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닫힌 구청장실 철문, 왜 열렸나

[행복하려면, 풀뿌리부터③]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인터뷰⑵

등록 2013.07.01 09:52수정 2013.07.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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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녹색당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어가는 얘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더라도 눈에 보이고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불행의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좌절과 무기력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우리의 생활과 동네, 지역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풀뿌리부터'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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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선거 때만 을이었다가 선출되면 갑으로 돌변해 집주인 행세를 하는 단체장도 많다"며 "자신은 을이라고 생각하며 임기동안 집주인들의 삶의 질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저는 을입니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계약기간이 1년 남은 노원구청의 세입자죠. 선거 때만 을이었다가 선출되면 갑으로 돌변해 집주인 행세를 하는 단체장도 많습니다. 집주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 지는 관심 밖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면 임기동안 집주인들의 삶의 질을 고민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 '에코센터'에서 만난 김성환 노원구청장(48)은 자신의 직책을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을 관계로 표현했다. 구청장은 임기 내내 주민들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을이라는 것이다.

노원구 자살률이 떨어진 이유

그는 취임한 뒤에 18년 동안 굳게 닫혔던 구청장실 앞 철문부터 열었다. 1992년에 지어진 노원구 청사의 5층 구청장실에 가려면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하는데, 계단은 365일 철문으로 봉쇄되어 있었단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도 서지 않는 철옹성. 이건 을의 자세가 아니었다.

'행복한 노원구' '마을 공동체'를 모토로 삼고 있는 그는 갑의 행복을 고민하다가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자살예방사업도 벌였단다.

"우리는 구내 행복 지수를 측정하는데 자살률을 도입했습니다. 지금 3년째 접어드는데 사업을 시작할 때 자살자 수로는 서울시 25개 구 중 1등이었고, 자살률은 7등이었습니다. 우리 구내에서 이틀에 한 명꼴로 자살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1등으로 떨어졌고, 자살자 수도 14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를 위해 노원구는 우선 자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가난하거나, 질병이 심하거나,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단계로 접어든 사람들 16만 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테스트도 했다. 그중 고위험군은 약물과 정신과 치료를 했고, 주위군은 자살예방팀에서 관리했다. 또 3대 종단에서 활동하는 생명지킴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살할 생각을 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문상담을 실시했다.    


"이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정신보건센터 내 자살예방팀의 실무 인력을 6명을 늘인 것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몸으로 때우는 일이었습니다. 우울증 테스트는 통장님들이 기꺼이 해주셨습니다. 통장 조례를 바꿔서 '복지도우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각 마을의 통장 집에는 '복지도우미' 문패를 걸어드렸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노원구의 모델을 25개구로 확산하라고 지시했죠."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가 걱정스럽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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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내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대통령적 사고를 해왔다"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직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유성호


- 화제를 잠시 돌려보죠. 내년 지방 선거, 즉 계약기간이 1년 남았는데 집주인들의 평가는 어떤 것 같나요?
"임기 6개월을 앞두고 계약 연장 의사를 집주인들에게 물어볼 겁니다. 여론조사일 수도 있고 특정 샘플을 뽑아서 할 수도 있습니다. 제 의지도 중요하지만 갑의 판단이 더 중요하지요."

- 안철수 신당 창당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노원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데요, 신당 창당에 대한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안철수 의원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있습니다. 신당이 아니라 일종의 정책연구소를 하고 있는데 신당을 만들지는 여전히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안 의원이 말하는 새로운 정치를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라도당, 경상도당 등 배타적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치문화가 아니라 인류사적으로, 한국사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게 신당의 모습일 수도 있고, 민주당이 혁신으로 될 수도 있겠지요. 또 안철수의 새 정치 세력과 민주당의 정치세력이 함께 만들 수도 있겠지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들과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나아가야 합니다."

-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한다면 당을 옮길 생각이 있는지요?
"전 민주당 소속이어서...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을입니다.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겠지요. 사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민주당 녹색위원회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지구공동체 시대에 각 단위국가가 해야 할 일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노원구의회 의원과 서울시의회 의원을 거쳐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정책조정비서관을 역임했습니다. 정치인 김성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정책을 다듬을 때 '내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대통령적 사고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머슴으로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영세사업장의 4대 사회보험을 확대하는 일 등 표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자리에 관계없이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 정치인으로서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거야 팔자겠지요. 을이 아니라 갑이 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자리에 있든지, 대통령적 사고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직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갓집 덕에 출세한 '을'?

그는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 때 서울에 '유학'을 왔고 신촌에서 살았다고 한다. 노원구와의 인연은 20여 년 전에 그의 아내가 맺어줬다.

"처갓집이 상계동이었습니다. 연예 시절에 상계동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택시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장가가기 직전인 91년에 처갓집 근처로 이사를 했어요. 그리고 총각 때 살았던 상계9동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청와대도 들어갔었죠.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처갓집 덕분에 출세했다고 합니다(웃음)."

노원구 4년 세입자인 '을'은 요즘 '갑'인 처갓집 동네 사람들을 위해 15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을 45만 구민이 나서서 돌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명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 조만간 노원구에는 재능기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청소년을 가르치는 마을학교 200개가 들어선다.  
#김성환 구청장 #노원구청 #햇빛발전소 #에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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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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