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 돼버린 낙동강 식수원...이게 안전하다?

[2013 전국투어 - 대구경북울산⑪] 녹조 창궐한 낙동강, 대책없는 정부

등록 2013.08.23 15:16수정 2013.08.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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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8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대구·경북·울산입니다. [편집자말]
낙동강 녹조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둘러본 식수원 낙동강은 계속된 무더위로 창궐한 조류와 물고기 사체, 각종 부유물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이 낙동강 지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초 '녹조대란' 사태가 장기화하자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상류에서 총 2100만t의 물을 방류했다. 또 지난 8월 6일엔 낙동강 유역에 30~50㎜ 가량의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낙동강 중상류지역 녹조라떼 현상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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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7km 상류 지점(대구 식수원인 문산취수장에서 3.5km, 고령광역취수장에서는 2km)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천인 백천이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지난 8월 16일의 모습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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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뒤덮인 백천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이 많다. 이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 정수근


상류의 물 방류와 비로 일시적으로 강 유속이 증가해 낙동강 보 부근의 녹조현상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유속이 느린 정체 수역, 지천과 강이 만나는 합류지점에서는 녹조라떼 현상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심화되는 낙동강 녹조, 안이한 환경당국

하지만 환경당국의 대응은 안이하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 중상류의 녹조 현상은 다소 완화되었고, 수돗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밝혔다. 또 20일에도 "낙동강 칠곡보, 구미보 '수질예보제' 관심단계 발령, 수돗물 안전하게 공급중"이라고 밝혔다. 녹조 확산을 막는 근본 대책을 도외시한 채 '수돗물 안전'만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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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 제거를 하고 있다. 모터보트의 스크류로 녹조띠를 흐트러뜨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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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와 같은 원리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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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의 땜질 대응. 모터펌프를 이용해 강물을 강하게 뿜으며 녹조가 엉기는 것을 막고 있다. ⓒ 정수근


또 수자원공사는 '눈에 띄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모터펌프를 동원해 녹조 핀 수면에 물을 강하게 뿌리는 작업을 했다. 모터보트를 이용해 강 이곳저곳을 오가며 스크류로 녹조 띠를 분산시키는 작업도 했다. 지난 MB정부 때 환경부 공무원들이 나서 녹조를 걷어낸 것과 땜질식 처방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런 식의 처방은 또 2008년 1월 한 방송 토론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선박을 운행하는 배의 스크류가 돌면서 산소가 공급돼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환경단체로부터 '스크류 박'이라 불린 박석순 교수(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장)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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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뒤덮인 칠곡보 상류. ⓒ 정수근


이런 탓에 환경단체에서는 "도대체 환경당국과 정부를 언제까지 믿어야 하느냐"며 "이런 식의 엉터리 대응이라면, 환경당국이 발표하는 조류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 등의 수치 자료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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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고령교에서 상류로 바라본 낙동강 모습. 녹조가 창궐한 상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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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녹조라떼'. 강정고령보 상류 6km 지점의 낙동강변 모습이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숙자 처장은 "이미 '호소(湖沼. 호수)'가 된 낙동강은 식수원 기준에 따라 보다 엄격한 조류 관리 기준인 '조류경보제'를 기준으로 수질 관리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환경부는 4대강 사업 준공 전 MB정부가 급조해 만든, 느슨한 기준인 '수질예보제'를 들고 나와 녹조가 창궐했는데도 '관심 단계' 운운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인 수질예보제는 남조류 세포수와 녹조의 원인이 되는 클로로필-에이 예측 농도를 고려해 발령된다.

환경당국이 발표한 16일 자 자료만 보더라도 환경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호소와 상수원 댐 수질 기준인 '조류경보제'를 기준으로 하면, 상주보를 제외한 낙동강 전 구간에서 조류경보 수준의 유해 남조류 개체수가 확인됐고 점점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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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담수로 떼죽음한 낙동강변의 자생버드나무군락과 창궐한 녹조가 기괴한 모습으로 뒤섞여 있다. 강정고령보 상류 6km 지점 낙동강변의 8월 21일 모습이다. ⓒ 정수근


낙동강이 썩어간다, 수문을 열어라!

그러나 이런 수치상의 결과보다 더 심각한 건 낙동강 현장의 상황이다. 녹색조류와 부착조류, 각종 부유물 탓에 악취 진동하는 시궁창을 방불케 하는 구간도 있다. 환경단체의 지적대로 "15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기자브리핑에서 "낙동강에는 17곳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있고, (강이) 오염되는 경우에도 수돗물은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장관은 "수돗물이 안전하게 공급된다고 국민이 편안한 게 아니"라며 "강이 계속 오염되는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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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부유물과 녹조로 시궁창을 방불케하는 강정고령보 상류의 모습. 이런 식수원 낙동강의 모습, 괜찮을까? ⓒ 정수근


환경단체 등 전문가들은 "수돗물은 안전하다"고만 운운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윤 장관의 말대로 "오염되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정부도 "4대강 보가 낙동강 녹조의 한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정숙자 처장은 "MB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된, 녹조라떼의 주범인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녹조대란 사태의 핵심 원인인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낙동강 녹조 #4대강사업 #녹조라떼 #지천 #보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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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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