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사람들 웃으며 왔다가 울며 간다는 이곳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정한 제1호 명품마을 '진도 관매도'

등록 2013.06.21 16:12수정 2013.06.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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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로 지정된 진도 관매도의 마실길. 꽁묘와 꽁돌을 보러 오가는 해변길 모습이다. ⓒ 이돈삼


바닷가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비취색 바닷물에 문명의 찌든 때가 씻기는 것 같다. 파도가 만들어낸 해조음도 귓전을 간질이며 동행한다. 발걸음이 가볍다. 초여름 뙤약볕마저도 싱그럽다. 여행자의 피로를 보상하고도 남을 비경들이다.

관매8경의 하나인 '돌묘와 꽁돌'을 보고 오는 길이다. 지난 11일이다. 관매도가 참 볼거리 많은 섬이라는 걸 실감한다. 해변을 감싸고 있는 솔숲(곰솔밭)도 명품이다. 바위섬과 해식동굴, 기암절벽도 있다. 자연풍광도 다도해 절경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처럼 빼어나다.


'민속의 보고'로 알려진 남도땅 진도에 딸린 섬 관매도(觀梅島) 얘기다. 하긴 오죽하면 '홍도 사람들이 웃으며 왔다가 울며 돌아간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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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8경의 하나인 꽁돌. 관매도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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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해변의 해송숲. 방사림으로 조성된 숲이 지금 명물이 됐다. ⓒ 이돈삼


관매도 해변을 둘러싼 솔숲은 방사림(防沙林)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함재춘이라는 사람이 처음 심었다. 오랜 세월 거센 바닷바람과 모래바람을 막아줬다.

지금은 건강과 치유의 숲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이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가꾸고 지켜 온 덕분이다. 한때 솔껍질 깍지벌레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슬기롭게 이겨냈다. 이 숲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됐다. 2010년 산림청에 의해서다. 면적이 10만㎡로 국내에서 가장 큰 해변 송림이기도 하다.

그 숲으로 들어간다.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키가 족히 20m는 넘어 보인다. 자태도 늠름하다. 경외심마저 든다. 고목을 타고 오르는 일엽초도 색다르다. 숲에 선 것만으로도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발걸음을 이끄는 탐방로도 예쁘다. 소나무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이제 발걸음을 시작했을 뿐인데 문명의 피로가 벌써 사라지는 것 같다. 솔숲 사이로 보이는 비취색 바다도 멋스럽다. 파도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솔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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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해송.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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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숲에 자리한 전통악기공원. 관매도가 '민속의 보고' 진도에 딸린 섬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 이돈삼


걸으면서 쉬어갈 곳도 있다. 편경, 운라 등 국악기가 있는 전통악기공원도 재미를 더한다. 관매도가 진도에 속한 섬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곳이다. 탐방로도, 악기공원도 관매도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 설치된 것들이다. 명품마을은 마을주민들이 국립공원구역 해제를 통한 지역개발보다 보존을 선택해 얻은 별칭이다.

솔숲 탐방로는 마을로 이어진다. 마을에는 톳이 지천이다. 길이고 마당이고 햇볕이 드는 곳은 모두 톳이 차지하고 있다. 한쪽에선 주민들이 다 마른 톳을 거둬 쌓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마을 앞 들녘을 가로지르는 논두렁과 밭두렁도 아름답다. 자연스럽게 습지가 된 논에는 관찰로가 놓여있다. 관찰로도 다소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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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특산 톳. 바닷가에서 톳을 널어 말리고 거둬들이는 손길이 분주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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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본 관매도 해변. 명품 해송숲이 해변을 감싸고 있다. ⓒ 이돈삼


솔숲과 마을을 지난 길이 관매도해변으로 이어진다. 해변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다.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섬이 파도를 누그러뜨렸다. 백사장의 모래도 곱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모래결의 감촉이 부드럽다. 단단하기도 하다. 마을사람들은 모래가 떡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떡모래밭'이라 부른다.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해송숲을 걷다보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솔숲에 기대서서 바다를 보니 내가 신선이라도 된 것 같다. 여기에 앉아서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를 보는 것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경물이겠다.

관매도해변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북쪽 끄트머리에는 해식절벽이 있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깎아지른 절벽이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닮았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도 신비롭다.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서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홍합도 볼거리다. 다시마, 파래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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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의 해식절벽. 수만권의 책을 포개놓은 것처럼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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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호마을 전경. 마을 뒤편 우실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관매마을에서 나와 관호마을로 간다. 바다를 앞마당 삼아 들어앉은 마을 풍경이 정겹다. 낮은 돌담도 마을길을 따라 이어진다. 마을 뒤 언덕에 올라서니 인근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날 좋을 땐 제주도까지 보인단다.

언덕배기에 돌담도 눈길을 끈다. 우실이다. 재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돌담이다. 마을의 경계석도 된다.

관매8경인 '하늘다리'와 '돌묘와 꽁돌'을 보러 간다. 우실에서 1.2㎞ 떨어져 있는 하늘다리는 칼로 자른 듯 반듯하게 갈라진 바위산에 놓여 있다. 폭이 3∼4m 된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다리로 연결돼 있다. 기암절벽도 절경이다. 돌묘와 꽁돌은 옥황상제와 관련된 전설을 담고 있다. 하늘다리로 가는 길목의 바닷가에서 만난다.

관매도는 전체 면적이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참 많은 섬이다. 관매8경은 꼭 챙겨봐야 할 경물이다. 천연기념물 제212호로 지정돼 있는 후박나무도 관매도의 품격을 높여준다. 연인과 함께라면 바닷가 그네의자에 앉아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다. 그네의자는 관호마을 뒤편 언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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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8경의 하나인 하늘다리 전경.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떨어져나간 섬을 투명한 다리로 연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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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해식절벽 모습.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만난 풍경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관매도에 가려면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 죽림분기점에서 1번국도 대체 우회도로를 타고 서영암나들목으로 나간다. 여기서 금호방조제를 거쳐 진도대교를 건너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읍, 임회면을 지나 팽목항으로 간다. 관매도행 배는 평일 오전 9시 30분, 12시 두 차례 운항한다. 주말과 휴일엔 오전 7시 30분, 오후 3시 증편된다.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관매도 #해송숲 #하늘다리 #관매8경 #관매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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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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