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망측해라, 속옷까지 똑똑하다니

[추석기획] '웨어러블 컴퓨터'가 일상화된 5년 뒤 추석 풍경

등록 2013.09.19 11:11수정 2013.09.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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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와 각종 스마트시계의 등장으로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부족한 면이 많지만 스마트폰처럼 실용화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과연 몸에 붙는 스마트기기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미래 추석 명절은 어떤 풍경일까요? 5년 뒤로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시죠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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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스핏 웨어러블사가 개발한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인 '미스핏 샤인'. 동전 만한 크기로 손목이나 옷깃, 신발 등에 부착해 운동할 때 칼로리 소비량, 이동거리 등 활동량을 분석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과 연동되며 현재 국내에서도 13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 미스핏웨어러블


"어머님, 이게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속옷이에요."
"에구 망측해라. 요즘엔 속옷까지 똑똑하다니."

결혼 10년차 '워킹맘' 채미란씨는 올해 시부모 추석 선물로 '스마트 속옷 세트'를 골랐다. 옷감 속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각종 센서가 내장돼 혈압, 심박 수, 혈당 등 노인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 때문에 요즘 '효도 선물'로 인기다.

하지만 환갑을 갓 넘긴 시어머니는 영 마뜩잖은 눈치다. 환갑 때 선물 받은 '스마트 시계'도 서랍 구석에 처박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자꾸 심장박동수가 빠르다느니, 혈당이나 나트륨 수치가 위험 수위라느니, 시시콜콜 감시당하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시계면 시간만 잘 알려주면 될 것이지, 이래서야 어디 마음 놓고 등산 한번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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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서 지난 6월 공개한 '스마트워치2'(위)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다.(위) 일본 자동차회사인 닛산이 9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한 스마트시계 '니스모 워치'는 자동차, 스마트폰, 운전자와 연동해 운전자의 심박수, 체온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한편 자동차 평균 속도와 연료 소모량 등 주행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아래) ⓒ 소니·닛산


부모님 효도 선물로 스마트시계-스마트속옷 인기

채미란씨는 '웨어러블 컴퓨터' 신봉자다. IT업체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다보니 늘 최신 기술에 익숙하고 요즘 IT업계에서도 '웨어러블 기기'가 대세인 탓이다. 채씨도 몇 년 전까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들고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5년 전 구글 글래스에 이어 삼성 갤럭시기어, 애플 아이워치 등 스마트 시계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스마트폰도 플라스틱 카드처럼 얇고 가벼워졌지만 그것도 귀찮아 요즘엔 스마트 안경이나 시계, 반지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해 웬만한 명령어나 문자 입력은 목소리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채씨도 일찌감치 스마트폰을 스마트 안경으로 바꿨다. 초기 구글 글래스는 카메라와 화면 표시 기능을 하는 작은 장치가 달려 눈에 띄었지만 요즘 스마트 안경은 '007 안경'처럼 일반 안경과 거의 구분할 수 없다. 주요 장치와 초박형 배터리는 모두 얇은 안경테 속에 들어가고 안경 렌즈 자체가 화면과 카메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머뭇거리는 채씨 손을 이끌고 시장을 향했다. 요즘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쇼핑으로 해결하지만 차례 상에 올릴 음식만큼은 직접 골라야 직성이 풀렸다. 시어머니는 정육점, 어물전, 떡집 등을 차례차례 돌며 눈대중으로 신선한 상품을 고르고 가격 흥정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채씨가 스마트안경을 통해 상품마다 찍힌 전자태그를 인식해 원산지부터 유통기한, 가격 같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지만 감히 간섭할 수 없었다.

한우와 수입소도 한눈에 구별... 집안일 돕는 스마트장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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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웨어러블 컴퓨터인 '구글 글래스'(위)와 인디고고사에서 개발한 '글래스 업'(아래). 렌즈 바깥에 작은 창이 달린 구글 글래스와 달리 글래스 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안경 창에 직접 정보를 보여준다. 현재 투자금 모집 단계이며 본체 가격은 299달러, 카메라 포함시 399달러다. ⓒ 구글·인디고고


"아저씨, 이거 국산 맞아요?"
"앗, 그건 러시아산인데 내가 잘못 봤네."

어물전 장수가 러시아산을 국산으로 속여 바가지를 씌울 찰라 안경을 쓴 채씨의 참견에 찔끔했는지 얼른 말을 주워 담는다. 스마트안경이 등장한 뒤 어물전은 물론 정육점에서도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차례를 마치고 나면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한때 집안일에 시달리는 가정주부들 사이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유행했지만 요즘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집안일을 할 때 손목이나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지 않도록 돕는 보조 기구인 '스마트 장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팔에 있는 센서가 관절이나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읽어 손 움직임을 예측해 장갑이 '로봇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장을 볼 때도 스마트 장갑을 착용하면 '아이언맨'처럼 장바구니 같은 무거운 물건도 가볍게 들 수 있다.   

스마트장갑 덕에 일찌감치 집안일을 끝낸 두 사람은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섰다. 구글 글래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도촬' 우려 때문에 안경을 쓴 채 극장에 출입할 수 없었지만 스마트 기기 간 통신 기능이 발달하면서 이 문제도 해소됐다. 극장 내부에 설치된 특수 센서가 스마트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해 영화 상영시간동안 카메라 기능 작동을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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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믹 랩스에서 개발한 모션인식 입력장치인 'MYO'. 팔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분석해 팔동작만으로 컴퓨터, 게임기 등을 조작할 수 있다. 현재 149달러(약 16만 원)에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 탈믹랩스


웨어러블 기기 성능이 향상될수록 사생활 침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크기가 소형화돼 점차 일반 안경이나 시계, 의류와 구별할 수 없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진이 찍히거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를 악용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웨어러블 차단복'까지 등장했다. 허락받지 않은 누군가가 카메라로 자신을 찍으려 하면 이를 감지해 경고하거나 방해 전파를 쏴 기기 작동을 막아준다. 사람들 문제였던 사생활 침해가 이젠 웨어러블 기기 간 싸움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웨어러블 컴퓨터 #구글 글래스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 #아이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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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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