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니?', 좀 더 크게 눈에 띄게 해 주세요

[찜! e시민기자] 청소년 눈으로 세상 보는 이윤영 시민기자

등록 2013.06.09 21:04수정 2013.06.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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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2년,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나를 호출했다. 무슨 혼날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나는 터벅터벅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 문을 끼익 열고 조심스레 담임선생님 앞에 섰다. 담임선생님은 그때, 귀가 쫑긋 세워지는 제안을 하나 했다.


"너, 기사 좀 써볼래?"

담임 선생님은 내게 교내 신문에 학교 단체활동 후기 한 꼭지를 부탁했고, 나는 군말 없이 200자 원고지 3~4매에 달하는 분량의 기사를 썼다. 기사 맨 아래 '3학년 김지현'이라는 바이라인이 달렸다. 내 인생의 첫 기사였다. 하지만 이후 고등학교에서 기사를 꾸준히 쓸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학교 신문 발행주기가 띄엄띄엄했던 것도 이유였고, 주변에 따로 기사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청소년 특별면 '너, 아니?'를 신설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는 게 바로 그것. '너, 아니?'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면서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이런 게 있었다면, 기사를 써봤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비록 '너, 아니?'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청소년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둘씩 기사가 쌓이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 한 꼭지가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체력이 약해…'라는 어른들의 편견에 일침을 가한 기사(관련기사 : 학생들의 체력강화, 환경에 달렸다)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기사의 요지는 '하루 종일 공부와 함께 보내는데, 청소년에게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설득력 있었다.

그래서 '찜'했다. 이 기사를 쓴 이윤영(dud960401) 시민기자를. 궁금했다.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시민기자 활동은 어떻게 병행하는지. 다음은 이윤영 시민기자와의 일문일답.


"청소년 생각은 어떤지 알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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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윤영 시민기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는 여고생 이윤영입니다. 현재 인천 청소년 동아리 'M.O.E(Movement of Environment)'에서 저어새 및 생물들과 갯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지난 기사 '학생들의 체력강화, 환경에 달렸다'를 보니, 학교생활에서의 간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이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해왔지만, 그때만 해도 그냥 선생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달리고, 힘주고, 땀 삐질삐질 흘리는 게 다였어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과연 체력이 약해진 것이 학생의 책임인 걸까?' 그 생각을 시작으로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학교를 비판하며 기사를 썼지만, 학교의 입장도 물론 이해가 돼요. 평가 결과가 학교의 평가와 이어지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전 사실 그 부분은 제도가 바뀌면 좋겠어요. 체력 평가가 높게 나온 학교에 더 좋은 평가가 내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체력이 약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지원해서 그 학생들의 체력을 높여줄 활동들을 만드는 거죠. 어떤 제도가 완전히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어요."

- <오마이뉴스> '너, 아니?'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몇 년 전에 열혈 시민기자를 소개한 방송을 보고 <오마이뉴스>를 알게 됐어요. 저어새와 생물들에 대해 알려보고자 처음 기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점차 우리(청소년)의 이야기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의 생각은 어떤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하던 차에 '너, 아니?'를 발견했어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당장 들어가 봤지요."

- '너, 아니?', 솔직히 어떻게 평가하세요?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쓸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전 조금 감탄했어요. 어른들은 저희 청소년보다 삶에 대한 지혜·지식이 뛰어나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는 곳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소식을 전할 공간을 만든 거잖아요. 어른 입장에서는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청소년 사회를 알 수 있는 공간이, 청소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생겼다고 평가해요."

"청소년 특별면 '너, 아니?'... 홍보에도 신경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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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리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이윤영 시민기자.

- 학생 신분이라 아무래도 기사를 쓸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짬을 내 기사를 쓰시는지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난 뒤부터는 평소에 '아! 이거 기사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어요. 그러면 그때그때 책상이나 다이어리에 적어놔요. 하지만 고등학생이다 보니까 이렇게 기삿거리를 적어놔도 기사를 쓸 시간이 없어서 못 쓰고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아요. 그래도 학교 안 가는 주말이나 휴일 같은 때에 기사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틈틈이 조금씩 써놓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밀린 기사를 한꺼번에 올리게 돼요."

- 더 많은 청소년들이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보완돼야 할까요?
"<오마이뉴스> 누리집 첫 화면에 '너, 아니?' 코너가 너무 작게 있어요. '배너'라고 하나요? '너, 아니?' 배너가 작고, 구석에 있다 보니 저도 처음에는 청소년 특별면이 있는지 몰랐어요. 좀 더 눈에 띄는 곳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홍보도 이뤄지면 좋겠는데…(그건 무리일까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시민기자들에게 홍보역할을 맡겨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너, 아니?'는 청소년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면 좋겠어요."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으세요?
"제가 청소년이다 보니 청소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더 쓰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리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어른들과 소통하고 싶거든요. 학교에 다니다 보면 기사 쓰는 게 계속 미뤄질 수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해야죠.

제 꿈은 스포츠 아나운서예요. 그렇다 보니 스포츠와 관련된 기사도 쓰고 싶은데,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 경기를 직접 챙겨보지 못하고 기사만 볼 때가 많아 아직 시도를 못 해봤어요. 언젠가 스포츠 기사도 쓰고 싶네요(자꾸 핑계를 대는 것 같아 부끄러울 뿐)."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너, 아니?'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때부터 사회에 여러 시각을 가지고 기사를 쓰다 보면 이후 성인이 됐을 때 정치·사회 등을 더 올바르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기사쓰기' 특강 같은 강의도 있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에도 제가 기사 쓰는 것을 보고 기사를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학생들은 기사 쓰는 법을 배울 곳이 특별히 없답니다. 하지만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더 많은 청소년 기자들이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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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니? #오마이뉴스 #청소년 #찜E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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