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우고 세계여행 떠납니다

[사표 쓰고 떠난 세계일주ⓛ] 남아공에서 인생 제2막을 열다

등록 2013.06.11 20:51수정 2013.08.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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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의 Water Front ⓒ 김동주


세계일주를 위해 사표를 던지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표를 부추긴 최고의 명언은 신입사원 교육 때 한 임원이 했던 말이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라." 약 4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12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200일간 5대륙 22개국을 여행했다. 그 여행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본다. - 기자말

아프리카를 닮지 않은 도시

기나긴 세계일주를 처음 계획했을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작은 아프리카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했던 첫 여행지,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남서쪽 끝에 위치한 케이프타운.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는 대륙의 끝이니 배수의 진이었던 셈.

그러나 뜻밖에도 케이프타운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와 전혀 다르다. 누가 아프리카에 겨울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놀랍도록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한국과 절기가 반대이고 내가 방문했던 7월은 그 중에 한겨울이었으니 반바지에 반팔셔츠를 입고서는 여행할 수 없는 날씨였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산, 맑은 바다, 그리고 추운 날씨. 그것이 내가 본 아프리카의 첫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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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보다는 호주의 시드니를 떠올리게 하는 케이프 타운의 풍경 ⓒ 김동주


그도 그럴 것이 이 거대한 아프리카대륙에서 남아공만은 백인들의 땅이나 다름없다. 넬슨 만델라의 노력으로 백인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그 이전부터 시작된 백인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바다를 끼고 있는 휴양도시인 케이프타운은 그래서 더더욱 아프리카 보다는 호주의 시드니와  가까운 모습이다.

그렇게 거리를 활보하는 수많은 백인 부부들의 모습은 많은 각오를 하고 날아온 나에게 무안함을 안겨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거닐던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또 한번 나의 시선을 빼앗은 한 곳, Bo-K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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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으로 가득찬 보캅(Bo kaap) 지역 ⓒ 김동주


보캅이라는 말은 High cape 라는 뜻을 지닌 아프리카 고유의 말이다. 케이프타운의 시그너힐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골목은 깨끗한 페인트와 달리 300년 전에 강제로 끌려왔던 인도, 무슬림 인종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보면 '앗살라말레이쿰' 이라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현지 주민들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보캅의 가장 큰 특징은 시선을 빼앗는 강렬한 색감. 이들은 대체 왜 끊임없이 저런 강렬한 페인트를 칠하는 걸까. 어쩌면 수백년간 이어져왔던 유색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은 아닐까. 아이러니 한 것은 이 보캅이 국가적인 차원의 홍보로 활용되면서 이제는 색을 칠하기 싫어도 칠해야 하고 바꿀 수도 없다고 하니 좋은 일인지 잘못된 역사의 반복인지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눈부시게 푸른 하늘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던 케이프타운.

아프리카의 끝이자 항해자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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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남단, Cape of Good Hope ⓒ 김동주


수 세기전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처음 발견했을 때는 Cape of Storm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 쉴새 없이 만들어 내는 이 파도들을 보고 있으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 곶을 통해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고 이는 그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래서 붙은 명칭 Cape of Hope, 희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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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프리카임을 강조하는 듯한 야생타조와 알. ⓒ 김동주


희망봉을 품은 이 드넓은 야생공원은 동물들에게도 희망이다. 백인의 손이 닿자마자 사라져버린 삶의 터전을 개발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이 공원에서 찾은 듯 타조도, 원숭이도, 정체모를 사슴도 사람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뛰어다닌다.

그래. 여기는 아프리카다. 사람과 자연이외에도 얼마든지 살아숨쉬는 생명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이 여행자를 끌어당기는 아프리카의 진정한 매력이다.

마침내 이 먼 곳까지 왔다는 뿌듯함. 그리고 동시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아득함. 그 막막한 고립감이 주는 묘한 성취감. 이런 것이 케이프타운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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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의 석양 ⓒ 김동주


테이블 마운틴

대기가 워낙 깨끗한 케이프타운의 특징상, 200Km 밖에서도 보인다고 하는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타운의 한 편에 우뚝선 이 높은 장벽은 꼭대기가 평평해서 Table Mountain 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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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케이프타운을 품고 있는 테이블 마운틴. ⓒ 김동주


보통은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는 이 산 꼭대기를 나는 죽을 고생을 하며 2시간에 걸쳐 기어올랐다. 겨울철 강풍때문인지 비수기의 유지보수비 때문인지 운행하지 않았던 케이블카. 덕분에 나는 세계여행의 첫 방문지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밑에서 올려다 보아도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 이 산을 오르는데 2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는 너무 가파른 경사 때문에 길이 지그재그로 나있어서다. 덕분에 두시간 내내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를 반복하니 숨도 차고 머리도 어지러울 지경. 그러나 마치 보여주기 싫은양 정상을 가리고 있는 구름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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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점점 심해지는 안개와 추위. ⓒ 김동주


왠지 여행의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고 생각했다. 작열하는 태양만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혹독한 추위를 제대로 느끼면서 오른 2시간은 말 그대로 고행길이었다. 왜하필 케이블카가 고장나서… 그렇지만 그 덕분에 나는 안개와 구름에 가려진 정상의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볼 수 있었다. 천국은 늘 그렇듯 멀리 있는 법.

그렇게 오른 테이블 마운틴의 정상은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할만큼 감탄하게 만드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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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마운틴의 정상. ⓒ 김동주


정상에 오르자 날씨가 다시 맑아진 것은 행운. 생각보다 평평하지 않지만 산 꼭대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테이블 마운틴의 정상은 구름을 뚫고 또 다른 도시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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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이블 마운틴 정상의 전망대. ⓒ 김동주


그림으로 그린 하늘아래 모형으로 제작된 레고마을을 보는 것 같은 풍경. 몸이 녹초가 되어서 그랬을까. 힘든 것을 보상받고 싶은 만큼 그 풍경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이 풍경을 두고 나는 이 넓은 아프리카의 어디론가 또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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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의 Sunset beach 에서 바라보는 테이블 마운틴. ⓒ 김동주


케이프 타운은 아프리카에 대한 많은 편견을 깸과 동시에 아프리카에 대한 기대를 채워주었던 그런 곳이다. 맛있는 식당과 쇼핑몰이 늘어선 워터 프런트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이 붐비고 해가 진 시내의 지하 곳곳에서는 젊음을 불태우는 클럽 음악이 들어차며 맥도날드에서는 1시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케이프타운. 이런 도시가 범죄현장으로만 영화에 등장했던 것도 어쩌면 지독한 우리의 편견 때문이 아니었을지.

간략 여행정보
한국에서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중동 항공사를 이용해 대부분 두바이, 도하 같은 중동을 거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고  요하네스버그에서 또 한번 갈아타는 것이 보통이다.

남아공 내에서나 인접국으로의 여행은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이는 저가항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버스표는 아래 사이트에서 예약 및 발권이 가능하며 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 www.intercape.co.za

한편,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까지는 차로 40분 정도 걸리지만 대중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투어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희망봉 주변으로 많은 볼거리가 있으니 일행이 있다면 렌터카를 이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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