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신비' 고려청자 여인상에 숨겨진 비밀

[인터뷰] 비색 고려청자의 맥을 잇는 도예가 윤태영씨

등록 2013.07.10 11:43수정 2013.07.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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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뒤로 젖힌 모습이 퍽 아름다운 청자 여인상이다. ⓒ 조찬현


강진청자는 가장 한국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모방할 수 없는 당대 가장 뛰어난 상감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청자는 지금껏 인류가 만들어낸 그릇 가운데 최고다. 고려시대 500년 간 꽃피웠던 비색청자의 맥이 600년 단절의 고리를 끊고 다시 세상에서 빛을 보고 있다. 고려청자문화의 발상지였던 전남 강진에서.

6월 29일, 동인요에서 청자 재현에 힘을 쏟고 있는 도예가 윤태영(60)씨를 만났다. 그가 강진고려청자와 인연을 맺은 건 1977년이다. 강진고려청자 재현사업 추진위원회 입사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강진 청자박물관 성형실장과 조각실장을 거쳤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순회 전시판매와 2005년 부산APEC 정상회담 국빈선물용 만찬식기 제작을 기획·총괄하는 등 그의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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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들기 시작한 생활도자기인 배추모양의 접시다. ⓒ 조찬현


작품이 탄생되는 순간... 첫 아이를 얻었을 때의 기쁨과 같아

그는 2005년 전남무형문화재 36호 이용희 선생으로부터 청자비법을 전수받았다. 그가 만든 청자는 가을 하늘빛을 닮아 밝고 맑고 투명하다. 신비로운 상감기법으로 만든 아름다운 비색청자의 자연미를 가슴으로 직접 느껴보자. 도예가 윤태영(60)씨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 청자와 인연을 맺은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부산APEC 정상회담 국빈선물용 만찬식기 제작 시 가장 힘들었습니다. 단시일(50일)에 작품을 완성해 납품을 해야 했거든요."

-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는 순간의 느낌은 어떤가.
"가마에 불을 땔 때는 늘 걱정이 앞섭니다. 가스 가마는 12시간, 화목 가마는 27시간 불을 지핍니다.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원하는 작품이 나왔을 때의 그 기쁨이란 말로 다할 수가 없지요. 첫 아이를 얻었을 때의 기쁨이랄까요. 그래서 이 일을 쉬 놓질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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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수식기에 두 마리의 학을 양각으로 새겨 자손의 번창과 무병장수의 뜻을 담았다. ⓒ 조찬현


- 이건 좀 현실적인 얘긴데요, 돈 됩니까?
"돈 안 됩니다. 쉬 손을 뗄 수 없는 건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하루라도 물레를 안 돌리면 좀이 쑤셔 못 견뎌요. 천상 이 직업이 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주로 어떤 도자기를 만드나요.
"작품 위주로 만듭니다. 최근에 생활자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 걸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 하나 소개해주세요.
"밥그릇과 국그릇 부부세트로 생활 도자기입니다. 2012년 디자인한 고심이 깃든 작품입니다. 건강장수식기에 두 마리의 학을 양각으로 새겨 자손의 번창과 무병장수의 뜻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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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인 국보 61호인 청자어룡형 주자를 재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 조찬현


세월마저 잊고 작품에 몰입... 국보 61호 청자어룡형 주자 재현

윤 도예가는 하늘과 바다의 색감인 옥색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매병과 주병 청자그릇의 색상이 유난히 하늘빛을 닮았다. 그가 만들어낸 청자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 강렬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작품 또한 다양하다.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축과 채소 나무 등이 생활도자기의 소재다. 학 접시와 닭 접시 배추모양의 접시 은행잎을 본따 만든 생활도자기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인 국보 61호인 청자어룡형 주자를 재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물고기를 형상화해 연경 모양의 손잡이를 단 주전자다. 옛날 임금님이 사용했던 술병이다. 그의 영혼이 담긴 역작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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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질을 하는 도예가의 표정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 조찬현


많은 도자기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다. 청자 여인상이다. 가슴을 뒤로 젖힌 모습이 퍽 아름답다. 이 여인상은 도자기를 구워낸 후에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치밀한 계산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의 손끝을 통해 만들어진 청자는 신비롭기만 하다. 세월마저 잊고 작품에 몰입해야만 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들 때면 그는 온갖 잡념이 다 사라진다고 한다. 물레질을 하는 도예가의 표정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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