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까지 만든 도요타...부러운 이유 따로 있다

[도요타의 실험-3] 환경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와 꿈을 향해 도전

등록 2013.07.05 16:46수정 2013.07.0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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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또다시 전력대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원자력발전소 관련 비리까지 터지면서 전력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지난 2011년 동북부 대규모 지진과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대규모 정전없이 위기를 넘겼다. 정부 정책과 시민,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참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는 오래 전부터 친환경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것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3회에 걸쳐 이들의 실험을 전한다. [편집자말]

일본 중부 기후현에 위치한 시라카와코는 자연림이 울창한 곳이다. 지난 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전통가옥인 '갓쇼즈쿠리' 부락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 도요타는 지난 2005년에 자연학교를 지었다. ⓒ 김종철


천천히 걸어 올랐다. 평범한 숲길이었다. 나무위에 새겨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도요타의 숲'이다. 말그대로 도요타 자동차회사가 만든 숲이다. 일본 아이치현의 도요타시(市) 이와쿠라쵸에는 그들이 만든 숲이 있다. 1997년부터 만든 숲의 규모도 꽤 크다. 전체 숲의 크기만 45헥타르(ha, 약 45만㎡)에 달한다. 이 가운데 15ha(15만 평방미터)를 보전과 정비 지역 등으로 나눠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나머지 숲은 자연상태를 유지해가며 가꿔 나가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숲을 만든다?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기자 옆에 함께 걷던 코니시 상무에게 넌지시 물었다. '왜 숲을 만드나'라고. 그는 도요타의 글로벌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임원이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도요타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코니시 상무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전 국토에서 숲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숲의 기능을 설명해 갔다. 숲이 이산화탄소 정화뿐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제공하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숲을 많이 가꾸고 보전해 나가는 것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왜 숲으로 갔을까

우리도 울창한 숲의 환경적 효과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던 터다. 그에게 숲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1시간여 동안 그렇게 숲을 둘러봤다. 기자를 안내했던 하부키씨는 숲속의 나무와 식물, 심지어 조그마한 우물가의 생물체 등을 일일이 설명해 나갔다. 여느 일반적인 숲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도요타 숲'에서 일하는 일종의 '숲 해설가'다.

하부키씨와 같은 숲 해설가들은 모두 7명 정도. 이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일반인에게 숲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생명이 살고있는지를 설명해준다. 하부키씨는 "이 곳이 십여년전만 해도 거의 황무지에 가까웠다"고 했다. 도요타는 이곳에 꾸준히 나무를 심고, 식물을 가꿔 나갔다.

이제 이곳은 거대한 자연학습장이 됐다. 실제 '도요타의 숲'을 찾는 사람만 1년에 수천명에 달한다. 지난 97년 이후 벌써 5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물론 도요타처럼 숲을 직접 조성해 가꾸는 기업들은 드물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하부키씨는 "도요타처럼 사유지에 숲을 조성해 가꾸면서 자연학습장을 유지하는 곳은 (일본 기업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코니시 상무는 "일본 내에서의 숲 조성 사업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쪽 사업 규모가 훨씬 크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사막화를 줄이기 위해 허베이성에서 지난 2001년부터 10년동안 모두 3000만 평방미터(㎡)의 녹지를 만들고 있다. 필리핀 루손 섬에서도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2400만㎡의 황무지를 숲과 나무로 우거진 삼림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국내 일부 기업들이 중국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도요타처럼 큰 규모로 지속적으로 해온 곳은 거의 없다. 코니시 상무는 "좀더 길게 내다보면 이같은 사업이 결국 우리에게 또는 후손들에게 이득이 된다"면서 "대기 오염을 줄이고 벌채 등 자연을 통한 경제적 효과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이와쿠라쵸에 있는 '도요타의 숲'. 도요타는 회사 사유지인 이곳을 '마을 뒷산'으로 새롭게 정비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환경학습의 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 김종철


시라카와고의 교훈...지역주민과의 공생, 자연과의 공존

그들의 자연에 대한 집착(?)은 이뿐만 아니다. 도요타 시(市)를 떠나 중부 기후(岐阜)현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라카와고는 일본에서도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숲속 생태계 역시 잘 보존돼 있다.

특히 일본의 전통 가옥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갓쇼즈쿠리' 부락도 있다. 해발 2700미터의 하쿠산(白山)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겨울철이면 폭설이 자주 온다. 눈의 양이 웬만한 성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많다. 이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폭설에 대비해 지붕을 50도 경사로 가파르게 만들고, 억새풀을 단단히 엮어 지붕을 덮었다. 집 구조 상 눈이 오면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돼 있다. 이 마을은 지난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바로 이곳에 도요타는 학교를 지었다. 자연학교다. 환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널리 알린다는 것이었다. 지역사회 발전도 함께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학교가 쉽게 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0년 도요타가 이곳에 자연학교를 짓는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은 반발했다.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등이 갖춰진 자연학교로 주민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도요타가 내놓은 해법은 주민들과의 공존, 공생이었다. 학교 건립에 30억엔(우리돈으로 약 320억원)을 투자하고, 매년 1억엔(약 11억원) 규모의 적자도 보전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도요타가 직접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시라카와고 자연공생포럼'이라는 독립된 단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포럼은 15명의 이사회로 구성돼 있지만 도요타 관계자는 4명만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11명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원로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지역주민이 학교 운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 시라카와고 자연학교는 자연환경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알리는 역할과 함께 지역사회와 공존, 공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학교 로비에 도요타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명예회장이 직접 쓴 '공생'이라는 글이 걸려있다. ⓒ 김종철


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꿈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이 부러운 이유

이 때문에 이곳 자연학교의 숙박요금은 지역 숙박시설보다 비싸다. 또 레스토랑에서는 일본 음식을 팔지 않고 있다. 기자가 이곳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 한켠에 커다란 액자에 '공생(共生)'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도요타의 창립자인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을 걸어놓은 것이다.

이같은 도요타의 공생전략과 지역민에 대한 꾸준한 설득으로 5년 만에 자연학교가 문을 열었다. 니시다 신야 자연학교장은 "도요타의 자연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리를 잡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곳의 다양한 교육으로 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가치를 알리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곳 계곡 물에서 나무로 만든 조그만 물레방아를 돌려보기도 했다. 세차게 흐르는 물의 낙차를 이용해 조그만 전구에 빛을 밝히는 체험이었다. 금세라도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 빛이 훤하게 비춰질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그만 전구의 빛조차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 교실에서 한 물을 이용한 수소연료차 실험도 마찬가지였다.

도요타는 왜 숲으로 갔을까. 단지 자동차 회사의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환경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도요타처럼 하지는 않는다. 아이치현의 도요타 숲, 시라가와고의 자연학교는 어찌보면 그들의 야망(?)을 위한 한 부분일 수도 있다. 단순한 친환경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꿈을 그들은 직접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부러울 뿐이다.
#도요타의 실험 #도요타의 숲 #시라카와고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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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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