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시클로 타고 다시 한 바퀴

[베트남의 문화유산 찾기 ⑤] 호이안 2

등록 2013.08.24 15:23수정 2013.08.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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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습지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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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본강 하구의 죽방렴 ⓒ 이상기

투본강 하구의 죽방렴 ⓒ 이상기

저녁 6시가 되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나는 호이안 구시가지에서 저녁을 먹을 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식당은 투본강 하구가 바다와 만나는 바닷가 습지에 있다. 쿠아다이(Cua Dai) 해변 근처의 만월당(Full Moon Town)이다.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데 어스름한 석양이 이국의 정취를 돋운다. 다리에서 보니 우리의 죽방렴 비슷한 고기잡이 시설이 보인다. 정원 곳곳에 방갈로도 있고, 정교한 나무 조각도 있는 괜찮은 레스토랑이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저녁을 먹는다.

 

2층에서는 주변에 대한 전망이 더 좋다. 잠시 후 베트남식 저녁이 나온다. 어스름이 조금씩 밀려오면서 등불이 하나둘 켜진다. 레스토랑 주변을 흐르는 물은 야자수 농장을 지나 쿠아다이 해변으로 흘러들어간다. 이곳은 나무와 숲에 둘러싸여 바다가 잘 안 보이지만, 지척지간에 해변이 있다. 버스를 타고 해변을 따라 올 때,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낮에는 너무 뜨거워 해수욕을 하지 않는다. 오후 5시가 넘어야 해변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베트남 해변에서 낮에 해수욕하는 사람은 관광객뿐이다.

 

야간에 더 북적이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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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의 밤 풍경 ⓒ 이상기

호이안의 밤 풍경 ⓒ 이상기

저녁을 먹고 우리는 다시 호이안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우리는 먼저 내원교 근방에 내린다. 그것은 내원교가 야간 투어의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내원교를 지나 트란푸 거리를 따라간다. 등불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고, 강물에도 유등이 떠다닌다. 등불이 호이안 분위기를 그윽하게 하고 있다. 더운 지방에서는 밤이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다.

 

나와 아내는 잠시 주변을 다니며 호이안의 야경을 즐긴다. 옷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젊은이들이 노는 광장에도 가보고, 등불로 가득한 다리도 건너가 본다. 옷은 생각보다 가격이 싸지 않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젊은이들의 광장은 역시 시끌벅적하고 생기가 돌았다. 음악이 있고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호이안은 교통과 교역도시로서의 기능은 줄어들고 있지만 관광도시로서의 기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것은 호이안이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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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밝히는 수박등 ⓒ 이상기

거리를 밝히는 수박등 ⓒ 이상기

다리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그 사이로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들도 많다. 그렇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 순박한 편이다. 또 베트남에서는 공짜를 바라고 따라붙는 거지를 보지 못했다. 사회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제 우리는 등롱이 불을 밝힌 다리를 건너 레스토랑으로 간다. 그곳에 앉아 잠시 쉬며 시클로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우리는 다리를 바라보며 맥주와 주스를 한 잔씩 마신다. 맥주는 시원하고 주스는 달콤하다.

 

호이안 야간 시클로 투어

 

약 20분쯤 지났을까? 시클로가 준비되었으니 강변으로 나오라고 한다. 시클로는 사람이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세발자전거다. 휠체어 형식으로 앞에 두 개의 바퀴와 의자가 있고, 뒤에 인력거꾼이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시클로는 대당 관광객 1명 씩만 탈 수 있다. 우리 팀은 모두 22명이어서 시클로를 타고 한 줄로 서니 기차처럼 긴 행렬이 된다. 이들 시클로는 중간에 다른 사람이나 팀이 끼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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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구시가 지도 ⓒ 이상기

호이안 구시가 지도 ⓒ 이상기

우리는 트란푸 거리를 따라 투본강 쪽으로 내려간 다음 박당 거리를 따라간다. 박당 거리는 오른쪽으로 호아이강이 흐른다. 그런데 밤이라서 물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강변의 레스토랑은 호이안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불야성이다. 지금 저녁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낮에 보았던 전통예술 공연의 집도 보이고 올드마켓도 보인다. 뉴마켓 쪽으로 가니 생선 냄새가 진동한다. 더운 지방이어서 생선의 부패가 심함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생선시장은 뉴마켓에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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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클로에 탄 사람들 ⓒ 이상기

시클로에 탄 사람들 ⓒ 이상기

시클로는 호앙디우 거리로 접어든 다음, 트란푸 거리를 따라간다. 시클로 투어가 다리품을 팔지 않아 편하긴 한데, 관광지의 사람, 사물 그리고 건물과 교감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내가 보고 싶은 대상을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없으니 말이다. 30분 정도 호이안 구시가를 그냥 한 바퀴 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하긴 시클로를 운영하는 인력거꾼도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을 태워야 하니, 중간중간 쉬어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는 호아이강 광장에서 시클로를 내린다. 

구시가로 들어가는 입구의 용 모양 아치에 불이 들어와 있다. 낮에 보는 모습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구시가는 사람과 시클로만 다닐 수 있어 보행자들의 천국이다. 우리는 오후와 밤을 보행자 천국에서 보낸 셈이다. 느림의 미학, 그것은 가끔 체험해 볼만한 삶의 한 방식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호이안의 밤기운을 조금 더 맛보고는 버스에 오른다. 아쉽고도 아쉽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없는 것이. 그러나 이게 패키지여행의 숙명이다. 

 

호이안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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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의 밤 풍경 ⓒ 이상기

호이안의 밤 풍경 ⓒ 이상기

호이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인류의 문화교류와 융합을 보여주는 역사문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의 교류와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호이안이 강과 해변이 만나는 지정학적 요충에 있기 때문이다.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투본강의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항구로서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호이안은 오래된 항구도시로 아시아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베트남, 중국, 일본의 문화를 분명하게 볼 수 있었고, 더 나가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문화도 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호이안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였다. 그러나 호이안은 대형배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로는 적합하지 않다. 호이안을 둘러싸고 있는 쿠아다이 해변이 둥근 방파제 형태가 아닌 직선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형배는 태풍과 큰 파도를 피할 수 있는 내항이 필요한데, 호이안에는 그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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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항구 ⓒ 이상기

호이안 항구 ⓒ 이상기

18세기 중반 이후 베트남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프랑스는 새로운 항구의 개척 필요성이 있었다. 응유엔 왕조의 건설에 개입한 프랑스는 1802년 호이안에서 멀지 않은 다낭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할양받아 국제항구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낭이 대형배가 출입할 수 있는 항구로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 무역항의 기능을 다낭에 내주고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다낭은 송트라 반도를 중심으로, 한쪽은 국제항을 다른 한쪽은 리조트가 있는 해수욕장을 만들어, 명실상부하게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도시가 되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그 다낭으로 간다. 호이안에서 다낭까지는 60㎞ 정도 된다. 우리는 1번 국도를 따라가지 않고 607번 지방도를 따라 간다. 이 길은 1번 국도와 해변도로 사이를 지난다. 하루 종일 미선유적과 호이안을 여행하느라 피곤한 나는 잠깐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낭에 도착해 호텔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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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의 오행산(마블 마운틴) ⓒ 이상기

다낭의 오행산(마블 마운틴) ⓒ 이상기

내일의 여행은 다낭에 있는 마블 마운틴과 팜반동 해변이다. 오행산으로 알려진 마블 마운틴은 불교와 도교문화의 성지고, 팜반동 해변은 청룡부대 군인휴양소가 있던 곳이다. 오행산은 바닷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강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그래서 바나산과 함께 다낭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그리고 팜반동 해변은 미케 해변과 함께 다낭 동쪽 베트남 동해(Bien Dong Viet Nam)를 대표하는 유명한 해변이다.

2013.08.24 15:23 ⓒ 2013 OhmyNews
#호이안 #쿠아다이 해변 #시클로 투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역사문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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