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도 퍼나르는 소설, 낄낄대며 웃습니다"

[찜! e시민기자] 시사 풍자 소설쓰는 김원영 기자

등록 2013.06.14 16:04수정 2013.06.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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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최근 검토한 풍자소설 [초특급 북파공작비화] 실미도보다 슬픈 일베도 이야기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공작원의 마지막 한 마디가 "베스트 갔노?" ??? 이런… 가장 하이라이트인 것 같은 대목까지 읽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글쓴이 탓이 아니다,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문화에 관심없는 편집기자 탓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모른다고 단숨에 생나무 처리할 수는 없는 법. (본인이 알면 놀라겠지만) 일베에 24시간 코 박고 있을 것 같은 포스를 지닌 A 편집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거 좀 말이 되는 내용인가? 어떤지 좀 읽어봐요" 편집기자 A는 잠잠했다. 그 잠깐의 고요 속에 '내 판단이 틀리지 않은 거야'라는 생각이 스칠 찰나, "푸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A 편집기자의 몸은 의자 깊숙이 뒤로 넘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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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시민기자.


이번 '찜e 시민기자'는 특유의 패러디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김원영 기자를 선정했다. 풍자 소설은 <오마이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그의 콘텐츠다. 일과 취미로 하루가 바쁜, 김원영 시민기자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김원영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재미없고 지루하면 공자님 말씀도 조롱거리 되는 세상"

- <오마이뉴스>와 꽤 오랜 시간 함께 하셨죠?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된 것인지 먼저 알려주세요.
"전 취미로 소설쓰기를 하는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제가 썼던 SF단편들을 발표할 공간을 찾다가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소설을 올렸는데 기사로 채택이 됐어요. 첫 기사는 인공지능 검사가 등장해 인간 검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풍자소설(무력유죄)이었죠. 그런데 마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인지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년 기념소설'이란 부제를 붙였어요. 소설도 기사로 채택을 해준다는 사실에 고무돼 그때부터 소설도 올리고 칼럼도 쓰고 풍자도 했습니다."


- '모든 시민은 기자'가 될 수 있고, 또 '모든 글은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 덕을 톡톡히 보신 셈이네요. 풍자 소설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서 얻나요? 
"제가 글을 쓸 때 주로 쓰는 기법이 '패러디'입니다. 대중이 익숙한 소재를 골라서 시사적인 문제를 짚어주면 공감대 형성이 바로 되거든요. 소위 대박을 쳤던 대중문화상품일수록 더 많은 독자들이 호응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를 현 시점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 글 쓰고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나요? 왜냐면, 풍자소설에는 유머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안 웃으면 난감하잖아요.
"편집부가 항상 1차 독자입니다. 편집부를 웃길 수 없다면 독자들도 웃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출판기획자나 편집자가 거부하면 책으로 나올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안 웃기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합니다."

- 좀 당황스런 질문일 수도 있는데, 기자님의 상상력을 편집부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생나무 처리가 그런 예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병맛 탐정>이라는 풍자 소설을 연재하려고 했는데 생나무가 되어서 포기했다가 지금은 제가 운영하는 시사풍자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기사화가 안 된 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없거나 기사화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이거나. 어느 쪽이든 기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털에 뜬 제 기사를 보고 누군가 '이것도 기사냐?'라면서 <오마이뉴스>를 욕해놓은 걸 봤어요. 시민기자라는 제도와 <오마이뉴스>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한 분이었겠지만 어쨌든 '팩트'를 신성시하는 언론사에서 이런 유형의 기사는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쓰시는 소재들이 일베에요. 사실 저는 일베 용어나 분위기 이런 걸 잘 몰라서 웃어야 할 포인트를 놓치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일베가 워낙 유명해져서 일베 자체를 풍자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일베에서 쓰는 말투나 유행어가 널리 펴졌거든요.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말투와 유행어를 가지고 풍자를 해보았습니다. 실미도를 패러디했던 '공작원의 마지막 한마디 "베스트 갔노?"'의 경우, 일베 사이트에 여러 번 퍼가기가 되어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욕하는 회원도 있지만 대부분 낄낄 대며 재미있어 하는 분위기였어요.

정치적으로 과격한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일베 게시물의 기본적인 속성이 '풍자와 익살'이거든요. 정색하고 비판하면 발끈해도 재미있으면 웃고 넘어가는 게 일베 사용자들의 특성입니다. 극우사이트라고 욕을 먹고 있지만, 게임이나 연예인 이야기도 많고요, 자유로운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젊은이들을 일베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입니다. 반면에 '다음 아고라'같은 경우, 정당 관계자가 게시물을 올리는 등 지나치게 정치색을 띠면서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이 참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대중과 소통하려면 먼저 어깨에서 힘을 빼야죠. 재미가 없고 지루하면 공자님 말씀도 조롱거리가 되는 세상입니다."

"중요한 이슈라도 재미없으면 안써요"

- 풍자 대상 선정과 그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네요. 기사를 보면 사뭇 구체적인데, 혹시 본인이 경험한 건가요?
"제가 풍자를 하는 원칙 중 하나가 '중요한 이슈라도 재미없으면 안 한다'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냥 글로 옮깁니다. 취재는 딱히 필요 없어요. 이미 기자들이 다 취재를 해서 기사로 나와 있으니까요. 직장에 다녀서 발로 뛰는 취재는 못하지만 웹 서핑이나 자료 검색은 그럭저럭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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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시민기자.


- 시사 풍자 소설에 재미가 빠질 수 없죠.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유머코드란 게 노하우가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전문 개그맨들도 가끔 방청석을 썰렁하게 만든다잖아요. 다만 재미가 없으면 과감히 쳐내는 '절제'의 미덕은 필요한 거 같습니다. 긴 글 보다는 단 한 마디에 배꼽이 빠질 때가 있죠. '촌철살인'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 그런데 요즘 이런 시사 풍자 소설 쓰기가 부담스럽진 않나요? '신상털기' 같은 걸 염려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지금은 풍자와 패러디의 전성시대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씩 풍자와 패러디가 올라옵니다. 어떤 분들은 그림에 재주가 있어서 만화로 표현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편집해서 시각적인 풍자를 합니다. 동영상으로 풍자를 하는 사람도 있죠. 텍스트 몇 줄로 웃기는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한참 '하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딱히 주목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풍자가 문제가 된다면 네티즌 수십만 명이 위험해집니다."

- 기사가 나가고 주변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아내는 정치를 싫어해서 기사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다른 지인들은 재미있어 합니다. 친구들은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걸 알기 때문에 '피식' 웃어줍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풍자한 '국정원 수석합격자 007은 왜 PC방 발령났나'는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로 공유를 해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 이후 계속해서 <오마이뉴스>에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지금처럼 시사 풍자 소설을 계속 쓰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르는 편이 아니라서 언제 다시 기사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편집부에 전할 말이라도.
"다소 엉뚱한 글일 수도 있는데 기사로 채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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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E시민기자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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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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