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천안함 프로젝트', 소통에 목마른 시대가 만든 영화

[리뷰] 여전히 '뜨거운 감자', 2010년 천안함 사건 다룬 세미다큐멘터리

13.08.28 14:17최종업데이트13.08.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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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한 장면. ⓒ 아우라픽처스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뜨거운 감자' 한 편이 상영되었다. 올 8월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장이었던 심승섭 준장 및 천안함 유가족협회의 이인옥 회장 등 5명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제기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다. 지난 6월부터 <씨네21>의 소셜펀딩 플랫폼 펀딩21을 통해 목표 금액인 500만 원을 넘어 461만 원의 후원금을 초과 달성한 영화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에 대한 기록과 재연으로 이루어진 세미다큐멘터리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배우 강신일이 변호사 역할을 맡은 재연 장면을 얹은 이 작품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국방부의 발표처럼 폭침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폭침' 결론에 대한 반박 아닌 다른 가능성 제시

영화에서 합리적 의심은 다양한 관점으로 제시된다. '인양된 북한 어뢰가 2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녹이 잔뜩 슨 채 인양될 수 있는가', '어뢰에서 발견된 참가리비는 서해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는 이전에 정부가 참가리비는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반박한 부분이기도 하다.

천안함이 침몰한 3월에는 UDT 대원 한주호 준위가 천안함의 잔해를 수색하기 위해 '제 3의 부표'를 설치한 장소에서 과로사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언급하는 제 3의 장소란 배의 머리와 꼬리가 침몰한 장소가 아닌 전혀 다른 장소다. 제 3의 부표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하나 더, 당시 사고 근처의 서해안 어선은 이틀 동안 출입을 금지 당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 째 되어서야 '구역을 정해서 찾아달라'는 군의 협조 사항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서, 쌍끌이 어선도 어뢰 추진체를 찾았는데 해군이 보유한 소나 수중음파탐지기로도 침몰된 천안함을 찾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국내외 74명의 조사단이 내린 '폭침'이라는 침몰 원인 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이른바 '종북좌빨'로 규정하는 시각을 문제 삼고 있다. 만일 이 영화가 국제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좌초설'만 담기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담은 신상철-이종인 두 전문가의 주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 ⓒ 아우라픽처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 아우라픽처스


먼저 신상철 위원은 천안함이 좌초된 원인을 알 수 없는 둥근 물체에 부딪혀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군 탐지기에 의해 감지된 해치는 동그라미 모양이지만 천안함의 해치는 사각 모양이라는 것을 근거로 천안함이 폭침이 아니라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미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국의 잠수함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에 이종인 대표가 주장하는 내용은 '좌초설'이다. 그는 암초에 부딪히는 단순한 좌초로도 배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으며, 물에 떠 있는 배에는 중력이 덧입혀지면서 배가 부러지는 것을 가속화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폭침이 아니라고 반박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신 위원과 이 대표, 두 사람이 제기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영화가 담은 건, 천안함이 폭침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좌초되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의도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매카시즘적인 반응이다.

다른 가능성은 닫아놓은 채 국제합동조사단이 내린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소통의 부식 현상'을 영화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찾아보는 시각 가운데서는 획일주의만 존재하지, 소통의 가능성은 닫히고야 만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열린사회, 대화가 통하는 사회가 되고자 한다면 나 외의 다른 이론을 제시하는 이나 혹은 집단에게 파시즘으로 응대하고 매카시즘으로 보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시각을 인정할 줄 아는 마인드가 우선시되어야 함을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 후원금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소통에 목말라한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천안함 프로젝트 강신일 정지영 신상철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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