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고공시위,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운명은?

[현장] 원전 안전 요구 그린피스 활동가 첫 공판... 선고 22일

등록 2013.08.10 10:19수정 2013.08.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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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열린 재판에 앞서 법정 앞에선 그린피스 활동가들. 왼쪽부터 이준따(28·대만), 무하마드 아드호니아 카나리시아(29·인도네시아), 밴 팜(27·미국), 송준권(41·한국). ⓒ 정민규


"위험한 곳은 광안대교가 아니라 원전입니다"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부산 광안대교에서 원전 비상계획구역 확대 등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인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의 첫 공판이 9일 열렸다. 특히 이번 재판은 외국인 NGO 활동가들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이례적인 일로 관심을 모았다.

피고인석에 선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한국인인 송준권(41) 활동가를 비롯해 이준따(28·대만), 무하마드 아드호니아 카나리시아(29·인도네시아), 밴 팜(27·미국)으로 각기 다른 국적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재판은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통역사들의 통역을 통해 4개 국어로 진행됐다. 심리를 맡은 판사의 말이 떨어지면 이를 통역하는 통역사들의 웅성거림이 조용한 법정을 채웠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통역을 거치다보니 재판도 사안에 비해 길어졌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03호에서 형사3단독 사경화 판사 심리로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과 활동가들 사이에는 고공시위의 위법성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집시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의 책임을 묻고자 했다. 반면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공동주거침입과 집시법 위반 등은 인정하면서도 업무방해에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처벌을 무릅쓰고 광안대교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나갔다. 활동가들은 일관되게 한국의 실정법 위반에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이 원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공익적 활동이었음을 강조했다.


검찰 "실형 구형" - 변호인 "선고유예"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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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의 고공시위가 벌어졌던 지난달 10일 부산 광안대교 모습. 활동가들은 이 고공시위에서 원전 대피구역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고 높이 150미터인 광안대교 주2탑의 상단부에 줄을 매달고 고공 농성을 펼쳤다. ⓒ 정민규


송준권 활동가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전 사고에는 30km 내에는 사람이 살 수 없고, 그 안에 모든 것은 이주해야 한다고 경험적으로 보아왔다"며 "재판을 하고 있는 법정도 (원전 반경) 30km 내에 위치해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부산경남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업무방해죄와 관련해서는 위력의 사용여부가 관건이었다. 업무방해죄 성립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위력이나 폭력의 사용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은 엇갈렸다.

검찰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차단되어 있는 광안대교 주탑에 올라가 로프로 주탑의 출입구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인 것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피고(활동가)들이 모든 출입자의 출입을 통제한 바 없고, 출입을 봉쇄했다는 검사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 맞섰다.

활동가들 역시 그린피스의 활동 원칙인 이른바 '비폭력적 직접 행동'을 수차례 언급하며 일체의 물리적 위협이나 협박을 관계자들에게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시위 방법의 극단성과 위험성 지적에는 자신들이 암벽 등반 등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안전상의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활동가들은 국내외에서 범법 사실이 없음과 재판으로 인한 출국 정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 등도 재판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실형 구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검찰 측은 송준권씨에게는 징역 10월을 구형하고 나머지 외국인 활동가들에게는 6개월씩을 구형했다. 이러한 검사 측의 구형에 변호인들은 형의 선고 유예나 최소한의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판단은 판사의 손으로 넘겨졌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을 오는 22일 오후 4시에 열기로 했다.

한편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약 52시간 동안 부산 광안대교 주탑 80m 가량에 매달린 채 원전 비상계획구역 확대 등을 요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한 한국의 비상계획구역이 미국(80km), 독일(25km), 스위스(20km)에 크게 못 미치는 10km라는 점을 지적하며 비상 구역 확대를 주장했다.
#광안대교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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