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명 젊은이들이 '국정원 사건'에 주목한 이유

[나는 분노한다16] 대전2030시국선언 이끈 이은영 대전청년회 대표

등록 2013.07.29 11:36수정 2013.07.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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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대학생 및 청년 등 2030세대 200여명은 지난 7월 15일 오후 충남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불법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젊은이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220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이날 시국선언에서 이들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무참히 짓밟히고,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가 비참하게 유린당한 현실에 우리는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전청년회, 대전청년유니온, 대전충청다함께, 대전지역대학생연합 등 대전지역 청년단체들과 함께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연석회의'를 구성해 1인 시위, 캠페인, 촛불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시국선언과 연석회의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대전청년회 이은영(32)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 그는 현재 충남대 옆 대학가 골목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한 건물 지하를 빌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모이고 만나는 '소통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3일 만에 모인 2030세대 220명

<오마이뉴스>는 이 대표를 만나 2030세대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과정과 그가 준비하고 있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궁동의 한 건물 지하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명목상으로는 대전청년회 사무실이지만 책상 두 개가 청년회를 위한 사무공간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곳을 찾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름도 아직 못 정했어요. 간판도 못 달았고, 사실 그런 돈도 없기는 하지만..."


단순히 단체 사무실이 아닌, 젊은이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더 멋진 이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저는 여기(궁동)에서 대학생들과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서 이 공간을 마련했고, 지금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캠페인이나 촛불집회 준비 등을 많이 하고 있죠. 노래공연도 하고요."

이 대표는 대전청년회 노래패인 '놀'의 멤버이기도 하다. '놀'은 대전지역 주요 집회 때마다 등장하여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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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시국선언'을 이끈 이은영(32) 대전청년회 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동네에는 자취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들과 함께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고 소통하는 '집밥공동체'를 2주에 한번씩 하고 있고요. 마을지도 만들기도 준비하고 있고요. 또 강연도 해요. 다음 달 8일 저녁 7시에는 한홍구 교수님을 모시고 '지금 이 순간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도 들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 공간 자체를 대학생들에게 언제든지 개방하고, 또 빌려주고 있어요. 스터디를 해도 좋고, 행사를 해도 좋고요."

이처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은 그녀에게 요즘 고민은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이다. 분노가 차 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신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2030세대 시국선언'이다. 학교나 학생회, 어떤 단체 등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우리 지역의 젊은이들, 그들을 묶어보자는 생각으로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건, 그것은 단순히 '댓글녀 사건'이 아니죠.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든 사건이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국가권력이 짜고서 조작한 사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 표 한 장 왜곡한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민심을 왜곡하고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또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식이라면 대체 국가권력이 못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국민의 선택과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어요. 그 일에 국가권력기관만 개입한 게 아니라 이를 수사해야할 경찰이 동조, 방조하고 또 언론이 이를 왜곡해서 보도하여 국민의 눈을 다시 한 번 속이고 있죠.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것,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충남대 총학생회가 서울지역 다른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을 보고 시국선언에 대해서 할지 말지를 토론을 붙였는데, 결국 부결됐어요. 그것을 보고 2030시국선언을 생각하게 됐죠. 학교라는 울타리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의견을 표출하고 싶은 대학생, 그리고 이 지역의 젊은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주로는 온라인으로 모았고, 대학가에서 직접 나가 서명도 받았어요."

이렇게 시국선언에 자신의 이름을 낸 2030세대는 모두 220명 정도다.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생각보다는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한다. 방학 때라서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어려웠고, 또 3일 정도 만에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는 젊은이들 220명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이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은 다 똑같더라고요. 비록 현재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이 많고 중요해서 거리로 뛰쳐나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국선언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이름을 내 준 대학생들, 그리고 직장인, 아기엄마들 모두 감사해요."

"국정원 사건 국민 상식 눈높이에서 해결해야"

"요즘 젊은이들이 무슨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취업전쟁에 내몰려서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서 그렇지, 그들도 저와 똑같이 분노하고 있었어요. 여론조작, 선거개입 분명히 진상을 밝혀야 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국정원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우리가 서명운동 하고 있는데 혼내시는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왜 박근혜한테 뭐라 하냐', '니들이 전쟁을 알기나 하냐'는 식으로요... 그래도 전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 하고 웃으며 넘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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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시국선언'을 이끈 이은영(32) 대전청년회 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렇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상식'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 그게 상식이죠"라고 덧붙였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되죠. 우선 정확한 조사로 진상규명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관련자들 처벌, 그리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죠. 그 다음에는 정치권과 청와대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해요. 그리고 국정원 개혁이 있어야 하겠죠. 정보를 수집해서 국가발전에 도움을 주는 본래 목적의 '정보기관'으로 개혁하는 것, 또 그러한 정보가 사유화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해결방법 아닐까요? 그게 또 상식이고..."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바람처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NLL논쟁을 비롯한 다른 이슈에 묻혀가고 있다. 국정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러고는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떠올리며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시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NLL논쟁은 정말 뜬금없는 것 같아요. 완전히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느낌이에요. 지금 (NLL포기발언이) 맞니 안 맞니, (대화록이) 있니 없니, 이런 얘기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뭔가를 들키고 싶지 않은 그들의 의도가 아니겠어요? 그 문제도 물론, 중요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얘기보다는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을 이야기 할 때이죠.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 속상해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거대한 건을 건드려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예전에 있었던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도 미국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또 국민들도 그냥 우발적인 사고이겠거니 하고 말았는데, 결국 그 운전병이 무죄를 받으면서 국민 감정이 폭발했던 거죠. 마찬가지로 지금 국정조사도 잘 안 되고 있고, 국민 여론도 잘 형성되지 않고 있고 그래서 절망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국민 분노가 어느 방식으로든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하는 게 또 맞고요."

이 대표는 비록 자신의 힘이 미약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하는 촛불집회에서 노래 부르는 일도 열심히, 빠지지 않고 하고, 대전청년회 회원들과 피켓을 들고 홍보도 열심히 하고, 또 '2030연석회의'도 생겼으니 거기에서 하는 일에 열심히 참여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끝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통의 싹'을 틔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본적으로 저는 청년들을 믿어요. 지금은 비록 그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당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그들에게는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들의 숨통을 틔워줄 공간이 없다는 게 문제죠.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국가와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고요. 비록 지금은 간판도 달지 못한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에서 그들과의 소통이 싹을 틔우기 바라고 있어요. 갈 길이 멀어요."
#시국선언 #국정원 사건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대전청년회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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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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