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미덥지 않다...진짜 문제는 일베가 아냐"

[2013 전국투어 - 광주전라①] 광주 고등학생 3인과 5·18과 일베를 논하다

등록 2013.06.13 21:10수정 2013.06.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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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6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광주전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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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지만, 광주의 '5월'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일고 있는 5·18 왜곡 및 폄훼 움직임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광주에서 상경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가족을 비롯한 '5.18 역사왜곡 저지 국민행동 준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에 대한 진상조사와 추징금 징수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 유성호


여름의 길목인 6월이라지만, 이곳 광주는 아직 '5월'을 보내지 못했다. 대개 광주의 5월은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추모 기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올해 '5월'은 유난히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일부 종편과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같은 누리집을 중심으로 5·18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폄훼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광주의 시민단체와 교육계·법조계 등이 '5·18 역사왜곡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광주광역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법률 대응팀을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교육감도 전국교육감협의회에 국경일 및 국가기념일 관련 사실에 대한 역사교육 강화 대책을 안건으로 제출하는 한편, 직접 모교를 찾아 5·18 계기수업을 하기도 했다.

5·18은 광주를 상징하는 숫자다. 광주라는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비밀번호'다.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그 자리에는 늘 광주가 있었지만, '민주화의 성지'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은 바로 5·18 때문이다. 곧,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영면해 있는 희생자들의 피로 말미암은 것이다.

5·18은 그것을 몸소 겪었던, 이른바 '민주화운동 세대'에게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안겨줬을지언정 나름 정치적인 힘을 키워낸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정작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5·18은 자신과의 삶과는 무관한, 교과서 맨 뒷부분에 살짝 눙치고 넘어가는 '한 줄짜리 역사'일 뿐이다. 민주화운동 세대가 아이들에게 5·18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전해주지 못한 탓이다.

5·18과 5·16을 헷갈려 하는 아이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얘기다. 명색이 대학교 4학년생인데 '5·18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들어봤다, 혹시 8·15를 말하려는 것 아니냐"며 되레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곤 쑥스러웠던지, 자신은 고등학교 때 국사 대신 한국지리 과목을 선택해 공부했기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언뜻 배웠던 게 우리 역사에 대한 기억의 전부라고 말했단다.

그런가 하면 한국사를 배웠다는 아이들조차 5·18과 5·16을 헷갈려 하기 일쑤다. 심지어 학계로부터 이미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사건임에도, 한쪽에서는 5·18을 공식적인 용어인 '민주화운동'으로 부르지 않고 공공연히 '사태' '폭동' 등으로 규정하려 든다. 5·18 영령들이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편히 잠들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광주의 고등학생들은 어떨까. 지난 7일 오후, 최근의 노골적인 5·18 역사왜곡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수능을 앞둔 3학년 장준민(가명) 학생과 역사 교사가 꿈이라는 박형준(가명) 학생 그리고 교내 토론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김동현(가명) 학생이 함께했다. 형준이와 동현이는 모두 2학년이다.

모두 역사 과목을 좋아하며 학년에서 내로라하는 착실한 '범생이'들이다. 준민이는 모든 교과 성적이 고루 우수한 데다 특히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해마다 수상하는 수재다. 2학년 두 아이들 역시 역사 과목에 관한 한 자타가 인정하는 '지존'들이다. 우선 수능 선택 과목과 관련된 공부 이야기로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자습 혹은 쉬는 시간일 수도 있는 한국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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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한국사교과서들. 왼쪽 위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상교육, 삼화출판사, 지학사, 미래엔, 천재교육, 법문사에서 나온 한국사 교과서다. ⓒ 인터넷 갈무리



: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2005학년도만 해도 30%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7%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장준민(이하 장) : "서울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한국사가 필수니 저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그것이 한국사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되겠죠. 서울대 지원자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걸요."

김동현(이하 김) : "설령 서울대가 필수 과목으로 두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출제유형이 정형화돼 있어 준비하기 쉬운 과목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외울 것 많고 공부하기 까다로운 한국사를 누가 선택하겠어요?"

박형준(이하 박) : "저야 어떻게 되든 한국사를 선택하겠지만, 등급 컷 때문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중학교 때만 해도 역사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는데, 그들 중 고등학교 들어와 하나같이 접었다고 하더라고요. 수능을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나요?"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는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수능에서는 선택 과목이다 보니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는 실상 많지 않다. 수능에 교육과정이 철저히 종속돼 있는 현실에서 한국사 수업은 잘해야 교양 과목이고, 거칠게 말하자면, 많은 아이들에게 자습 시간이나 쉬는 시간으로 인식될 따름이다.

수험생 100명 중 고작 7명이 응시했다면 수능에서 한국사는 사실상 퇴출 기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책이 좋아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다는 아이들이야 학교에서 가르치든 말든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역사를 어떻게 공부할까. 과연 그들은 8·15와 4·19가 뭔지, 한국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청맹과니일까.

"일베, '공부'에 갇혀 사는 아이들의 소통구 아닐까요"

: "선생님도 인정하실 테지만,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육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봐요. 되레 TV 드라마나 영화·대하소설 등을 통해서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데, 마치 드라마 속 얘기가 역사적 사실처럼 여겨지거든요. 역사에 대해 백지상태다 보니 저희 또래 아이들의 머리는, 말하자면 '무주공산'인 셈이에요."

: "맞아요. 제 또래 아이들 모두 기본적인 역사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허무맹랑한 얘기들조차 역사적 사실로 믿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도 여러 사람이 계속 말하다 보면 믿게 되는.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일베 현상'도 그렇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베 현상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그들 셋 중 일베에 접속해보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또래 친구들 역시 그럴 것이라 단언했고, 일베를 하나같이 '10~20대를 위한 인터넷 놀이터'라고 불렀다. 또래 아이들이 일베에 매일 출석 확인하듯 드나들며 즐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저희 또래들이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겠죠. 어른들이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해소하겠지만, 저희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아시다시피 많지 않아요. 고작 피시방 구석에 앉아 이름을 숨긴 채 손가락으로 수다 떠는 게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독서실에 갇혀 사는 아이들의 소통 방식이자 취미 생활 아닐까요?"

: "저도 형 생각에 공감해요. 아침부터 밤까지,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죽어라 공부만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잠시라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저희들에겐 거의 없어요. 점심 먹고 친구와 함께 산책할 여유도, 그럴 공간도 없는 곳이 학교예요. 그런 학교에서 벗어나 그나마 아무 생각 없이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베가 아닐까 생각해요. 일베에서 '재미'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거든요."

: "바로 그것이 바로 일베가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오로지 재미 본위이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시키고 편향적인 주장이라도 웬만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아요. 누군가 사실을 바로잡을 요량으로 태클을 걸었다가는, 혼자 고상한 척하지 말라며 '다굴'(집단 괴롭힘의 은어)당하기 십상이에요. 자정 작용이 애초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베 현상, 학교폭력과 구조상 별 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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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 게시물 ⓒ 일간베스트 화면 갈무리


그랬다. 아이들에게 일베는 마치 어른들의 일일연속극과 같은 일상의 한 꼭지가 된 듯 보였다. 축구와 야구조차 직접 운동장에 나가 뛰는 대신 온라인 게임으로 즐기는 아이들이다. 경기 규칙도 사회 규범도 가정과 학교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배우는 세대다. 문제는, 일베 현상을 통해 보듯, 그것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일탈 행위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시나브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베에서 피로서 이룩한 '민주화'라는 용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5·18 희생자를 '홍어'로, 시신을 안치한 관을 운구한 것을 두고 '택배 상자 배달'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광주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5·18을 왜곡하고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발끈했다. 그러면서도 그들 역시 피해자라며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 "일베에서는 민주화를 조롱하고 관을 택배 상자로 표현한 것을 그저 '재미있다' '기발하다'고 여길 뿐, 그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상처를 주게 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어요. 어쩌면 그런 독설을 즐기는 이들 대부분은 5·18이 왜 일어났는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알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쓰고 웃고 떠들 수 있겠어요?"

: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고, 희생자를 조롱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그들의 몰상식하고 반인륜적인 행태에 치를 떨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많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따 등 학교폭력 문제와 구조상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자존감이 없는 아이들의 '관심받고 싶다'는 표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맞아요.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일베 '놀이'가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으로 귀결되며 공동체를 갈가리 찢고 있다는 점이에요. 5·18을 당시 전국적으로 불타오른 민주화운동 중의 하나로 이해하지 않고, 단지 광주라는 지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데모 정도로 한정시키려 들어요. 적어도 일베에서 5·18은 민주화 과정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니라 되레 광주와 호남을 배제하고 철저히 고립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거죠."

: "이미 오래전에 대법원에서 전두환을 내란 및 반란 수괴라고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일베에서 그런 따위는 상관하지 않아요. 한마디로 '논외'죠. 일베에서 대법원 판결 운운하면 바로 '디스'예요. 그 정도의 몰상식과 몰이성 쯤이야 그곳에서는 널리고 널렸죠."

: "가끔 섬뜩할 때가 있는데, 저들이 일본 사람들을 '쪽바리'라고 부르며 혐오하는 것과 전라도 사람들을 싸잡아 '홍어'라며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너무 닮았어요. 마치 제가 그들의 '샌드백'이 된 느낌이 들어요. 일베에선 전라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왕따 당하고 있는데, 이것도 학교폭력처럼 117로 신고하면 되나요?"

"일베 탓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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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너 일베충이니?'에 올라온 이미지. ⓒ Vincent Kim

5·18만 놓고 보면 광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은 나은 듯하다. 지금의 아이들이야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광주라는 공간적 동질감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탓일 게다. 5·18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못해도, 그것이 자신들이 나고 자란 광주에서 일어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성취라고 평가하며 모두 뿌듯해한다.

그러면서도 요즘 아이들에게 5·18이 그 의미를 잃은 채 속 빈 강정처럼 인식되어가고 있음을 가슴 아파했다. 언제부터인가 5·18의 정신과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해마다 때가 되면 관행처럼 사람들 모아 행사 치르는 게 전부가 됐다. 정작 학교에서는 배운 적도 없는데, 해마다 5월만 되면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하자는 행사들이 아이들에겐 외려 낯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5·18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가 왜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계승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으며, 심지어 조롱받는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이태 전 5·18을 주제로 관련 유적지를 돌며 유시시(UCC)를 제작해 수상한 적이 있는 3학년 준민이가 냉철한 해석을 내놨다.

가학적이고 패륜적인 역사 놀이에 빠진, 이른바 '일베충'들만 탓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우리 사회와 학교교육을 깊이 성찰해보자고 제안했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가치관이 전도되고, 주장이 서로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퇴행적인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 "5·18의 진정한 가치는 위대한 공동체정신의 발현이에요. 그러나 광주 또한 여느 도시들처럼 도시화와 난개발로 공동체문화가 시나브로 해체됐고, 팍팍한 도시민들을 삶 속에 5·18은 그저 '역사'로만 남게 됐죠. 숭고한 정신이고 뭐고, 차라리 5·18 엑스포 같은 걸 만들어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돈 벌게 해주면 그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식으로 변질된 거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기억이 후세에 전승되기는 힘들겠죠. 그나마 5·18은 끊임없이 광주라는 지역에 한정해 고립시키려는 수구 기득권세력의 반발이 강고하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경우 모든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잖아요.

당시 피 흘려가며 불렀던 혁명의 노래를 국가로 지정해 부르게 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현재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에서 보듯 우리 정부는 5·18을 되레 생채기내지 못해 안달인 것 같아요. 그 노래에 대해 알 길 없는 제 또래 아이들 대부분은 그저 5·18 관련 단체와 정부가 '또 쌈박질이네'라는 정도로만 이해하죠.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본질은 외면한 채 오로지 갈등만 부각되다 보니, 균형감을 상실하고 올바른 권위가 조롱받으며, 심지어 사실 관계조차 헷갈리게 된 거죠. 제 또래 아이들이 주로 접하는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은 이용자들의 올바른 윤리의식을 기반으로 하는데, 애초 그것이 부족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폭력적인 배설 창구'로 전락한 거라 생각해요."

: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셈이지만, 오로지 소비하는 즐거움 속에 사는 제 또래 아이들의 천박한 문화도 5·18 역사왜곡 움직임의 '공범'이라고 봐요. 역사조차도 상품으로 소비하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던데요. 5·18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려고 5·18 전야제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솔직히 없을 걸요. 그저 초청된 연예인의 얼굴을 보러 가는 거죠. 그래놓고선 5·18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자화자찬하는 어른들이란…. 좀 우습다 싶죠."

무조건 주입시키는 역사? 어른들은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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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 정신과 가치를 다짜고짜 주입시키려만 들 뿐, 요즘 아이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기억의 전승' 방법은 고민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사진은 5·18자유공원에 있는 들불7열사 조형물. ⓒ 이주빈


그들은 우리 사회 기성세대를 철저히 불신했다. 심지어 5·18이 키운 '민주화운동 세대' 어른들조차 그다지 미더워하지 않았다.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 정신과 가치를 다짜고짜 주입시키려만 들 뿐, 요즘 아이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기억의 전승'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그들의 게으름을 질타하는 것이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대안을 물어봤다.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전에, 초등학교 4학년 때 5·18을 겪은 민주화운동의 끝자락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어쩌면 부끄럽고도 뻔뻔한 주문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역사의 달인'인 그들은 '범생이'답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싶었다.

: "일부 종편과 일베에서 보듯 역사왜곡 등 가치관이 전도되고 몰상식한 행동이 난무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첫 단추가 아닐까요?"

: "그러자면 수능에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지정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입시를 앞둔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수능은 '최후의 보루'이니까요. 솔직히, 수능 준비조차 없다면 중학교 때 수박 겉핥기식의 역사 공부가 평생 전부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학교에서 버림받은 한국사를 되찾아오려면 그 방법밖엔 없어요."

: "현행 대학입시 체제에서 수능에 선택 과목이 되면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부재했다는 점을 두루 공감하면서, 덧붙여 이러면 어떨까 싶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교육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그것입니다. 현재는 중학교에서 다룬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심화시켜 한 번 더 배우게 돼 있는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이어서 배우도록 하는 거죠.

예컨대, 중학교 때는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다루고, 고등학교 때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근현대사'라는 과목이 폐지되고 '한국사'라는 과목으로 한데 묶이면서, 근현대사 부분이 크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단군신화로부터 시작해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의, 이른바 전근대사를 한국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는 거죠.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의 역사가 신라나 고려·조선 시대 살던 선조들의 역사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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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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