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철리 호숫가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다

등록 2013.06.10 18:11수정 2013.06.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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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철리 저수지의 주변풍경 수철리 호숫가에서 세상먼지 훌훌 털어 버리고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고 왔습니다. ⓒ 강미애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작은아이의 머리도 식힐 겸 지난 주말에 우리 동네 근처인 충남 예산군 수철리 저수지에 놀러 갔다. 따사로운 날씨와 싱그러운 산 내음이 우리를 반기는 그곳에는 온통 푸르름에 물들 것만 같은 짙은 녹음으로 우거져 있었다.


활짝 핀 작약이 우리를 반기는 이곳은 지인의 정원이다. 주인장은 온데간데없고 각종 나무와 꽃 유실수들이 정성 어린 주인의 손길로 자라고 있었다. 주인장이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가꾼 이 정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돌장승도 두 개나 떡 버티고 서 있고, 비비추, 영산홍과 돌나물이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나도 웬만한 꽃은 다 알고 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조화처럼 생긴 이 꽃은 생전 처음 본다.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대학생인 큰아이는 제 앞길을 척척 잘 개척해 나가는 것 같아 대견하다. 엄마는 그저 저 눈 앞의 높은 산만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내가 저 산이 되고 언젠가는 그 품 안에 영원히 잠들 것이다. 세상에 대한 마음을 비워내니 그곳에 푸른 산이 있더라. 세상의 온갖 망상과 잡념이 도사리는 한 마음에 진정 평화는 없을 거야. 세상에 대한 마음을 비워라, 비움 속에 또 다른 색깔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들이 채워진다는 진리를 터득 할 것이다.

우리는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정원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다. 수철리 호숫가에 있는 숲 속의 이층집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원에 앉아 잠깐 쉬고 돌아 나오는데, 눈앞에 탁 트인 수철리 호수가 바라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의 아름다움과 신록에 젖어든다. 인기척이 없는 고요만 이는 이곳을 가끔 방문하여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산이 호수가 되고 호수가 산이 되는 모든 세상 만물이 하나가 되는 그 시점이 언제일까? 모두가 한 몸이 되고 한마음이 되는 세상에는 근심 걱정이 없을 테니, 미움과 시기 질투를 넘어서야 세상을 보는 안목이 정확해진다. 눈앞에 안개가 사라지듯 밝은 빛이 마음 안에 가득 들어 올 것이다. 비움이 있고 고요가 머무는 곳에서 우리는 싱그러운 신록과 녹음을 마음가득 받아 들인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수철리 저수지를 돌아 나오는데 담쟁이넝쿨이 창문 주위에 가득 뻗어 나가는 집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팝나무가 만개하여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산수가 맑은 곳이라 그런지 작은 암자가 있었다.


주인장과 나눔하려고 가져간 간식을 우리는 내놓고 먹는데, 작은아이는 그 사이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책을 본다. 이럴 때는 책을 보는 것이 기특하지가 않고 자연의 관찰에 몰두했으면 좋으련만... 아이가 요즘 사춘기인지 표정이 영 시무룩하여 '쨘'하다.

"아가 좀 웃어봐라, 저기 하늘의 햇살과 높은 산을 보고 산의 기개를 배워라."

엄마는 어린 시절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소 몰고 풀 먹이러 한여름에 다녔다. 높은 산을 오르며 강인함과 타는 햇빛에 목마름을 참는 인내를 배웠으며, 우뚝 선 산의 기개와 장엄함과 깊은 골짜기에 서식하는 온갖 들꽃들의 신비로움에 경이로워 했었지. 도대체 요즘 아이들은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지, 늘 해맑게 웃던 아이가 고등학교 입시를 목전에 두고 학교 공부에 찌들어 사는 것 같아 안쓰럽다.
#수철링 저수지 #자연과 하나됨 #이팝나무 #작약 #자연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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