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에 농락당하는 민주주의...국정원 개혁하라"

경기·수원지역 시민사회·종교계, 입장 발표... 국정원-보수언론 행태 비판

등록 2013.09.16 19:50수정 2013.09.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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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12개 단체와 다산인권센터 수원목회자연대 등 수원지역 29개 단체는 1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국정원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김한영


국가정보원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기·수원지역 진보진영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가릴 수 없다"며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경기여성단체연합 등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12개 단체와 다산인권센터·수원여성회·수원목회자연대 등 수원지역 29개 단체는 1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국정원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달 28일 이 의원 등 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국정원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구속 사태 이후 진보단체와 종교계가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마녀사냥에 농락당하는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지금 한국사회 분위기는 1950년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과 닮아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미국의 매카시즘과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이들 단체는 "2013년 대한민국이 1950년대 미국의 상황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다양한 생각과 상상마저도 허용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사회, 감시당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 우리는 이것이 두렵고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석기 의원 등 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소위 'RO모임'이라고 이름 붙여진 녹취록 등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확대재생산 되면서 '종북척결' '빨갱이 색출'이라는 비이성적 행동과 주장들이 난무하고, 사실관계와 사법적 판단은 뒤로한 채 여론재판과 낙인찍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체들은 "이 사건을 터트린 시점이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정원 해체와 개혁요구가 빗발치던 때여서 사건 자체를 납득할 수 없는 시민들도 많다"면서 "결국 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이 삭제된 채 공안당국의 무책임한 피의사실 유포와 이를 받아쓰고 부풀리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인해 이성적 토론은 실종되고 여론재판과 낙인찍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왜곡만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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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12개 단체와 다산인권센터·수원목회자연대 등 수원지역 29개 단체는 1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국정원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민진영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국정원과 언론의 보도행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김한영


단체들은 또 "많은 시민들은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전환용 카드'로 내민 게 이번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 국정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북 낙인찍기와 일부 정치권 및 보수언론, 방송사들의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한국판 매카시즘과 마녀사냥 중단 ▲피의사실 불법 유포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여론물이 중단 ▲국정원 개혁 등을 촉구했다.

양만호 성공회수원나눔의집 신부는 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부의 음험한 세력에 의해 '너희 입장이 무엇인지 말하라'는 질문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안에서 말해야 한다, 함께 보듬고 다듬어서 새로운 무게의 언어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민진영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국정원은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3~5년간 내사했다고 하는데, 유일한 증거는 지난 5월 12일 강연내용을 들고 있다"면서 "만약 그들의 판단대로 내란음모라면 증거를 파악했음에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국정원의 국내수사권 제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한 것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흘리는 정보에 언론이 마타도어 식으로 무차별적인 보도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사건에 대해 진실이 파악될 때까지 언론의 무차별적인 '쏟아내기 보도'를 자제해 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구속자 및 가족 등의 인권침해 사례 등도 보고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상식 밖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무차별적으로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면서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 활동가 등에 따르면 이상호·홍순석·한동근씨 등 3명에 대해 구속 이후 보장됐던 일반인 접견이 지난 7일부터 금지되고 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도 일반인 접견은 물론 가족접견조차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5일 이 의원이 수감된 독방에 대해 감시용 CCTV를 설치했다가 강력한 항의로 다음날 철거됐고, 최근엔 이 의원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했다가 정상화 됐다.

구속자 가족에 대한 피해도 있었다. 지난 6일 오전 이상호씨의 부인이 집을 나서다 누군가에 의해 차량에 '간첩'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앞서 지난 4일에도 유성매직으로 차량에 낙서를 해놓은 사례도 발견됐다.
#국가정보원 #내란음모 #이석기 #매카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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