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콩국수 만들지 말자 다짐했지만...

콩 껍질 벗기는데 3시간, 맛 보니 생각 달라지네

등록 2013.08.11 16:31수정 2013.08.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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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콩국수 .. ⓒ 정현순


"할머니, 이게 무슨 국수야?"
"우진이하고 우협이는 이런 국수 처음 먹어 보지? 이게 콩국수라는 거야. 맛이 어때?"
"고소하고 맛있어. 아까 할머니가 콩 요리 한다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손자들의 반응이다.

며칠 전 여름방학이라 손자들이 놀러왔다. 너무나 더운 날씨탓에 탈이 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지난 번 된장 담그고 남은 하얀콩이 생각났다. 녀석들이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별식으로 콩국수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마침 주말이라 다른 식구들도 모두 집에 있으니 더위를 식힐 겸해서.

전날 밤에 물에 담가 놓은 하얀콩이 알맞게 불었다. 물에 삶기 전에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잘한 콩의 껍질을 벗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콩끼리 으깨도 보았고 서로 문질러도 보았지만 껍질이 완벽하게 벗겨지지 않고 콩이 부서지기 일쑤였다. 할 수 없이 하나 하나 손으로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콩 껍질을 일일이 벗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머지는 벗기지 말고 그대로 삶을까? 아니야 그래도 우리 가족들이 먹을건데···'


그렇게 머뭇거리다 또 다시 벗기기를 수 차례. 그러면서 이렇게 벗기기 힘든 콩껍질을 음식점에서는 어떻게 다 벗길까? 그렇다면 콩국수 한그릇에 7000원~8000원 하는 것은 그리 비싼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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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긴 하얀 콩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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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아서 믹서에 곱게 갈아준 콩 ⓒ 정현순


콩 껍질 벗기는 데 손이 '퉁퉁'... 3시간이 걸렸다

손이 퉁퉁 불토록 콩껍질을 모두 벗겼다. 거의 3시간 정도 걸렸다. 힘들게 벗긴 콩을 보니 힘들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껍질이 벗겨진 콩은 한결 깔끔해 보였다. 껍질과 콩이 거의 비슷한 양이었다.

껍질을 벗긴 콩을 물을 붓고 삶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냄새가 나고 덜 삶으면 콩비린내가 난다. 콩이 끓기 시작하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불 조절을 해야 한다. 적당히 삶아진 콩을 식힌다. 이때 콩 삶고 남은 물은 버리지 않는다.

식은 콩과 물을 함께 넣고(1:3비율로) 믹서에 갈아준다. 믹서에 콩을 갈고 보니 패트병으로 두병이나 나왔다. 적어도 며칠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했다. 콩을 믹서에 갈 때에 통깨도 함께 갈아주면 더욱 고소한 맛이 난다. 난 깜빡 잊어 나중에 통깨를 콩국수에 넣어 주기로 했다. 곱게 갈린 콩은 우유처럼 뽀얀 빛깔을 낸다.

미리 삶아둔 국수에 오이와 토마토, 깨를 넣고 곱게 갈린 콩물을 부어준다.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준다. 콩을 갈 때에 소금을 넣어 주면 콩이 삭을 염려가 있으니 먹을 때 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일단 빨간 토마토와 초록색의 오이, 노란 통깨, 투명한 얼음과 뽀얀 콩국물, 하얀 국수가 어우려저 먹음직스러운 콩국수가 탄생했다.

콩국수 맛을 보더니 식구들도 한마디씩 한다.

"와!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더 진한데~~"
"그럼 당연히 그렇겠지. 그 많은 콩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다 벗겼는데."

약간의 공치사를 했다. 콩 껍질을 벗길 때에는 다시는 집에서 콩국수 만들어 먹지 말고 갈아놓은 콩을 사다먹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 맛이 끝내줬다.

콩국수를 먹은 뒤 3~4시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도 든든함이 남아있었다. 그런 기분이 들자 내 생각도 다시 달라졌다.

'그래, 다음에는 조금씩 해 먹자.'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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