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화가 낙후됐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찜! e시민기자] 인천 지역 소식 전하는 심혜진 시민기자

등록 2013.08.02 17:59수정 2013.08.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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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사랑합니다'


아부로 보일 수 있는 이 글귀, 하지만 보는 순간 입가엔 미소가 맴돌았다. 아,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독자도 아니고 시민기자가 자기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다.

공개적으로 <오마이뉴스>에 대한 사랑을 표한 이 분, 심혜진(36) 시민기자다. 심혜진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낸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기사 보내고 나면 어떻게 처리될까 마냥 궁금하고, 톱 기사로 올라가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한창 재미 들릴 때다. 인천을 기반으로 한 지역신문 <시사인천>의 문화 담당 기자이기도 한 심혜진 시민기자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 심혜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기

"선배들이 저 몰래 <오마이뉴스>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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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성영화제에서 영화배우 김꽃비와 함께 한 심혜진 시민기자. ⓒ 심혜진


- 페이스북에 '오마이뉴스 사랑합니다'라고 쓴 걸 봤어요. 진심인가요?(웃음)
"푸하하. 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톱기사로 실렸더라고요. 우리 신문사(<시사인천>)도 안 해주는 걸 <오마이뉴스>가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죠. 아무래도 관심이 오면 관심이 가게 돼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죠. <오마이뉴스> 사랑합니다. ^^."

- 어떻게 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내게 됐나요?

"기자를 시작한 지 만 2년이 조금 넘었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선배들이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고 있더군요. 저한테는 가르쳐 주지도 않고 말이에요! 뒤늦게 알고 나서 꼭 올리리라 마음은 먹지만, 게으르다 보니 잘 안 돼요. 가끔 '이건 우리 독자만 알기엔 진짜 아까운 기사'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오마이뉴스>에 올려요."


- '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이라는 기획기사가 인상적이에요. 청년들이 꾸리는 기업을 찾아 전국을 누비시던데, 지역 신문하면 그 지역 사람을 다루지 않나요?
"대부분은 그렇지만 전국에서 발생하는 사안은 기획취재를 합니다. 신문법에 근거해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기구(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있어요. 여기서 기획취재 비용을 지원해 줍니다."

- 대구의 사람 도서관, 춘천의 공정여행기업 동네방네, 서울의 21세기 자막단 등 특이한 집단을 많이 만나셨어요.
"2~3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 쪽에서 청년들의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청년사업단을 물색했어요.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쳤으니, 아주 허술하거나 얼토당토 않는 사업은 아닐 테니까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었는데, 분명한 수익 사업이 있고,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고, 기존 사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거였어요. 좀 까다롭죠? 하지만 현재 매출이 얼마인지는 그다지 따지지 않았어요.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아직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매출을 따지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 청년 혹은 젊은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입니다.  
"주위에 20대 친구들이 좀 있어요.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된 건데, 10년 차이인데도 제 대학 시절과 참 많이 다르더군요. 저 때만 해도 자원활동을 한다든가 인턴, 해외 연수 이런 건 정말 소수의 독특한 사람들만 경험했죠. 지금은 이런 거 안 하면 굉장히 불안해지고 위축된다더군요.

근데 이렇게 한다고 특별히 취업이 더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워낙 취업의 벽이 높고, 취업 준비에 20대를 다 보내니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고…. 그래서 청년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이건 뭐지?' 하고 검색해 보다가 정말 기상천외한 사업을 실행해 가는 청년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낙후됐다고요? 인천 문화는 역동적입니다"

- <시사인천>은 광역시인 인천을 다루잖아요. 근데 인천하면 문화적으로 어떻다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요. 
"인천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들은, 인천 문화에 대해 '낙후됐다'는 표현을 많이 해요. 서울과 비교하면 물론 그래요.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과 비교하면 또 달라요. 문화는 타 지역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지역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 지역이 가진 특징과 자산은 무엇인지, 과연 문화예술이 이 안에서 자생하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봐야죠. 그런 면에서 인천은 굉장히 역동적이라고 생각해요. 배다리나 신포동을 중심으로 문화공간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인천에서 활동하려는 젊은 예술인들도 많고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돼요."

- 지역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에서 쉽지 않아요. 큰 무대, 큰 공연, 톱스타가 있어야 '뭔가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역에서는 정말 굉장히 다양한 문화활동이 있어요. 인천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는 극단도 있고, 10년 넘게 현대무용 단체를 이끌어온 분도 계세요. 낡은 양조장 건물을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든 '스페이스 빔'은 또 어떻고요. 이런 곳을 알리는 게 제 의무인데,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가끔 놓칠 때도 있고, 힘에 부치기도 해요. 그래서 '내가 너무 능력이 없나 보다' 하는 생각에 힘들기도 하죠."

- 인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추천해 주세요. 차이나타운이나 월미도 이런 곳 말고요. ^^
"인천에 오시면 무조건 배다리에 들르셔야 해요. 제가 쓴 '한때 사라질 뻔한 배다리, 문화의 요람이었네'를 보시면 코스도 소개돼 있어요. 그리고 신포동 쪽도 강추요. 금요일마다 라이브 재즈 공연이 열리는 30년 된 '버텀라인'도 가보시고 (관련기사: '불금!' 인천 유일의 재즈클럽으로 가자), '팟알'에서 팥빙수도 드시고 (관련기사: 리모델링도 못하는 100년도 더 된 집, 왜 샀을까), 주변 맛집도 고만고만하게 몰려 있으니, 깨알 같이 검색해서 오세요."

- 지역 뉴스가 전국적으로 회자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역 신문 기자로서 본 <오마이뉴스>는 어떤가요?
"똑같은 사고가 나도 유독 서울이란 '지역'에서 벌어지면 더 큰 이슈가 돼요. 서울 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들 서울에 관심이 많기도 하죠. 공연도 서울에서 크게 홍보를 하고 난 뒤, 지역을 순회하는 식이잖아요. 이 시선을 자신이 사는 지역으로 옮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역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고요.

<오마이뉴스>가 어떤 비판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선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볼 수 있어 좋아요. 대체로 지역 이슈는 따로 검색을 하거나 지역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잖아요. <오마이뉴스>가 흩어져 있어 알기 어려운 기사를 한데 모으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 어떻게 해서 기자가 됐나요?
"<시사인천>(옛<부평신문>)에 과학칼럼을 연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이전 직장에서 1년 휴가를 받은 참이었고, 이번 기회에 글이나 써보자 싶어 과학칼럼을 쓰기 시작했죠. <시사인천>엔 마침 문화부 기자가 없었어요. 제안이 왔기에, '1년만 해보자' 싶어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쉽게 발을 뺄 수가 없더군요.

기자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글 쓰는 게 좋아요.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글을 쓴 지 이제 3년차이니, 아직 갈 길이 멀죠. 앞으로 제가 쓰는 글이 조금이라도 저와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보탬이 된다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계속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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