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부부가 7년째 천막농성하는 이유는?

김영곤·김동애 교수,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 위해 6년 간 시위

등록 2013.09.03 14:24수정 2013.09.03 14:51
13
원고료로 응원
a

국회 앞 1인 시위 김동애 교수는 지난 6년간 국회 앞에서 삼복 더위에도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언제 끝을 볼 지 알 수가 없다. ⓒ 지요하


"유신독재 시절이던 1977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었지요. 대학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민주화운동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술책이 숨어 있었습니다. 유신헌법 자체가 불법이지만, 1977년의 고등교육법 개정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시행한 또 한 가지 악법이었지요."  

고등교육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운동은 말로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 부부는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다가 2007년 9월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국민은행 본점 앞에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김동애씨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교원지위쟁취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a

국회 앞 1인 시위 김영곤 교수는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6년 동안 지속해 온 일이지만 언제 끝을 볼 지 알 수가 없다. ⓒ 지요하


제17대 대선 열흘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간부 다수가 천막농성장을 떠났고, 2009년 4월에는 남아 있던 강사들마저 장기농성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그들 부부는 1인 시위로 연대했던 학부모와 학생 조직을 모아 새로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교육정상화 투쟁본부'를 만들었다. 2011년에는 싸우는 강사들을 위해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런 투쟁과 곡절 가운데서 거의 만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 부부는 천막생활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영등포구청과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당했다가 다시 설치한 경우가 세 번, 세월의 모진 풍우에 찢기고 헤져서 새로 바꾼 텐트만 5개가 넘는다.

고려대 민주광장의 천막투쟁

a

고대 민주광장의 농성 텐트 앞에서 '대학강사노동조합' 소속 강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김영곤


2012년 2월 15일에는 고려대 본관 앞에도 텐트를 쳤다. 국회 앞과 대학현장을 오가며 강사 처우와 교육의 질 개선을 요구하는 생활을 계속 이어 오고 있다. 그들 부부의 요구는 한 마디로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2011년 교과부가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기에 기대를 가졌지만 꼼수에 불과했다. 곳곳에 독소조항이 숨어 있었다. 강사도 대학도 반대했다. 표류를 면치 못하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012년 11월에 1년 유예됐으나, 대체법안을 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개정 교육법에는 강사에게 무늬만 교원지위를 줬다는 것 말고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요. 지난 13년 동안 성균관대학의 삼성의료원 등 7개 의과대학과 14개 협력병원 소속 임상강사들에게 고등교육법의 근거 없이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대학 등록금으로 임금을 지급했는데, 이 금액이 자그마치 3조3000억 원이나 됩니다.

교원에게 지급되는 연금도 제공돼 7개 재벌사학에 607억 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갔습니다. 이런 내용을 지난 2011년 감사원이 지적하자 아예 협력병원 임상강사들에게까지 교원지위를 주도록 사립학교법에 이어 고등교육법까지 바꿔버린 것입니다. 강사에게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연금법을 적용하지 않는 껍데기뿐인 교원지위를 주고, 거기다가 법정교수의 20%를 강사로 대체하는 시행령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강사들이 반대해 시행을 1년 유예했지요."

"강사는 법적으로 유령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지만 교육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2년 근무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보호법에서도 제외됐죠.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파리 목숨인 데다, 사용자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니까 소신 있는 연구나 강의도 어렵죠. 결국 학문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됩니다."

"대학의 주인은 사학재단이 아니에요. 바로 학생입니다. 사학재단이 최근 10년 동안 등록금을 두 배 이상 올리면서 주인행세를 해왔는데, 학생도 학부모도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않아요. 대학의 주인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학부모입니다. 강사의 교원지위를 비롯해, 절대평가, 토론식 수업 등의 문제제기는 진짜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의 입에서 나와야 합니다. 돈을 낸 당사자들이 직접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해야 해요."

그들 부부를 비롯한 대학 강사의 투쟁 사실이 알려지면서 텐트를 찾는 학생들도 늘고,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강사를 초청해 개설하는 '0학점 강의'도 생겨나는 등 대학교육에 문제의식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학생들에게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 그나마 큰 희망이라고 부부는 말한다.

a

고대생 시위 김영곤 교수에게 강의 배정을 하지 않은 것과 본관 앞 농성텐트 철거에 항의하는 뜻으로 고려대생들은 지난 4월 18일 교내 행진을 했다. ⓒ 지요하


김 교수 부부가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농성텐트를 친 후 학교 측은 2013년 초 철거경고장을 내기도 했고, 법원에 농성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올해 1월 재판이 열려 사실심리를 진행하는 중에 다섯 번의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3월 26일 법원결정문이 나왔는데, 본관 앞 농성텐트와 구호 현수막은 철거하되 집회시위 구호, 현수막 건물진입, 텐트 설치 등에 건당 50만 원을 부과하는 간접 강제금 청구는 기각되었다. 

"저는 원래 고려대학교에서 지난해까지 강의 배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김병철 총장이 올해부터는 인정하지 않아 다시 강단에 설 수 없게 됐지요. 이런 사실과 농성텐트에 대한 법원의 철거 결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봄 4·18기념 때 고려대생 3000명이 항의 행진을 했어요. 5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2526명이 서명하여 강의 배정 요구서를 총장에게 제출했지요."

김영곤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총학생회'의 초청으로 0학점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총학생회 초청 강의는 매우 드문 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다. 또 고려대 본관 앞에 설치했던 텐트를 법원 결정 이후 교내 '민주광장'으로 옮겼는데, 학생회관과 교양관이 인접해 있어서 오히려 잘된 셈이라고 했다. 

고향에서도 벌인 1인 시위

a

대한문 미사 참례 오전에는 국회 앞에서 교대로 1인 시위를 하고, 오후에는 고려대 농성텐트를 지킨 다음 오후 6시쯤에는 부부 함께 대한문 앞으로 와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를 지낸다. ⓒ 지요하


그들 부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농성천막과 고려대 농성천막을 오가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어려워진 생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2011년 봄 고향으로 귀향하여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향에서도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향마을은 철강회사의 공해공장이 들어서면서 공해문제가 심각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철강회사에도 당진시청에도 환경문제 쪽으로는 대비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환경공해는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대다수 주민들은 환경오염 쪽으로는 별다른 인식을 갖고 있지 못했고, 환경을 염려하는 소수 주민들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들 부부는 당진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고향마을의 환경공해에 대한 문제였고, 공해문제 대비책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작은 시골마을의 문제지만 잘못된 일을 고쳐나가는 일은 당진지역사회 전체와 한국사회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라는 생각에 그들 부부는 포기할 수 없었다.

또 공해공장과 주택들 사이에 있어 공해물질을 막아주던 야산 3개 가운데 하나가 없어졌고 나머지 두 개도 관광농원 건설 명목으로 없어질 상황이었다.

그들 부부의 당진시청 앞 1인 시위는 1년 9개월이나 계속됐다. 그들은 고향에 내려갈 적마다 농사일을 하면서 교대로 당진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결국 관광농원 허가 취소를 이끌어내 산을 지켰다. 그 과정에서 허가 내용상 반출할 수 없는 소나무 반출을 저지하려다 김동애씨가 업무방해로 고발당해 현재 서산지법과 대전 고법을 오가고 있다. 그런 곡절 속에서도 철강공장의 공해문제에 대한 내부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환경관련법과 환경조례 개정을 끈질기게 촉구하고 있다.       

그들 부부는 요즘에도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당진시 고대면 슬항리 본가를 간다. 농사일을 하며 빨래를 하고 밑반찬을 만들어 일요일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 여의도 국민은행 앞 농성텐트와 고려대 농성텐트를 오가며 생활하다가 수요일에는 부천에서 혼자 생활하는 아들 집에 가서 씻고 잔다. 목요일에는 다시 여의도 농성텐트로 돌아온다.

더 이상 목숨 끊는 대학 강사들이 없도록

그들 부부가 당진 본가를 가거나 부천 아들 집에 가는 날은 '고려대민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고려대 농성텐트를 지켜주고,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강사들과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여의도 농성텐트를 지켜준다. 고대민주단체협의회에는 고대민주동우회, 직원노조, 병원노조, 미화원노조, 총학생회, 동아리, 대학원총학생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 고대 민주광장 텐트를 밤에는 고대 학생들이 지킨다고 한다.

그들 부부의 서울생활은 거의 고정된 코스로 순환하고 있다. 오전에는 국회 앞에서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점심식사 후에는 고려대 민주광장에 있는 농성텐트에서 농성을 하고, 오후 6시에는 대한문 앞으로 와서 쌍용차동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를 지낸다. '대한문미사' 후에는 대학 강사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여의도 농성텐트로 돌아온다.

"대학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과 신분보장을 위한 투쟁은 1977년부터 37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일입니다. 현재 전국 각 대학의 비정규 교수 수는 13만5000명에 이릅니다. 강사, 겸임교수, 강의교수, 명예교수, 석좌교수, 연구교수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에서 현재 강의를 맡고 있는 강사들은 8만5000명에 달합니다. 강사들의 주간 강의 시간은 4.2시간이고, 연간 604만 시간에 달하지요. 그런데 강사들의 강의료는 월 40만 원 선에 불과합니다."

월 40만 원 정도를 받고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가 박사학위를 받고 정교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20억 원이 소요된다는 말도 했다. 박사학위를 가진 강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과중한 강의 격무와 턱없이 적은 급료, 학과장 등 정교수의 연구업적으로도 활용되는 연구논문들에 대한 부담과 박탈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사도 1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여성으로 건국대 강의전담교수였던 한아무개 강사(44)는 목숨을 끊으면서 강사제도 개선을 요구한 최초의 유서를 남겨서, 그 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또 조선대 강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아무개(45) 강사는 지도교수 논문대필 사실을 유서에 썼고 이를 근거로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했지만, 인지대만 500만 원이 들고, 골리앗과의 싸움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과 신분보장을 위한 투쟁은 '조·중·동대학'이 중심이 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견제와 방해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5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지요. 여기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교무처장협의회, 국회교육과학위원회의 민주당 위원들, 고등교육연구원과 연구소 책임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표 등이 참석을 했는데 조·중·동대학의 위력을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6월 5일 교수노조·민교협·학단협·전교조가 주최하고,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과 <교수신문>이 주관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초청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뜻밖에도 '시간강사법' 폐기와 '연구강의교수제'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29일에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또, 연구강의 교수제를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시간강사법 폐지는 2011년에 회복됐던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폐기를 의미하고, 연구강의 교수제는 법정교수 20%를 연구강의 교수라는 이름의 강사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두 부부는 이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국회 앞에서 이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정진후 의원은 이에 대해 자신은 내용을 잘 모르며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원식 의원에게도 항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두 부부는 국회 앞과 민주당 노원을 지구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조선일보>는 연세대, <동아일보>는 고려대, 삼성은 성균관대를 포괄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조·중·동과 재벌이 연합한 형태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성채와도 같은 형국이라고 했다.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대평가 제도와 관행을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그 기본은 경쟁이므로, 경쟁이라는 기본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창의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김영곤·김동애 교수 부부는 오늘도 삼복더위를 아랑곳 않고, 또 한겨울 혹한의 계절에도 길거리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며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와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를 이끌어 간다.
댓글1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3. 3 케이팝 팬들 왜 이러는 거지?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4. 4 [단독입수] 뺨 때리고 경찰 부른 유치원장, 영상에 다 찍혔다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