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공부 싫어 자퇴... 진짜 배움의 계기가 됐죠"

[찜! e시민기자] '시베리아 이별여행기' 연재하는 예주연 시민기자

등록 2013.06.28 22:06수정 2013.06.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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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검색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여행지. 검색, 검색, 클릭, 클릭, 검색, 검색. 노트북이 마르고 닳도록 여행지를 찾다 보니 웬만한 여행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별로 다녀본 곳도 없는데 눈만 높아져서 큰일이다. 가까운 동남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다니…. 더위를 피해서 떠나는 여행이 피서라는데 까짓것 눈 딱 감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한 번 타러 가? 흐뭇한 상상을 하며 여름휴가 계획을 세워본다.


사실, 나의 여름휴가 눈높이가 높아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읽게 된 그녀의 기사들을 보면서 부터다. 그녀의 기사를 읽다보면 낯선 땅 시베리아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사실 멀어서 가려고 맘도 못 먹어 본 곳이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 번쯤 가보고 싶다. 순전히 그녀 때문이다. 맛깔나게 시베리아 여행기를 쓰는 그녀.

6월 마지막 주 '찜e시민기자'는 예주연 시민기자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느끼는 여행기에 더해 그녀의 동반자 S와의 이별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의 속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5일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금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예주연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공개, 좀 부담스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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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연 시민기자. ⓒ 예주연


-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무직과 학생, 작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저는 10년 전에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공식적으로 무직이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하면 공부를 되게 싫어하는 줄 아는데 주입식 교육이 싫었을 뿐, 진짜 배움을 찾아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 후로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며 독립적으로 공부해왔어요.


그중 독일 생활을 바탕으로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요. 그밖에도 여러 매체에 간간이 글을 싣고 있는데, 그야말로 간간이이고 글쓰기로 먹고 살 만한 수입을 얻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작가라고 하기는 쑥스럽네요. 그래도 혼자 보는 글이나마 꾸준히 쓰고 있고, 올 9월부터는 독립적으로 공부하던 문학을 더욱 깊게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기 때문에 무직에서는 벗어날 것 같습니다."

- 2013년 5월 26일 <오마이뉴스>에 가입하였습니다.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소설 습작을 계속하고 있고, 매일 일기를 쓰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고 난 뒤에 감상문을 꼭 남기는 편이에요. 이번 시베리아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결과물을 나누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블로그에 올릴까 했는데, 제가 그전에 활동을 활발히 한 게 아니라 아무도 찾아올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연재 공간을 찾다가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어요. 바로 가입을 하고 연재를 시작했죠."

- 주로 여행 분야에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예 기자가 쓰는 시베리아 이별여행기사에는 특히 문학, 영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요? 쓰게 된다면 어떤 분야로 활동하고 싶은지.
"저는 소설가가 꿈이고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니만큼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영화나 음악도 좋아하고요. 감동적인 작품을 만나면 그 책이나 영화, 음악의 배경이 된 공간이 궁금하고 가고 싶어져요. 반대로 가고 싶은 나라가 생기면 그 곳이 배경이 된 작품들을 찾아 읽으며 그리움을 달래기도 하고요.

러시아와 시베리아도 오랫동안 꿈꿔온 여행지라 그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접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글에 나타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적 배경지식이 제 여행을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 시베리아 이별여행 기사는 좀 특별해 보입니다. 시베리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무작정 끌렸어요. 일주일 동안 전 세계의 3분의 1을 달린다는 사실이나 열차가 지나는 공간이 한국인에게 지니는 의미도…. S를 만난 후부터는 시베리아라는 공간이 S와 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공간 같아서 더욱 특별해 보였어요."

- 시베리아 횡단기차 여행할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가장 좋았던 점 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러시아와 시베리아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열악했어요. 여행자들을 도와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관료주의 때문인지 불친절했고요.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순박하고 친절한 일반 사람들이었어요. 그 사람들을 깊게 사귀기 위해서 또 열악한 관광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키릴 문자와 간단한 러시아어를 배워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장기간 기차여행에 체력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여요. 본인만의 체력관리 방법이 있다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한 번에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자면 일주일이 걸리지만, 저는 그 중간에 위치한 이르쿠츠크에서 며칠 쉬었다 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사실 기차 안에서는 가만히 앉아 풍경을 감상하면 되었고요. 다만 오랫동안 걷지 않아서인지 다리가 퉁퉁 부은 적이 있었어요. 기차가 설 때마다 플랫폼에 나가 바깥공기를 쐬고 기차 안에서 파는 인스턴트 음식들 대신 현지인들이 직접 조리해 온 신선한 식품들을 사 먹는다면 건강한 여행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 이별에 대해 물어볼게요. S랑 이별한 것을 기사로 공개할 때 부담은 없었나요.
"S와는 제가 만 스무 살 때 만나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함께 했는데요, 제 인생에서 길고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걸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연재 처음에는 S를 비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여행을 하면서 S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저의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도 알게 되었고요. 앞으로의 연재에서 S와의 화해와 저의 성장을 다룰 예정이에요.

S와는 좋은 친구로 남았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있어서 기사를 쓰는 데 감정적으로 부담은 없었어요. 다만 국제연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을 공개하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피상적 연애가 아니라 진지한 사람 대 사람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그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고 믿어요."

- 혹시, 이별여행을 쓴 이후 S는 기사를 보았는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S가 큰 비중으로 나오는 만큼 첫 게재 전에 양해를 구했어요. 이러이러한 내용의 기사가 이러이러한 매체에 실린다고. 한국어를 하지 못해서 기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예전부터 제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지지해줬기 때문에 지금도 응원해주고 있어요.

다른 지인들에겐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어요. 저를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 지인들에게 보이기 쑥스럽달까요. 그래도 우연히라도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없네요."

"한 독자가 시처럼 남겨주신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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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연 시민기자. ⓒ 예주연


-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더불어 지금껏 가본 여행지 중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가보지 못했던 곳은 못 가 봤기 때문에, 가봤던 곳은 거기 있는 친구들과 추억 때문에 모두 다시 가고 싶어요. 하지만 우선순위를 꼽자면 아직 가보지 못한 아메리카 대륙, 그중 미국과 남미 일주를 해보고 싶네요.

추천 여행지는 바이칼 호수의 올혼섬. 보통 관광지에 가면 그전에 보고 들었던 사진이나 선배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올혼섬에는 사진이나 여행기에 표현되지 못한 신비한 기운이 있었어요. 그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조용한 마을에서의 휴식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 독자의 반응 중 제일 좋았던 점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면 상상도 못했을 높은 조회수에 깜짝 놀라곤 해요. 하지만 조회수에 비해 독자들의 댓글이나 쪽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하긴 저도 인터넷 상에서 댓글이나 피드백을 남기는 데 인색하기 때문에 불평할 순 없지만요. '시베리아 기차에서 만난 그녀, 한국어는 잘하는데...'  기사에 한 독자가 시처럼 남겨주신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다른 댓글과 쪽지들도 무척 큰 힘이 되고 있어요."

- 시민기자를 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처음 기사를 게재하고 편집 기자님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연재 공간을 찾다가 <오마이뉴스>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기에 블로그에 올리듯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거였는데, 제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후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임하게 되었어요."

- <오마이뉴스> 기사 중 주로 많이 보는 기사는 어떤 것인가요?
"제가 여행 기사를 쓰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나 하나 하고 '사는 이야기'면을 주로 보고 있어요."

- 지금껏 쓴 기자님의 기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모든 기사에 애정과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첫 화와 여덟 번째 화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1편은 처음 시작하는 두근두근함 때문에, 8편은 결국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인상 깊은 사람들을 그렸기 때문이에요. 독자들의 반응은 6편이 가장 좋았어요."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나요? 계획이 있다면 간략하게 써 주세요.
"16편에서 18편으로 기획하고 있는 '시베리아 이별여행' 연재를 반 정도 썼어요. 우선 이 연재를 무사히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후에 서평이나 문화비평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 앞으로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하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그러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 그밖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재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댓글과 쪽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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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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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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