 취재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기사를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자기소개를 통해서 알바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아무튼 단체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알바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도 안 주는 편의점, PC방 등의 알바 현장이 아직 존재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죠. 실제로 부산 알바연대 회원들과 함께 알바노동자를 만나보니 현실은 더욱 '시궁창'이었습니다. 일부 알바생들은 야간에 밤을 새며 생활비를 벌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전에 수업을 듣고 저녁에 잠시 눈을 붙이고,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는 사람, 회사에서 해고되어 시급, 월급도 묻지 않고 일만 하게 해달라고 해서 야간 편의점에 일하는 40대 남성 등이 있었습니다.

한 달 100만 원 가량의 돈을 벌기 위해 너무나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서 알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기사로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 2004년 가입 후 주로 경제기사를 쓰다가 2009년에 다시 쓰셨네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2002년~2003년도에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당시, 부안 핵폐기물 반대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 생태와 반핵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마이뉴스>가 어떤 매체보다 부안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부안 핵폐기물 반대를 이야기하는 논리적 이유부터 시작해서 거기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찬성을 하는 입장 등에 대해서 다루었죠.

실제로 제가 핵폐기물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제 주변에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치열한 삶의 현장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2009년에 다시 쓴 이유는 당시 용산 참사가 벌어졌던 상황이었고, 그 사건에 대해서 생생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은 열망에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이렇게 열심히 쓴 기사에 대해 독자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제일 좋았나요?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또, 기사 댓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악플이 무플보다 좋죠. 아무래도 <오마이뉴스> 메인에 걸리면 많은 사람들의 악플이 달리게 마련이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댓글 신경을 많이 쓰긴 하는데 가당치도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좋은 댓글도 많이 있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제가 전한 기사를 보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도 제가 전한 내용을 알게 된 것이니까요. 아무리 욕해도 이것이 하나의 현실로 드러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문제라고 생각하잖아요. 제가 쓰는 알바 노동자, 장애인, 빈민, 청년 등의 이야기들이 결코 멀지 않는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접하게 된다면, 악플 다는 사람들도 결국은 이것이 문제라고 느끼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데 동참하리라고 봅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는 저의 글을 보고 '좋은 기사 원고료'를 넣어준 한 대학의 철학과 교수입니다. 그 교수님의 수업 시간에도 많은 토론을 했었는데, 저의 기사를 보고 원고료를 몰래 넣어주셨더군요. 그때 느꼈던 고마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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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부산경제인총합회 조찬 자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배성민 시민기자


- 시민기자를 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대학 때 인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 후배가 그 수업에 토익 공부를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후배가 이건 잘못되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여 기사화(관련기사: 인문학 시간에 토익시험, 이건 아니잖아!)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수업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수업으로 정상화되어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기사를 썼다고 해당 학과 회장 및 선배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이런 걸 왜 공론화 하냐며 비난도 꽤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였던 후배가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함께 인문학 수업에 토익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요구를 끝까지 해나가 그 수업이 정상화 될 수 있었습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지인의 반응은 어떤지요? 특히, 기사 쓰려면 시간을 많이 써야할 텐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부모님은 기자를 직업으로 하라고 권유하십니다. 지인들은 부탁을 많이 하죠. 제 주변에 학생운동 또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저 또한 지역 정치를 고민하다보니…. 아무튼 그런 분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하죠.

하지만 제가 직업 기자도 아니고 저의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쉽게 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사를 쓰는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만큼 그 기사가 사람들에게 읽히고 반응이 있을 때는 뿌듯하죠. 어려운 점은 현재와 같은 사는이야기 중심의 기사도 좋지만, 좀 더 심층적인 분석 기사를 쓰고 싶지만 잘 안 돼서 고민입니다."

- <오마이뉴스> 기사 중 주로 많이 보는 기사는 어떤 것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사회적 약자의 저항이 일어났을 때, 누구보다 앞서 달려가 그들의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기사를 많이 봅니다. 최근에는 밀양 송전탑 문제에 저항하는 밀양 주민과 관련된 기사를 잘 보고 있습니다."

- 지금껏 쓴 기자님의 기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조횟수가 많은 기사? 아무래도 제가 쓴 기사이니, 이 기사가 '좋다'라고 생각하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기사라는 게 사람들의 반응과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잘 썼더라도 읽는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기억나는 기사는 예전에 용산참사로 연행이 되고 나서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님께 쓴 기사(관련기사 :  "너 잡혀간 거 아빠한텐 비밀로 했다")입니다. 참 제가 부모라도 이런 아들을 둔 것에 대해 걱정할 텐데…. 그 당시 아버지는 이 기사를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매우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 참 많이 넓구나라는 것을 느겼죠."

- 요즘 관심 사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알바 노동자를 포함해서 비정규의 불안정 노동자의 문제와 밀양 송전탑으로 불거진 탈핵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또, 5·18민주항쟁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 사건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쓸까 합니다. 또, 제가 아직 20대다 보니 20대의 고민이나 일상의 이야기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러한 제 관심을 세상에 알려나가는 데 게을리 하면 안 되겠죠."

- 주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듯한데, <오마이뉴스> 관련하여 그곳 정서는 어떤가요?
"제 주변 사람들은 저와 비슷하게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해 주는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제 주변 사람들은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정치성향에는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진보좌파 정당'이 위기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가 별로 없습니다. 적어도 메인 특집 기사로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에 비해 민주당과 '친노'라고 불리는 노무현과 관련된 내용은 사소한 내용이라도 주요 메인에 실리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죠. 정치적 관점의 차이인 줄 알지만, 한국의 소수좌파 정당(녹색당, 진보신당)과 유럽과 남미의 좌파 정당에 대한 날카롭고 생생한 기사를 실어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사를 쓰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공감하는 공통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사는 무거운 정치 이슈나 사건 등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이 오해를 풀고,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힘이라고 봅니다."

- 그밖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나 초심을 읽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시민기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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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E시민기자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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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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