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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그냥 포기하고 살까요?"

[영화 속의 노년(153)] <호프 스프링즈>

13.06.04 09:47최종업데이트13.06.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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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영 관심이 없는데 남편이 여전히 강력하게 원하니 괴롭다고 했고, 또 누구는 그동안 싫어도 시끄러워질까봐 그냥 참고 견뎠는데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누구는 아무리 섹스리스(sexless) 부부라도 당사자 중 누군가가 힘들어 하면 문제지만, 두 사람 모두 문제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 아니냐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서로 쉽게 잘 나누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 경우는 마주 앉아 이만큼 듣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데 마침 30년 넘게 살아온 부부의 성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호프 스프링즈>를 만났다.

▲ 영화 <호프 스프링즈> 포스터 ⓒ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각방 쓴 지 오래니 부부관계 또한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 '아놀드'는 뭐가 불편하냐, 이대로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어떠냐! 아내 '케이'는 포기할 수 없다, 이건 싫다, 무언가 해결 방법을 찾아 노력해보자! 한 집에 사는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니 불편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무뚝뚝하고 자기 표현이라고는 모르는 남편. 집에 오면 혼자 골프TV를 보다 잠들기 일쑤다. 그렇지만 밝고 명랑한 아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모처럼 마음 먹고 남편 방으로 가보지만 깨끗하게 거절당하니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민망하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머쓱하다.

결국 아내는 '호프 스프링즈'에서 열리는 1주일 과정의 부부 상담 캠프에 등록을 한다.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남편이 마지못해 동행하고 상담 전문가 앞에서 부부는 그동안 서로에게 가졌던 불만을 털어놓는다. 30년 넘게 산 사람끼리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무리 전문가라지만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쉽게 나올 리 없다.

부부에게 주어진 과제를 위해 때로 노력도 하고 화내며 거부하기도 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고, 좋아질 듯했던 두 사람은 끝내 부딪혀 폭발하고 만다. 아무리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살았지만 성에 대한 생각과 표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오해도 있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맞춰주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 영화 <호프 스프링즈>의 한 장면 부부관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아무튼 영화는 해피엔딩. 두 사람은 앞으로 성생활 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세세하게 잘 나누면서 알콩달콩 늙어갈 것이다. 귀찮다고, 그냥 살면 어떠냐고 주저 앉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노인성교육연구소> 임장남 소장은 "노년에 이르러 부부 문제의 많은 부분이 성생활의 부조화에서 일어난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젊었을 때 남편의 일방적인 요구로 인해 즐겁기보다는 힘들었던 경험이 많았던 아내는 나이 들면서 거부하고 피하려 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아내에게 서운해 할 게 아니라 진정 아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세심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요즘 늘어나는 섹스리스 부부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우리 앞에 맛있는 과일과 맛없는 과일이 놓여 있는데, 맛없는 과일만 먹어보고 나는 과일을 충분히 맛봤다고 하면 되겠는가. 섹스 없이도 별 문제 없다고 넘겨서는 안 된다. 부부간의 섹스는 맛있고 즐거운 부분인데 충분이 다 맛보고 느끼고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세월의 더께가 앉아 타성에 젖어 무심하게 살아가는 중년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좋은 동반자로 함께 늙어가려면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만 이야기 꺼내기가 좀 껄끄럽고 편치 않다면 영화를 통해 말을 한 번 걸어보면 어떨까.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포기하고 살기에는 무조건 아깝다.      

덧붙이는 글 <호프 스프링즈, Hope Springs (미국, 2012)> (감독 : 데이비드 프랭클 / 출연 : 메릴 스트립, 토미 리 존스 등)
호프 스프링즈 부부 성 상담 부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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