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으로 학교마다 비상? 우린 해법 찾았어요

[햇빛 서울 만들기⑤] 전기절약 지침은 대안 못 돼... 학교 전력난 해소하려면

등록 2013.06.17 21:02수정 2013.06.1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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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과 자립자치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울 햇빛발전소협동조합'과 '환경정의', '오마이뉴스'는 [햇빛 서울만들기]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 모델의 하나인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의 의미를 짚어보고 성과와 한계를 진단합니다. 또,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자립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올 여름 사상 최대의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학교에서는 전기료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가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학교의 경우도 평월 400~500만 원대이던 전기료가 여름과 겨울철이 되면 800~900만 원으로 훌쩍 뛰어 올라간다. 교육청은 고육지책으로 해마다 일선 학교에 전기 절약 지침을 내려 보내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별무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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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원초 4~5월 전기요금 고지서 ⓒ 상원초등학교


도대체 왜 학교는 이처럼 '전기 먹는 하마'가 되었을까? 곰곰 따져보면 서울은 공정택 교육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교육감은 해마다 계속되는 소위 '찜통교실' 여론에 밀려 학생들이 쾌적한 교실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목 하에 전 교실에 냉난방기 설치를 공약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값싼 설치비와 비싼 유지비가 들어가는 냉난방기를 도입한 것이다. 소위 시스템 에어컨 난방기라고 불리는 '천정형 냉난방기(EHP)'가 그것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에 설치되기 시작한 시스템 에어컨 난방기는 학교를 '전기 먹는 하마'로 만든 주범이다. 시스템 에어컨 난방기는 여름철 냉방만큼 전력이 소모되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소모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또 가스, 석유 등을 이용한 난방 효율이 80% 이상인 것에 비해 전기 난방의 효율은 35%에 불과하다. 값싼 설치비와 사용의 편리성에 가려져 시스템 난방기의 효율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다 매년 계속되는 전기료 인상 또한 예측하지 못했다.

결과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교에 떨어진 전기요금 폭탄이었다. 이 폭탄을 처리하느라 학교는 교수학습활동비, 학생복리비, 시설보수 등의 다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등은 이를 해결하고자 학교 전기료를 산업용 수준으로 인하하는 전기사업법 개정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교육용 전기료 단가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kWh당 108.8원인데 산업용 요금 수준으로 16원정도 인하한다 해도 절감될 수 있는 전기료는 고작 수십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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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원초 햇빛발전소 홍보 리플렛 ⓒ 상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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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원초 햇빛발전소 홍보 리플렛 ⓒ 상원초등학교


단순 전력생산? 환경교육까지 '일석이조'

그래서 서울상원초등학교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것과 더불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절전소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상원초에 세워지는 마을햇빛발전소는 교사·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햇빛발전소가 단순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뜻 깊은 환경교육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햇빛발전소 추진과정과 이후 태양빛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과정을 보면서 상원초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에너지 문제를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며 대안적 삶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서울상원초등학교가 지향하는 학교는 '21세기 문화인을 기르는 친환경  학교'이다. 21세기 문화인이란 "생태적·문화적 감수성을 자기고 다양한 변화를 읽어내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보편성과 다양성을 갖춘 소통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상원초에서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을 표현한 것이다.

햇빛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친환경 학교 Eco School"로서 생태 친화적인 환경 조건을 갖춘다는 의미와 더불어 직접 에너지 생산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은 풍족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에너지 문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지식 위주의 환경교육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삶의 문제인 지구생태 문제를 먼 나라 이야기로 알고 있다. 

그래서 상원초에서는 프로젝트 학습과 주제통합 학습을 통해 텃밭 가꾸기, 동물 기르기, 숲 체험, 자전거로 중랑천 탐방하기 등 생태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활동과 에코 센터 견학, 에너지 절약 수업, 재생 에너지 체험 활동 등 환경 친화적인 활동들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운영해 왔다. 올 해부터는 햇빛발전소 설치를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 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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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환


학교에서의 환경 에너지 교육은 실천과 지속성을 가져야 그 의미가 살아난다. 학교 텃밭에 친환경 채소를 가꾸어 보거나 학교 옥상에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것은 지식 위주의 환경교육을 받거나 일회적으로 좋은 자연을 찾는 것보다 생태 감수성과 환경 친화적인 태도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절약 활동으로 이어져 미래 지구 환경을 보전하려는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나는 왜 햇빛발전소에 출자하게 되었나?
                                                                                      김유선(학부모)
만약 당신에게 천사가 나타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종종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세상의 변화는 사실 평범한 개인들의 작은 행동에 의해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상원초등학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의 하나로 햇빛발전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나는 햇빛발전소협동조합 출자를 통해 위험함 원전을 줄이고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데 함께 할 수 있어 참으로 뿌듯한 마음입니다. 작은 힘들이 모여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학교를 '전기 먹는 하마'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전기료를 인하하는 방법이나 냉난방기를 틀지 않는 것은 일시적인 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학교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패시브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제로 건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기 사용을 줄이면서 생활하는 불편을 일상화하고, 나아가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햇빛발전소를 교육주체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절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용환씨는 서울상원초등학교장이며, 상원마을햇빛발전소 추진위원 입니다.
#햇빛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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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와 혁신교육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끔 영화평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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