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지기 동창들이 TV에 나오다니... 가문에 영광!

등록 2013.06.15 15:28수정 2013.06.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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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동창회 졸업사진.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동창회 앨범이 없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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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초등학교 제10회 동창회 모습을 'KBS 1텔레비전 다큐극장'팀이 촬영한 동영상. ⓒ 윤도균


60년지기 동창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했어요


지난 5월 20일경 '생면부지, 일면식도 없는' KBS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온다. "총무님 안녕하세요. 저는 KBS 방송작가 아무개인데요. 온라인으로 본 총무님 동창회 모습이 인상 깊어 방송 취재를 하고 싶은데 통화가 가능하세요?" 하고 말이다.

"네, 저 개인적 생각엔 괜찮다라고 보는데 또 모르지요, 다른 동창들 의견이 어떨지요"하니까, "총무님 그러시면 죄송하지만 동창 10여 분 정도 연락처를 알려 주시면 제가 동창분들과 통화를 하고 다시 총무님과 상의하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이틀 지나 또다시 작가에게서 전화가 온다. 총무님 동창분들과 통화하니 대체적으로 방송 촬영에 대한 호응도가 좋았다며 "총무님께서 회장님과 상의해 동창회 날"을 정해 연락 주시면 저희(KBS1 텔레비전)가 촬영에 따르는 준비를 하겠습니다"란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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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위하여 교정을 들어서는 동창생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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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초등학교 본관 전경. 우리들이 다니던 1950년대는 교실이 1층에 지붕은 초가지붕이었다. ⓒ 윤도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 우리 동창들이 방송에 출연할 만한 소재거리가 될까? 걱정이 되지만 이미 방송국 측에서 그동안 우리 동창회 모습을 인터넷 기사와 나의 블로그를 통해 낱낱이 살펴보고 방송 타당성 여부를 가늠한 것이기에 그 문제는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방송 출연이 쉽지 않은 기회인 만큼 열성을 다해 최대한 촬영에 협조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회장과 상의해 2013년 6월 1일(토)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갈현초등학교에서 제10회 동창회를 개최키로 정하고 회원들에게 이번 모임은 특별히 KBS1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우리 동창회 모습을 촬영하니 될 수 있으면 예쁜 모습으로 참석하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국에서는 우리 모교인 '갈현초등학교'와 방송에 따르는 촬영장소 및 기타 협의를 한 모두 마치고 촬영 날만 기다리는 중인데, 우리 동창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일부 몇몇 사람이 자신은 자랑거리도 없고 말주변이 없어 망신당할 것 같아 참석을 못하겠다고, 그 바람에 이해상관 없이 앞에서 방송출연 동창회를 주선했던 내 입장이 얼마나 난감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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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초등학교 현관에 걸린 역대 교장 선생님들과 재학생들 사진.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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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 빛 바랜 졸업장. 요즘처럼 서기를 쓰지 않고 단기를 썼다. ⓒ 윤도균


70평생 살면서 사소한 개인과의 약속도 어긴적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개인도 아닌 공영방송과의 약속을 지켜보려고 하지도 않고 중도 포기한다는 사실이 내 상식으론 용납되지 않아 방송 작가님과 상의하니 예상했던대로 방송국측에선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낸 상태라며 크게 난감해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보니 어린애도 아닌 나이 든 사람 체면이 영 말이 아니라 이때부터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되는 일이 어딨어?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생각으로 최종 참석 가능한 회원을 다시 확인하니 다행히 15명 정도 되어 이 소식을 방송 작가에게 전하고 계획대로 동창회를 진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2013년 6월 1일 오전 11시 파주시 금촌에서 동창들을 만나 모교에 도착하니 아직 방송팀이 도착하지 않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먼저 점심을 먹고 촬영에 임하기로 하고 갈현초등학교 교정을 나서 인근에 있는 '망향식당'에서 촬영팀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학교로 이동하며 보니 내 생각엔 간단한 촬영으로 예상했는데, 촬영팀 구성원만도 10여 명이 훌쩍 넘고 어마어마한 촬영 장비가 동원된 것을 보며 그때서야 이번 KBS1 텔레비전에서 우리 초등학교 동창회를 촬영하는 방송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느끼며 어깨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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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에서 60여년전 코흘리개 시절 1학년으로 돌아가 화기애애한 동창회가 진행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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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에서 그때 그시절 추억을 기리며 기념 촬영을. ⓒ 윤도균


초등학교에 도착해 우리는 1학년 1반 교실에 들어 "60여년전 코 흘리기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칠순'이란 나이도 잊고 개구쟁이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 천방지축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교실이 떠나갈 듯하다. 역시 "1학년"이란 이름 앞엔 나이도 잊는가 보다.

여기서 이번 우리 동창회를 촬영하게 된 기획 의도를 엿보면, 1960~70년대 수출 1억 불, 10억 불, 100억 불 목표 달성을 위해 여성들은 머리를 잘라 팔고 은행나무 이파리 주어 수출하던 시절 이야기, 또 한 편으로 월남전 참전, 중동지역 근로자로 파견되어 가족과 생이별하고 고생하던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물질 만능'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앞에 조명하는 프로그램 같다.

그러다 보니 어떤 동창은 한창 어려서 배곯으며 고생하던 시절 옛 이야기 하며 자신도 모르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곧바로 분위기가 반전돼 배꼽 잡고 웃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촬영은 1학년 1반 교실에서, 학교 현관 입구에서, 또 시원한 느티나무 정자 아래로 자리를 옮겨가며 장장 몇 시간에 걸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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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초등학교 교정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 방송 촬영에 임하고 있는 동창들 모습.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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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촬영을 모두 마치고 일행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윤도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하나같이 수집어하던 동창들이 역시 경륜은 무시 못하는 듯 어쩌면 그렇게 뒤엉킨 실타래 풀어내 듯 힘 안 들이고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낱낱이 기억해 술술 잘 풀어 이야기를 구수하게 잘하는지 그 모습에 촬영팀도 만족해 하며 오후 6시 모든 촬영을 마친다.

이어서 우리는 촬영팀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금촌으로 이동해 하루종일 촬영으로 다소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자네 한잔 나 한잔" 몇 순배의 잔이 돌아가는 가운데 가벼운 뒤풀이를 마치고 다음 동창회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나의 갈현초등학교 제10회 동창들아! 6월 15일 KBS1 텔레비전 8시 다큐멘터리극장 방송 꼭 잊지 말고 시청하면서 혹시 방송에서 내 모습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슬기롭게 이해하기로 하세, 솔직히 우리 70대들이 언감생심 텔레비전에 출연했다는 사실만도 나는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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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치고 금촌으로 이동해 저녁 식사 겸 가벼운 뒤풀이를 하는 동창들 모습. ⓒ 윤도균


#동창회 #갈현초등학교 #KBS #텔레비젼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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