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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100회 특집, 배가 아프지 않은 '힐링 동창회'

[TV리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 2탄

13.07.23 11:05최종업데이트13.07.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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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 2탄 참석자들이 다함께 사진을 찍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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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유명세를 날리던 적이 있었다.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부터 모든 동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가입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에는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도 한다.

동창, 때로는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친근해지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감성에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또 동창이란 단어만큼, 종종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난 뭘 하면서 살았나 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란 곳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만나서 꼭 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자기 자랑 경연대회 같은 식이 돼 버려 반가운 마음에 참석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만 진하게 남기는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는 판타지를 심어주며 인기를 끌다 어느 틈엔가 흐지부지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동창회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동창회의 이상적인 형식을 보여준 방송이 있다. 바로 지난 2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하가>(이하 <힐링캠프>)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털어놓은 고민에 마음 열려

지난주부터 이어진 <힐링캠프> 100회 특집은 그간 출연했던 게스트들 중 인기를 끌었던 이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윤도현·김성령·백종원·고창석·홍석천 등이 '동창생'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100회를 기념하는 자리답게 왁자지껄했다. 백종원 대표가 법륜 스님을 배려해 만든 '두부 자장면'도 나눠 먹고, 윤도현이 즉석에서 '행복송'도 만들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번 법륜 스님 출연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즉문즉설'을 통해 100회 특집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상대로 고민을 풀어주는 방식을 다시 진행시켰다. 백종원 대표가 "당연한 말씀이신데"라며 서두를 뗀 것처럼, 고창석이 '귀요미'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풀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결론처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결론으로만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혹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것이며,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적인 결론이었다. 잔뜩 움켜쥔 것은 덜어내고, 나누고, 배려하라는 원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이중 멤버쉽'이라는 기막힌 비유와 종교인이지만 전혀 종교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난처해하거나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한 언어 구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방송 말미, 제일 연장자이자 김성령의 말마따나 "항상 톱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이경규가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들은 왜 태어났냐"고. 그러자, 법륜 스님이 말한다. "이유가 있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 태어났기 때문이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그러니까, 무엇이 잘못되어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유를 찾으니까 회의주의에 빠져서 자살 같은 것을 하게 된다고 법륜 스님은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이 즉문즉설에서 법륜 스님의 명쾌한 '삶의 이유론'에 흔들리던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대답에 앞서 더 위로가 된 것은 그 자리의 가장 연장자이자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이경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이룰 만큼 이룬 사람조차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듯한 그 솔직한 '직문'이 사실, '직설'의 울림을 끌어내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김성령은 여배우로서는 가장 듣기 참아내기 힘든 말인 '늙었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오십이 된 여배우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고민이 많은 이경규, 맑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 한혜진,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인 김제동까지. 그 어느 누구하나, 들었을 때 '에이 거짓말~'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시어머니로, 누군가의 미래의 며느리가 되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혹은 남편이 되고 싶은 혹은 될 수 없는 입장으로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범사들을 똑같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륜 스님이 자신의 힐링이 자신과 같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 즉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시청자들도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꾸러미씩 꿍치고 있는 고민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우선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창회가 대부분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원리로 입맛이 소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라면,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는 그 반대급부의 원리로 모두를 치유했다. <힐링캠프> 100회 특집은 언뜻 보면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보고 나면 어쩐지 보는 시청자조차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 같은 집단 힐링 카운셀링이었다. 역시나 <힐링캠프>다운, <힐링캠프>만의 묘미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나가시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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